들어가며

머리말: 이 책을 쓴 이유

화장품 공장에 처음 출근한 날을 기억하십니까. 저는 기억합니다. 흰 작업복을 받아 들고 탈의실에서 갈아입는데, 위생모를 어느 쪽으로 써야 하는지 몰라 거울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아침 회의에 들어가니 “벌크 검사 아직이에요?”, “3호기 충전 끝나면 단상자 작업 들어갑니다”, “COA 나왔으면 출하 승인 올려 주세요” 같은 말이 오갔습니다. 한국말인데 한 문장도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그 뒤로 오래 이 일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화장품 공장은 생각보다 단순한 원리로 돌아갑니다. 원료를 재서, 섞고, 검사하고, 병에 담고, 상자에 넣어 내보냅니다. 이 흐름 하나만 머릿속에 그려지면 회의에서 오가는 말의 대부분이 어느 단계 이야기인지 짐작이 됩니다. 문제는 아무도 이 흐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설명해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연구소 선배는 처방을, 생산 선배는 설비를, 품질 선배는 검사를 각자 가르쳐 줄 뿐입니다.

이 책은 그 전체 흐름을 한 권에 담은 책입니다. 화장품이 법적으로 무엇인지에서 시작해, 원료와 제형의 기초, 병과 캡과 단상자의 이름, 공장의 조직과 설비, 구매·생산·품질·재고·안전을 관리하는 방법, 문제가 생겼을 때 찾아내고 고치는 법, 그리고 스마트공장과 지속가능경영까지 이어집니다. 어느 하나를 깊게 파기보다, 어느 부서에 가더라도 옆 부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대화할 수 있는 넓이를 목표로 했습니다.

쓰는 방식은 교과서보다 OJT(On the Job Training)에 가깝습니다. 현장 선배가 옆에 앉아 하나씩 알려 주는 식입니다. 그래서 장마다 실제 공장에서 겪은 일을 “OJT 현장노트”로, 실무자의 조언을 “선배의 한마디”로 넣었습니다. 글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은 도표와 그림으로 보여 줍니다.

화장품 회사에 막 들어온 분, 입사를 준비하는 분, 화장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한 분을 위해 썼습니다. 출근 첫 달 동안 가방에 넣어 두고, 모르는 말이 들릴 때마다 펼쳐 보는 책이 되기를 바랍니다. 거울 앞에서 위생모를 들고 서 있던 그날의 저에게 건네고 싶었던 책입니다.

이 책이 다루는 것: 7부 30장

이 책은 7부 30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앞에서 뒤로 갈수록 “화장품이란 무엇인가”에서 “공장은 어떻게 돌아가는가”, 그리고 “이 산업은 어디로 가는가”로 시야가 넓어집니다.

읽는 법: 아래로 갈수록 화장품 자체에서 공장으로, 공장에서 산업 전체로 시야가 넓어집니다.

1부부터 3부까지는 “물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화장품이라는 물건이 법적으로 무엇이고, 무엇으로 만들어지고, 어디에 담기는지를 다룹니다. 4부부터 6부까지는 “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 물건을 만드는 사람들이 어떻게 나뉘어 있고, 무엇을 관리하고,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는지를 다룹니다. 7부는 “앞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책을 읽는 법

모든 장은 같은 순서로 되어 있습니다

장을 펼치면 먼저 학습목표가 나옵니다. 이 장을 읽고 나면 무엇을 할 수 있게 되는지 두세 줄로 적어 두었습니다. 본문을 읽은 뒤에는 OJT 현장노트에서 실제 공장에서 있었던 일을 보고, 선배의 한마디를 듣고, 핵심정리로 요점을 확인합니다. 마지막 확인문제의 정답과 해설은 부록 E에 있습니다.

처음부터 읽을 시간이 없다면

출근 첫 주에는 책 한 권을 다 읽을 시간이 없습니다. 그럴 때는 1부(화장품의 이해)와 4부(회사와 공장의 조직)를 먼저 읽으십시오. 이 두 부만 읽어도 회의에서 오가는 말의 절반은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그다음에는 자기 부서와 관련이 깊은 부분을 읽고, 나머지는 모르는 말이 나올 때 찾아 읽으면 됩니다.

용어는 부록에 모아 두었습니다

전문용어는 처음 나올 때 “한글(영문)” 형식으로 적고 바로 다음 문장에서 쉬운 말로 풀어 두었습니다. 그래도 헷갈리면 부록 A의 용어집과 부록 B의 약어 모음을 보십시오. BOM, MOQ, COA, MSDS처럼 현장에서 영문 약어로만 부르는 말은 부록 B에 따로 모았습니다.

첫 출근 전에 알아 둘 것: 화장품 공장의 하루

화장품 공장은 밖에서 보면 조용합니다.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이 천천히 움직이고, 기계 소리도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는 원료가 들어오고, 섞이고, 검사받고, 병에 담기고, 상자에 포장되어 나가는 흐름이 하루 종일 돌아갑니다. 이 흐름을 미리 알고 출근하면, 어느 부서에 앉아 있어도 지금 공장 어디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공장에 들어가는 길은 사무실과 다릅니다

화장품은 피부에 바르는 것이므로 만드는 곳은 늘 깨끗해야 합니다. 생산 구역에 들어가려면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위생모와 마스크를 쓰고, 손을 씻고, 에어샤워(air shower)를 지나야 합니다. 에어샤워는 강한 바람으로 옷에 붙은 먼지를 털어 내는 작은 방입니다. 처음에는 번거롭지만, 이 절차가 미생물 오염을 막는 첫 번째 방어선입니다. 공장이 어떤 구역으로 나뉘고 어디까지 들어갈 수 있는지는 15장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제품 하나가 하루 동안 지나는 길

아래 도표는 제품 하나의 눈으로 공장의 하루를 따라간 것입니다. 실제로는 여러 제품이 동시에 서로 다른 단계에 있지만, 하나만 따라가면 흐름이 보입니다.

이 표에서 두 가지만 기억하십시오. 첫째, 제조와 충전 사이에는 반드시 품질검사가 있습니다. 검사에 통과하지 못한 벌크는 아무리 바빠도 병에 담지 않습니다. 둘째, 하루의 끝은 기록입니다. 오늘 누가 어떤 원료를 얼마나 넣었는지 적은 제조기록서가 없으면,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원인을 찾을 수 없습니다.

아침 회의에서 들리는 말

출근하면 각 부서는 아침 회의부터 합니다. 생산팀은 오늘 어떤 제품을 몇 개 만들지, 품질팀은 어제 들어온 원료 검사가 끝났는지, 자재팀은 오늘 어떤 부자재가 들어오는지 확인합니다. 신입사원은 이 회의에서 들리는 말을 받아 적어 두십시오. 아래는 첫 주에 거의 반드시 듣게 되는 말입니다.

첫 주에 해 두면 좋은 것

  • 공장 평면도를 한 장 얻어 구역별 이름을 적어 둡니다.
  • 아침 회의에서 들린 모르는 말을 매일 적고, 저녁에 부록 용어집에서 찾습니다.
  • 각 부서 선배 한 명씩 이름과 하는 일을 적어 둡니다. 14장에서 조직도를 배울 때 얼굴이 떠오르면 훨씬 빨리 이해됩니다.
  • 제품 하나를 골라, 칭량실에서 완제품 창고까지 가는 길을 직접 따라가 봅니다.

선배의 한마디

“첫 달에는 잘하려고 하지 말고, 공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기만 해도 됩니다.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하는 신입이 제일 빨리 큽니다.”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현장에서 배우는 화장품 생산기술 메이크업편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