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원산지 표기 — 중국 벌크를 국내에서 충전하면 Made in Korea가 될까, 보세지역이면 될까

화장품 OEM·ODM 현장에서 심심찮게 나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내용물은 중국에서 만들고, 한국에서 충전·포장만 하면 Made in Korea로 팔 수 있나요?” 그리고 그 뒤에 따라오는 질문이 “그럼 보세지역으로 들여와서 하면요?”입니다. 한국산 표기가 판매에 유리하다 보니 유혹이 크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두 경우 모두 불가능하고, 잘못 표기하면 대외무역법·화장품법·관세법이 동시에 걸립니다. 이 글은 원산지가 어떤 원칙으로 정해지는지, 중국 벌크 국내 충전의 원산지가 왜 중국인지, 화장품법상 제조국 표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세지역을 거쳐도 왜 같은 결론인지, 위반 시 처벌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합법적으로 표기하는 방법까지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저는 변호사·관세사가 아니므로 실제 적용 전에는 관세사와 식약처 확인을 권합니다.

1. 원산지는 “어디서 실질적으로 변형됐나”로 정해진다

원산지는 회사 소재지나 포장한 나라가 아니라, 물품이 어느 나라에서 실질적 변형을 거쳤느냐로 정해집니다.

수입원료를 써서 국내에서 생산한 물품을 한국산으로 표시하려면 대외무역관리규정 제86조의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경로는 두 가지뿐입니다. 하나는 수입원료의 HS 6단위 세번이 완제품에서 다른 세번으로 바뀌고(세번변경), 제조원가에서 수입원료 가격을 뺀 국내 부가가치가 제조원가의 51% 이상인 경우입니다. 다른 하나는 세번변경이 없더라도 국내 부가가치가 제조원가의 85% 이상인 경우입니다. 그리고 어느 경로든 포장·재포장·라벨 부착·충전·단순 혼합 같은 단순가공은 원산지 인정에서 명시적으로 제외됩니다. 즉 “얼마나 손을 댔느냐”가 아니라 “세번이 바뀌었나, 부가가치가 충분한가, 단순가공이 아닌가”가 기준입니다.

2. 중국 벌크 + 국내 충전의 원산지는 중국이다

이 원칙을 화장품에 대입하면 답이 바로 나옵니다.

중국에서 만든 벌크(내용물)는 수입 시에도 HS 3304(화장품)이고, 국내에서 충전·포장한 완제품도 HS 3304라 세번변경이 없습니다. 충전·포장의 부가가치는 제조원가의 85%에 한참 못 미치고, 무엇보다 충전 자체가 단순가공입니다. 세 요건 모두에서 탈락하므로 원산지는 벌크를 만든 중국입니다. 여기에 “Made in Korea”를 붙이면 거짓 원산지 표시이고, 원산지를 아예 쓰지 않고 국내 회사명·주소만 크게 표시하는 것도 소비자가 국산으로 오인할 여지가 있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주의할 것은 2022년 12월 11일 시행된 대외무역법 개정입니다. 종전에는 수입물품 위주였던 단속 근거가 “국내생산물품”의 거짓·오인 원산지 표시 금지(제33조제4항제1호)로 명문화됐고, 무역거래자뿐 아니라 판매자에게도 준용됩니다(제35조제3항). 법제처도 “제86조 판정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국내생산물품의 원산지를 우리나라로 표시하는 것은 금지행위에 해당한다”고 해석했습니다. 국내에서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자유롭게 국산 표기를 하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3. 화장품법은 제조국과 제조회사를 적으라고 한다

원산지와 별개로, 화장품법은 포장에 무엇을 적어야 하는지를 정합니다.

화장품법 제10조와 시행규칙 제19조에 따라 포장에는 영업자(제조업자·책임판매업자)의 상호와 주소를 기재해야 하고, 수입화장품은 “제조국의 명칭, 제조회사명 및 그 소재지”를 기재해야 합니다(대외무역법에 따른 원산지 표시를 이미 한 경우 제조국 명칭은 생략 가능). 중국 벌크는 수입 화장품(반제품)이므로 제조국은 중국, 제조회사는 중국 제조사와 그 소재지를 적어야 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혼동이 생깁니다. 화장품법상 “제조”에는 1차 포장(충전)이 포함되고 2차 포장·표시만 하는 공정은 제외되므로, 국내 충전업체는 화장품제조업자로 등록되고 표시에도 올라갑니다. 그래서 “우리가 제조업자면 한국산 아닌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영업자 표시 의무이지 원산지가 한국이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실무 표기는 “내용물 제조: (중국 제조사·소재지) / 충전·포장 제조업자: (국내 업체) / 책임판매업자: (국내 업체)”처럼 병기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화장품법 제13조(부당한 표시·광고)는 소비자가 원산지·제조국을 오인할 우려가 있는 표시를 금지하므로, Made in Korea 표기는 대외무역법과 화장품법에 동시에 걸립니다.

4. 보세지역으로 들여와 충전해도 결론은 같다

그렇다면 중국 벌크를 국내 보세공장이나 자유무역지역으로 들여와 거기서 충전·포장하면 어떨까요. 결론은 같습니다.

보세 제도는 관세를 유보하는 제도이지 원산지를 부여하는 제도가 아닙니다. 원산지는 어디서 실질적 변형이 일어났느냐로만 정해지고, 이 원칙은 대외무역법과 관세법(제229조 원산지 확인 기준)이 동일합니다. 보세공장 안에서 하든 밖에서 하든 충전·포장은 원산지 불인정 단순가공이고 세번도 바뀌지 않으므로, 어디서 작업했든 원산지는 중국입니다.

국내 판매 흐름에서 어디서 걸리는지도 분명합니다. 보세공장 생산품을 국내에 팔려면 반드시 “반출 = 수입신고 + 관세 납부”를 거치는데, 바로 이 수입신고 시점에 원산지 표시 의무가 붙습니다. 관세법 제230조는 원산지를 허위·오인 표시했거나 표시하지 않은 물품의 통관을 제한하고, 원산지를 “중국”으로 시정한 뒤에야 통관을 허용합니다. 이미 반출된 뒤 적발되면 세관장이 보세구역 반입명령(제238조)을 내려 정정·폐기시키며 비용은 업체 부담입니다. 즉 Made in Korea는 세관 단계에서 그대로 통과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리스크가 하나 더 붙습니다. 보세 물품을 정식 수입신고 없이 국내로 빼내거나 원산지·품명을 허위 신고하면 관세법 위반이 추가되어, 밀수입죄(제269조)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관세액의 10배와 물품원가 중 높은 금액 이하의 벌금, 관세포탈죄(제270조)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포탈세액의 5배와 물품원가 중 높은 금액 이하의 벌금이 기준이고 물품 몰수·추징까지 따릅니다. “보세로 들여와 국산으로 만든다”는 구조는 원산지 문제를 풀지 못할 뿐 아니라 관세 범죄로 번질 수 있어 가장 피해야 할 방식입니다.

전량 수출하는 경우는 국내 판매 원산지 단속과는 별개이지만, 그때도 Made in Korea로 수출하거나 한국산 원산지증명서(일반·FTA)를 받으려면 동일하게 실질적 변형 요건이 필요합니다. 충전만으로는 발급되지 않고 상대국 세관에서 원산지 위반이 되므로, 수출 시에도 “원산지 중국, 한국에서 포장”이 정확한 표기입니다. 보세공장의 정당한 이점은 관세 유보(수출 가공)와 내수 반출 시 과세 방식 선택에 따른 원가 절감이지, 원산지를 바꾸는 수단이 아닙니다.

5. 위반하면 어떻게 되나 — 처벌 수위

한 번의 잘못된 표기가 세 개 법에 동시에 걸린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대외무역법에서는 원산지 거짓·오인 표시와 손상·변경(제33조제4항)에 대해 5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제53조의2)이 가능하고, 행정적으로는 판매중지·원상복구·원산지 표시 등 시정명령과 3억원 이하 과징금(제33조의2)이 부과됩니다. 서류 미제출·조사 거부에는 1천만~2천만원 과태료(제59조)가 따릅니다. 화장품법에서는 원산지·제조국 오인 등 부당한 표시·광고(제13조)에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제37조)과 판매업무정지 등 행정처분(시행규칙 별표7)이 있고, 제조국·제조회사 같은 기재사항 누락(제10조)에는 200만원 이하 벌금(제38조)과 행정처분이 따르며, 양벌규정(제39조)으로 행위자와 법인이 함께 처벌됩니다. 보세 절차를 악용하면 앞서 본 관세법 밀수입·관세포탈죄가 더해지고, 거짓·과장 표시로 보면 표시광고법상 공정위 시정명령·과징금과 형사 처벌까지 추가될 수 있습니다. 최근 관세청이 “라벨만 바꿔 국산으로 둔갑”하는 원산지 위반을 일제 점검하고 있어 적발 가능성도 낮지 않습니다.

6. 그럼 어떻게 표기하나 — 합법적 방법과 유일한 예외

방법은 명확합니다.

기본은 “원산지: 중국”을 명확히 표시하고, 제조국·제조회사(중국)와 국내 충전·포장 제조업자, 책임판매업자를 병기하는 것입니다. “국내에서 충전·포장” 같은 보조 문구는 쓸 수 있지만, 원산지 표시보다 눈에 띄게 배치해 국산으로 오인하게 만들면 안 됩니다. 반대로 Made in Korea를 원한다면 원산지 요건을 실제로 충족하는 길뿐입니다. 벌크(내용물) 자체를 국내에서 제조해 원료 수입 → 국내 제조로 세번변경과 부가가치 51% 이상을 만들거나, 세번변경이 없더라도 국내 부가가치를 85%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실질 제조로 공정을 바꿔야 합니다. 충전·포장을 더하는 것만으로는, 보세지역을 거치든 어떤 문구를 쓰든 불가능합니다.

7. 충전만 대행한 OEM 업체도 처벌받나

브랜드가 아니라 충전만 위탁받은 OEM 업체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질문입니다. 결론은 “단순 충전만 했고 원산지 표시에 관여하지 않았다면 형사 처벌 가능성은 낮지만, 관여 정도와 알고 있었는지(고의)에 따라 충분히 처벌될 수 있다”입니다. 법마다 처벌 대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외무역법 제33조④의 직접 대상은 무역거래자(수입자)이고 제35조③으로 판매자에게 준용되므로, 벌크를 수입하지도 완제품을 팔지도 않는 순수 충전 대행업체는 직접 위반자가 아닙니다. 그러나 중국산 벌크임을 알면서 “Made in Korea” 라벨을 직접 인쇄·부착했다면 거짓 표시 행위를 실행한 것이라 형법상 공동정범이나 방조범으로 기소될 수 있고, 수사 실무에서는 라벨을 물리적으로 붙인 업체를 우선 조사합니다. 다만 판례는 고의 입증을 엄격히 봅니다. 중국산 반제품을 국내에서 조립한 뒤 원산지 위에 라벨을 붙여 판 사건에서 항소심은 “원산지를 손상할 의사가 아니라 원산지를 표시할 의사로 붙인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라벨 부착자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몰랐거나 표시 행위 자체를 하지 않은 충전업체는 처벌되기 어렵고, 알면서 붙인 업체는 처벌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화장품법에서는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충전(1차 포장)은 제조이므로 충전업체는 등록된 화장품제조업자, 즉 영업자이고, 제13조(부당한 표시·광고) 금지의 수범자는 “영업자 또는 판매자”로 명시돼 있어 제조업자도 대상에 들어갑니다. 그래서 충전업체가 충전만 하고 라벨링·2차 포장·표시는 브랜드(책임판매업자)가 따로 한 경우에는 표시 책임의 중심이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책임판매업자에게 있어 제조업자 책임은 낮지만, 충전업체가 라벨 부착·2차 포장까지 수행하면서 오인 표시된 아트워크를 그대로 적용했다면 영업자로서 제13조 위반(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과 제조업무정지 같은 행정처분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라벨에 “제조업자”로 자사 상호가 오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반드시 조사 대상에 포함되고 제조·품질관리 기록 제출을 요구받습니다. 관세법(밀수·포탈)은 수입 당사자가 아니면 공모가 없는 한 해당이 없고, 표시광고법은 표시를 한 사업자(브랜드)가 대상입니다.

충전업체가 실제로 처벌될 수 있는 경우는 분명합니다. 원산지 허위 라벨을 직접 인쇄·부착한 경우, 중국산 벌크임을 알면서 Made in Korea 아트워크를 승인·적용한 경우, 원산지 없이 자사 상호만 “제조원”으로 크게 표시해 국산 오인에 가담한 경우, 그리고 브랜드와 기획·수익을 공유하는 등 공모로 볼 수 있는 경우입니다.

그래서 OEM 충전업체가 안전하게 일하는 방법은 “표시 행위에서 손을 떼거나, 적법하게만 하는 것”입니다. 원산지 허위 라벨 부착 요청은 서면으로 거절하고, 계약서에 “표시·광고(원산지 포함)의 적법성 책임은 책임판매업자(발주사)에 있다”는 조항과 면책·구상 조항을 넣습니다. 벌크의 수입신고필증·제조원 정보·COA를 수령해 보관하고, 아트워크 승인 시 원산지 항목을 체크리스트로 확인해 기록을 남깁니다. 라벨을 직접 붙이는 경우에는 “내용물 제조: 중국 △△ / 충전·포장: 자사 / 원산지: 중국” 병기 문안을 권고하고 그 이력을 남겨 두면, 나중에 고의가 없었음을 입증하는 근거가 됩니다. 제조업자로서의 본래 의무(제조업 등록, 제조·품질관리 기록)는 별개로 정상 유지해야 합니다. 정리하면 “충전만 했다”는 사실이 자동 면책은 아니며, 면책의 열쇠는 “원산지 표시에 관여하지 않았고 알지 못했다”를 문서로 남기는 것입니다. 형사 외에 행정처분과 브랜드·소비자로부터의 민사 구상 리스크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마무리

중국 벌크를 국내에서 충전한 화장품의 원산지는 중국이고, 이는 보세공장·자유무역지역에서 작업해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원산지는 실질적 변형(세번변경·부가가치)으로만 정해지고 충전·포장은 단순가공이기 때문입니다. 화장품법은 여기에 제조국·제조회사 표시 의무를 더하며, 국내 충전업체가 제조업자로 표시되더라도 원산지가 한국이 되지는 않습니다. Made in Korea를 붙이면 대외무역법(5년 이하 징역·1억 이하 벌금·과징금 3억 이하), 화장품법(1년 이하 징역·1천만 이하 벌금·판매업무정지), 그리고 보세 절차를 악용하면 관세법(밀수입·관세포탈)까지 동시에 걸립니다. 합법적 표기는 “원산지 중국 + 제조국·제조회사 + 국내 충전·책임판매업자 병기”이고, 한국산이 되는 유일한 길은 내용물을 국내에서 실질 제조하는 것입니다. 충전만 대행한 OEM 업체는 직접 위반자는 아니지만 라벨 부착에 관여하거나 알고도 적용하면 공범·영업자로 처벌될 수 있으므로, 허위 표시 요청은 거절하고 계약·기록으로 표시 책임과 무고의를 남겨 두어야 합니다. 이 원칙만 지켜도 원산지 클레임과 형사 리스크 대부분을 피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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