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39장에서 공장의 미션을 QCD(품질·원가·납기)로 정리하며, 그 바탕에 안전과 환경(S·E)이 깔려 있다고 했습니다. 이 장은 바로 그 바탕을 다룹니다. 질문 하나로 시작하겠습니다. 공장에서 가장 중요한 미션은 무엇일까요. 생산성일까요, 납기일까요. 아닙니다. 일하는 사람의 안전입니다. 아무리 잘 만들고 제때 납품해도, 한 사람이 다치는 순간 그 모든 것이 무의미해집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남이 아니라, 오늘 아침 나와 인사를 나눈 동료입니다.
이 장은 앞부분에서 현장의 안전을 — 재해가 왜 생기고 어떻게 막는지 — 실제 사례로 짚고, 뒷부분에서 환경과 지속가능한 제조로 넓혀 갑니다. 사람을 지키는 일과 공장이 오래가는 일은 결국 하나로 이어집니다.
41-1. 왜 안전이 먼저인가 — 공장의 가장 중요한 미션
안전을 ‘생산을 방해하는 규제’로 여기면 사고는 반드시 납니다. 안전은 생산의 반대가 아니라 생산이 지속되기 위한 전제입니다. 안전이 먼저여야 하는 이유는 셋입니다.
사람 — 사고는 한 사람의 몸과 삶, 그리고 그 가족을 무너뜨립니다. 무엇으로도 되돌릴 수 없습니다. 법 —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중대 재해가 나면 회사와 경영책임자가 형사처벌까지 받습니다(39장). 안전보건을 확보할 의무가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비용 — 사고는 치료비·보상·조업 중단·설비 손실·신뢰 하락으로 이어져, ‘안전에 쓰는 돈’보다 ‘사고로 잃는 돈’이 훨씬 큽니다.
그래서 좋은 관리자는 늘 이렇게 말합니다 — “생산성이 떨어지더라도, 위험하면 기계를 세워라.” 이 한마디가 지켜지는 공장이 진짜 강한 공장입니다.
41-2. 재해는 예고된다 — 하인리히 법칙과 3대 다발재해
큰 사고는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것 같지만, 실은 수많은 경고를 보낸 뒤에 옵니다. 이것을 하인리히 법칙(1:29:300)이라 합니다 — 300건의 아찔한 전조(위험 순간)가 쌓이면 29건의 경상(가벼운 다침)이 생기고, 그것이 이어지면 1건의 중대 재해가 터진다는 것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전조 300건 안에서 위험을 없애면 큰 사고는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설마 다치겠어” 하고 넘기지 말고, 위험하다고 느끼는 순간 안전관리 담당자나 팀장에게 알려 예방 조치를 요청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우리나라 산업재해에서 가장 흔한 유형은 전도(넘어짐)·추락(떨어짐)·협착(끼임) — 이 셋을 3대 다발재해라 부릅니다. 여기에 절단·베임·중량물에 의한 무리한 동작·충돌이 이어집니다. 화장품 공장도 예외가 아니어서, 실제로 최근 몇 년간 롤러·충전 설비에 손이 끼는 협착, 이동 중 충돌, 물기·내용물에 의한 미끄러짐, 뜨거운 내용물·히터에 의한 화상, 지게차·전동자키 사고 등이 되풀이됩니다. 유형을 알면 어디를 막아야 할지가 보입니다.
41-3. 현장의 위험을 없애는 법 ① — 끼임·절단·화상
가장 무겁고 흔한 사고부터 막아야 합니다. 끼임(협착)은 롤러·충전기 같은 움직이는 기계 작동부에 손이 들어가 생깁니다. 원칙은 단순합니다 — 움직이는 기계에는 절대 손을 넣지 않는다. 숙련됐다고 기계 도는 타이밍을 재며 손을 넣는 순간 손가락이 잘립니다. 이물을 뺄 때는 반드시 도구를 쓰고, 안 되면 기계를 세운 뒤 조치합니다. 작동부에는 안전커버를 씌우고, 커버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떼어 낸 채 작업하지 않습니다.
절단·베임은 칼날에서 옵니다. 특히 도루코(커터) 칼날은 제품 혼입 위험도 있고 손을 크게 베므로 현장 사용을 금지하고, 대신 안전칼(안전 커터)을 충분히 공급해 쓰게 합니다. 가위로 먼저 하고, 안 되면 안전칼을 씁니다.
화상은 뜨거운 설비·내용물에서 옵니다. 히터는 200~230도까지 올라 닿는 즉시 물집이 잡히고, 가온충전 내용물은 70~85도에 이릅니다. 작동·고온 부위에는 안전커버와 ‘화상주의·끼임주의’ 문구를 붙여, 처음 접하는 사람도 위험을 알아채게 합니다.
41-4. 현장의 위험을 없애는 법 ② — 넘어짐·부딪힘·떨어짐
3대 다발재해의 나머지, 넘어짐과 떨어짐도 대부분 정리정돈과 습관으로 막힙니다. 넘어짐(전도)의 최대 원인은 바닥의 물기와 내용물입니다. 립글로스·유화 내용물은 특히 미끄러우므로, “이따 닦지” 하지 말고 떨어지는 즉시 그 자리에서 닦고 작업을 이어 갑니다. 바닥에 물건·전선을 방치하지 않고, 멀티탭과 늘어진 전선은 걸림 사고의 원인이니 라인 커버로 감추거나 위로 올려 정리합니다. 그리고 계단·현장에서 절대 뛰지 않습니다 — 특히 사람이 몰리는 퇴근 시간에.
부딪힘(충돌)은 설비 모서리·돌출부에서 옵니다. 머리·허리 높이의 모서리에는 충돌 완화 스펀지(보호대)를 둘러 붙입니다. 떨어짐과 무너짐은 적재에서 옵니다 — 물건을 목 높이 이상으로 쌓지 않아야 시야가 확보되고, 2단 이상 적재는 랩으로 묶어 무너짐을 막습니다. 랙에 넣을 때는 끝까지 밀어 넣고, 걸치듯 얹지 않습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 습관들이 3대 다발재해의 대부분을 없앱니다.
41-5. 운반과 중량물 — 지게차·자키·올바른 들기
무거운 것을 옮기는 일에는 큰 사고가 숨어 있습니다. 지게차·전동자키는 편리한 만큼 위험합니다. 원칙은 자격을 갖춘 지정 운전자만 운행하고(2톤 미만도 교육 이수·자격 취득 후), 20km/h 미만 서행, 운전 중 휴대폰 금지, 안전화·안전모 착용, 그리고 항상 주변을 주시하는 것입니다. 자격이 없으면 자격자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파렛트는 10kg이 넘어 혼자 다루기 어렵고, 세워 두면 넘어지며 발이 끼입니다. 눕혀서 보관하고, 옮길 때는 2인 1조로 합니다 — 바쁘더라도, 필요하면 라인을 잠깐 세워서라도 두 사람이 함께 합니다.
중량물 들기는 허리를 다치는 지름길입니다. 무게 기준(대략 남성 20kg, 여성 10kg 이상)을 넘는 물건은, 허리를 굽혀 들지 말고 다리를 벌려 무릎을 굽힌 뒤 다리 힘으로 펴면서 들어 올립니다. 이 한 가지 자세가 허리를 지킵니다. 무거운 대차(예: 내용물 포함 1톤에 이르는 것)는 전도방지 커버·대차를 반드시 끼워, 넘어짐이 사망 사고로 이어지지 않게 합니다.
41-6. 보이지 않는 위험 — 화학물질과 MSDS
눈에 보이는 기계만 위험한 것이 아닙니다. 현장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가 돌아다닙니다 — 인쇄기의 솔벤트·신나, 세척 용제 등입니다. 눈으로 봐서는 정제수인지 독극물인지 구분되지 않습니다. 잘못 마시면 목숨을 잃습니다. 그래서 모든 화학물질에는 해골 표시가 포함된 경고 라벨과 MSDS(물질안전보건자료)를 붙이고, 무엇이 담겼는지 알 수 있는 인식표를 부착해야 합니다.
화장품 공장은 특히 에탄올·솔벤트·향료·분체 등 인화성·유해성 물질을 많이 다룹니다. 에탄올은 화기에 취약하고, 분체는 흡입·분진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물질은 정해진 전용 공간에 보관하고, 쓰지 않을 때 아무 데나 두지 않으며, 늘 정리정돈합니다. MSDS는 서류함에만 있으면 소용없습니다 — 작업자가 실제로 볼 수 있는 곳에 비치하고, 그 물질을 다루는 사람이 위험성과 응급조치를 알게 해야 합니다. 보이지 않는 위험일수록, 라벨과 정보로 ‘보이게’ 만드는 것이 답입니다.
41-7. 안전을 시스템으로 — 역할과 루틴
안전은 한 사람의 조심으로 되지 않습니다. 역할을 나누고, 반복되는 루틴으로 굴러가야 지속됩니다. 먼저 역할입니다. 조반장은 현장에서 위험 행동을 그때그때 바로잡고 안전 습관을 지도합니다. 안전관리 담당자는 위험 요소를 발굴하고 안전커버·표지·보호구를 공급·관리합니다. 생산기술·공무팀은 커버 설치, 전선 정리, 설비 개선 같은 물리적 조치를 합니다. 전 직원은 위험을 느끼면 넘기지 않고 알립니다. 그리고 관리자(공장장)는 현장을 순회하며 조치를 챙기고 지속 관리를 합니다.
루틴은 안전을 문화로 만듭니다 — 예컨대 매주 정해진 요일의 안전구호 제창(“움직이는 기계에 손을 넣지 않는다”), 분기 1회 작업자 안전교육, 신규 설비 도입 시 안전성 평가, 매월 안전 저해요소를 발굴해 개선(아크릴 커버 설치 등)하는 활동입니다. 그 바탕에는 어떤 작업·설비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 미리 따져 대책을 세우는 위험성 평가가 있습니다. 새로 온 사람에게는 작업 전 5분이라도 위험 부위를 짚어 주는 안전교육을 반드시 합니다.
41-8. 환경 관리 — 폐수·폐기물·대기·자원
사람을 지키는 일에서 한 걸음 넓히면 환경입니다. 화장품 공장은 물을 많이 쓰고, 다양한 원료·용제·부자재를 다루므로 환경 관리가 필수입니다. 크게 넷을 봅니다.
폐수 — 설비·용기 세척에서 나오는 폐수는 기준에 맞게 처리해 배출해야 합니다(물환경보전법). 색소·유분이 섞인 세척수를 그냥 흘려보내면 규제 위반이자 오염입니다. 폐기물 — 폐원료·불량 부자재·슬러지 등은 지정폐기물과 일반폐기물을 구분해 적법하게 위탁 처리하고, 처리 실적을 기록합니다(폐기물관리법). 대기 — 에탄올·용제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 분체 공정의 분진은 포집·저감 설비로 관리합니다. 자원·에너지 — 전력·용수·스팀을 절감하고, 원료 로스와 과잉 포장을 줄이는 것이 곧 비용 절감이자 환경 보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관점은, 환경 관리가 ‘규제 때문에 하는 비용’이 아니라 ‘낭비를 줄이는 개선’이라는 것입니다. 로스를 줄이면(37장) 폐기물도 줄고, 에너지를 아끼면 원가도 준다 — 환경과 원가는 반대가 아니라 같은 방향입니다.
41-9. 지속가능한 제조와 ESG
오늘날 제조는 ‘잘 만드는 것’을 넘어 책임 있게, 오래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을 요구받습니다. 이를 담는 틀이 ESG입니다. E(환경)는 앞서 본 폐수·폐기물·대기·에너지에 더해 탄소 감축·친환경 원료·재활용 용기 같은 노력입니다. S(사회)는 이 장의 핵심인 안전보건을 비롯해, 노동 환경, 협력사와의 상생, 지역 사회를 포함합니다. G(지배구조)는 투명한 의사결정과 준법, 윤리 경영입니다.
화장품 산업에서 지속가능성은 이미 경쟁력의 일부입니다 — 소비자와 브랜드가 친환경 포장, 유해물질 저감, 안전한 제조를 요구하고, 규제도 그 방향으로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속가능한 제조는 ‘비용’이 아니라 미래의 수주와 신뢰를 위한 투자입니다. 공장 관리자의 역할은, 안전과 환경을 매일의 운영 속에 녹여 오래가는 공장, 사람이 다치지 않고 자연에 덜 부담을 주는 공장을 만드는 것입니다.
41-10. 41장 요약 — 사람을 지키는 것이 시작이다
공장에서 가장 중요한 미션은 생산성도 납기도 아닌 사람의 안전입니다. 재해는 예고되므로(하인리히 1:29:300) 전조를 넘기지 않고, 3대 다발재해(전도·추락·협착)를 중심으로 끼임·화상은 커버와 정지로, 넘어짐·부딪힘은 정리정돈으로, 중량물·지게차는 자격·자세·2인 1조로, 보이지 않는 화학물질은 MSDS·라벨로 막습니다. 그리고 이를 역할 분담과 반복 루틴(안전구호·정기교육·위험성 평가·신규 설비 안전성 평가)으로 시스템화합니다. 여기서 넓혀 폐수·폐기물·대기·자원을 관리하고, ESG와 지속가능성을 미래를 위한 투자로 삼습니다.
사람을 지키는 것이 모든 것의 시작입니다. 안전한 공장이라야 좋은 품질도, 제때의 납기도, 낮은 원가도 지속됩니다. 이렇게 제7부에서 사람과 조직, 안전과 환경을 이야기했습니다. 마지막 42장에서는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20년 현장에서 배운 원칙들로 책을 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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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 목차: 메이크업 생산기술 전체 목차
- 이전 장: 40장. 생산 리더십과 후배 양성 — 사람을 통해 성과를 낸다
- 다음 장: 42장. 20년 현장에서 배운 원칙들
- 참고 기관: 식품의약품안전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