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성형 공정 — 팩트·아이섀도·블러셔

5장에서 만든 파우더 반제품은 아직 소비자가 손에 쥘 수 있는 모습이 아닙니다. 고운 가루 상태의 이 반제품을 팬(접시)에 눌러 굳혀, 팩트·아이섀도·블러셔라는 최종 형태로 만드는 단계가 바로 성형입니다. 앞 장에서 “성형의 본질은 파우더 안의 공기를 얼마나 잘 빼느냐의 싸움”이라고 했는데, 이 장에서는 그 성형을 용어와 목적에서부터 기술의 발전, 압력·크랙·리필까지 한 걸음 더 깊이 들여다보겠습니다.

6-1. 성형이란 — 타정·성형·디자인 성형

먼저 용어를 정리하겠습니다. 아이섀도나 팩트처럼 가루를 팬에 눌러 굳히는 것을 흔히 타정(打錠)이라 하고, 립스틱처럼 녹여 굳히는 것을 성형이라 부릅니다. 이때 원하는 형태를 잡아 주는 틀을 몰드·펀치·금형이라 합니다. 이 책에서는 넓은 의미로 ‘성형’이라는 말에 타정을 포함해 쓰겠습니다.

성형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하나는 사용감 — 잘 발리고, 낙하에 견디며, 밀착되는 실용적 측면입니다. 다른 하나는 감성·심미 — 풍부한 색과 정교한 선, 다양한 질감과 화려함, 그리고 한정판이 주는 자부심과 가치입니다. 이렇게 디자인을 입혀 제품의 특성을 표현하는 것을 디자인 성형이라 하며, 이는 결국 고객과의 대화 수단입니다. 잘 만든 성형은 제품을 열었을 때 소비자가 느끼는 첫 감동을 좌우합니다.

여기에는 우리 산업의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1990년대만 해도 한국의 성형 기술은 일본과 유럽에 비해 크게 뒤졌습니다. 그래서 처방을 열심히 벤치마킹해 기술력을 끌어올렸고, 2010년대에는 처방이 글로벌 수준에 이르렀으며, 최근에는 오히려 유럽 회사들이 한국 제품을 벤치마킹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처방 기술이 상향 평준화되자, 이제는 디자인 성형, 곧 생산기술이 제품의 가치를 가르는 경쟁력으로 떠올랐습니다. 서문에서 이야기한 ‘벽돌 팩트’에서 세계가 배워 가는 제품으로의 도약이, 바로 이 성형기술의 성장사이기도 합니다.

6-2. 성형 기술의 발전 — 일반 타정에서 젤리 타정까지

성형 기술은 지난 수십 년간 꾸준히 진화해 왔습니다(그림 6-1). 큰 줄기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가장 전통적인 방식은 일반 타정입니다. 한 접시에 한 색상을 프레스로 밋밋하게 눌러 굳히는 건식 방식으로, 지금도 널리 쓰입니다. 여기서 한 접시에 여러 색을 넣어 다양한 표현을 가능하게 한 것이 일반 멀티 타정(1990년대~)입니다. 초기에는 여러 색을 나눠 넣고 1차·2차로 눌러 조합하는 수작업이었는데, 2000년대 초 자동 기계가 개발되면서 접시 공급부터 압착·조합까지 자동화되었습니다(그림 6-2). 이어 펀치의 양각·음각으로 표면에 무늬를 새기는 양음각 타정(2000~)이 나와 깊이감과 패턴감을 더했습니다.

표면을 꾸미는 기술도 발전했습니다. 레이저로 표면을 가공하거나 태워 무늬를 내는 레이저 각인(2001~), 마스크 위에 펄을 스프레이로 뿌려 화려한 외관을 만드는 펄 프린팅(2001~)이 그것입니다. 다만 이런 표면 가공은 화려한 대신 지속성이 약한 것이 한계였습니다.

여기서부터 물을 쓰는 소성,습식 계열이 등장합니다. 유럽에서 개발한 소성 타정(베이크드)(2003~)은 내용물을 반죽으로 만들어 성형후 구워내는 방식으로, 펄감이 높으면서도 가루 날림이 없는 사용감을 냈습니다. 일본은 이 유럽 특허를 피하면서 더 다양한 무늬를 내기 위해 습식 타정(2004~)을 개발했는데, 내용물을 흐르는 슬러리상태로 만들어 노즐로 충전하고 핀으로 그려 디자인을 표현한 뒤 흡습하여 건조하는 방식입니다. 그 사이 성형천 두께만큼의 질감 문제를 개선한 미세 타정(2005~)도 나왔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차례가 옵니다. 소성·습식 타입이 가진 밀착력 부족을 개선하기 위해, 물이나 알코올 대신 오일 바인더를 써서 젤리처럼 반죽한 뒤 압출 또는 압착·블랜킹해 접시에 담아 누르는 젤리 타정(2008~)이 한국에서 개발되었습니다(그림 6-2). 부착력과 지속력을 크게 높인, 현재까지 개발된 대표 기술입니다. 앞으로는 입체 성형, 동결 건조, 색소 습윤 프린팅, 전자 기술 응용 등 새로운 방식들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성형 — 성형 공정 — 팩트·아이섀도·블러셔

6-3. 건식과 습식 성형

앞의 발전사를 크게 둘로 나누면 건식과 습식입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대부분의 팩트·블러셔·아이섀도(일반·멀티·양음각 타정)는 건식 성형 — 파우더를 팬에 넣고 프레스로 눌러 굳히는 방식입니다. 빠르고 경제적이며 색·처방 변경이 유연하지만, 압력을 잘못 주면 크랙이나 글레이징이 생기기 쉽습니다. 반면 소성·습식·젤리 타정 같은 습식 성형은 슬러리나 반죽을 부어 굳히는 방식으로, 크랙이 적고 정교한 표현과 높은 밀착력을 얻을 수 있으나 낙하 품질에 취약하고 건조 시간·비용이 듭니다(그림 6-3). 일반 제품은 건식으로, 크랙 없는 마감이나 정교한 무늬·밀착이 필요하면 습식으로 간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6-4. 성형 압력 — 세기의 감각

건식 성형의 성패는 압력에서 갈립니다. 그런데 ‘압력은 세게 줄수록 좋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압력은 낮아도 높아도 불량이 나는, 적정선을 찾는 감각의 문제입니다(그림 6-4).

압력이 부족하면 내용물이 무르고 부스러집니다. 낙하 시 쉽게 깨지고, 퍼프에 지나치게 묻어나는 ‘픽업 과다’가 생깁니다. 반대로 압력이 과다하면 표면에 반질반질한 막(케이킹/글레이징)이 생겨 퍼프가 내용물을 잘 집어내지 못하고, 내부 응력이 쌓여 크랙이 생기거나 다음 날 중앙이 볼록 올라옵니다. 적정 압력은 매끈하고 단단하되 발림성은 살아 있고, 낙하를 견디면서 픽업도 알맞은 상태입니다. 문제는 이 적정선이 파우더마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흡유량·입도·펄 함량에 따라 반응이 다르므로, 처방이 바뀔 때마다 실험실용 성형기(5장 그림 5-8)에서 조건을 먼저 잡고 양산 설비로 옮겨 검증합니다. 이 ‘적정’을 빠르게 찾아내는 것이 숙련자의 감각입니다.

6-5. 크랙(깨짐) 방지의 핵심 감각

현장에서 성형 불량의 대표선수는 단연 크랙(깨짐)입니다. 크랙이 잡기 어려운 이유는 원인이 하나가 아니라 압력·갇힌 공기·흡유 균형·금형 각인·성형천·습도의 합작이기 때문입니다(그림 6-5).

그래서 크랙이 났을 때 가장 경계할 대응이 무작정 압력을 올리는 것입니다. 원인은 대개 압력이 아니라 공기·원료·금형에 있는데, 압력을 올리면 글레이징과 응력이 겹쳐 악화됩니다. 올바른 순서는 이렇습니다. 먼저 공기를 의심해 여과를 타정 하루 전에 했는지, 펀치에 에어홀(0.1mm 방사형)이 충분한지 봅니다. 다음으로 흡유 균형을 보아 바인더나 프레스 에이드를 미량 보정하고, 금형 각인이 너무 높거나 뾰족하지 않은지(너비 대비 높이 1 미만, 각도 60° 미만), 성형천이 트윌·고통기성·정전기 방지 처리된 것인지 점검합니다. 마지막으로 현장 습도가 70% 미만인지 확인합니다. 이렇게 원인을 하나씩 짚는 습관이 곧 크랙 방지의 감각이며, 어떤 조치를 하든 반드시 낙하 테스트(본 용기·1시간마다)**로 검증해야 합니다.

6-6. 리필 관리 — 접시와 케이스

성형된 내용물은 팬(접시)에 담겨 케이스에 조립되어야 비로소 제품이 됩니다. 먼저 팬은 성형 전에 깨끗하게 탈지해야 합니다. 기름기나 이물이 남으면 내용물이 제대로 붙지 않아 유통 중에 떨어질 수 있습니다. 팬을 케이스에 붙일 때는 한 곳만 접착하면 사용 중 팬이 돌아가므로 세 지점 정도를 접착합니다. 리필 교체형 제품이라면 팬과 케이스의 규격(크기·깊이·자석 위치)이 배치마다 일정해야 호환됩니다. 투명 용기는 팬의 앞·옆면을 반드시 닦고, 파우더가 (−)로 대전되어 잘 묻으므로 에어 블로잉과 석션으로 표면을 정리합니다. 리필 관리는 소비자가 제품을 열었을 때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단계입니다.

6-7. 마무리와 검사

성형이 끝나면 곧바로 검사로 이어집니다. 외관(표면·크랙·이물)을 살피고, 경도를 측정해 모니터링하며, 낙하 테스트로 유통 견딤을 확인합니다. 생산 직전에는 표준품과 색상을 다시 견주어 배치 간 색차가 없는지 봅니다. 이 자주검사를 게을리하면 앞 시간대에 조용히 쌓인 불량이 한꺼번에 클레임으로 돌아옵니다.

정리하면 성형 공정은 ‘적정 압력을 찾고, 공기를 빼고, 크랙을 막고, 팬에 단정히 담는’ 감각적 작업이자, 일반 타정에서 젤리 타정까지 끊임없이 진화해 온 기술의 무대입니다. 딱딱하게 눌러 낙하만 버티게 하면 발림성을 잃고, 무르게 하면 깨집니다. 그 사이에서 최적을 찾아 디자인까지 입혀 온 것이 한국 색조 성형기술의 역사입니다.

다음 장에서는 가루의 세계를 떠나, 물과 기름을 함께 다루는 유화 공정 — 리퀴드 파운데이션과 에어쿠션의 세계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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