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계면활성제와 유화

학습목표

  • 계면장력이 무엇이고 계면활성제가 이것을 어떻게 낮추는지 설명할 수 있다.
  • 계면활성제 네 종류의 차이와 각각이 쓰이는 제품을 말할 수 있다.
  • HLB 값으로 O/W와 W/O 유화제를 구분할 수 있다.
  • 유화가 깨지는 네 가지 현상을 알고 각각의 원인을 짐작할 수 있다.
  • 유화기의 기본 구조와 호모믹서의 역할을 이해한다.

마요네즈는 왜 갈라지지 않나

제조실에 처음 들어간 날, 유화기 안에서 하얀 크림이 돌고 있었습니다. 선배가 물었습니다. “이거 물이 70%야. 기름이 25%고. 그런데 왜 안 갈라질까?” 신입사원은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선배가 이어 말했습니다. “마요네즈 생각해 봐. 기름과 식초를 섞은 건데 안 갈라지지. 계란 노른자 때문이야. 여기서는 계란 노른자 역할을 하는 게 유화제고.”

화장품 공장에서 만드는 제품의 절반 이상이 물과 기름을 섞은 유화 제품입니다. 크림, 로션, 에센스, 파운데이션, 선크림, 클렌징 크림이 모두 유화입니다. 유화를 이해하면 공장 제조실에서 일어나는 일의 대부분을 이해할 수 있고, 크림이 갈라졌을 때 어디부터 봐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장은 화학식 없이 그림과 비유로 유화를 설명합니다.

1. 계면과 계면장력

서로 다른 것이 만나는 면

계면(interface)은 서로 섞이지 않는 두 물질이 맞닿는 면입니다. 물과 공기가 맞닿는 면, 물과 기름이 맞닿는 면이 계면입니다. 컵에 물과 기름을 부으면 기름이 위에 뜨고 그 사이에 뚜렷한 경계선이 생깁니다. 그 경계선이 계면입니다.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 이유는 물 분자끼리 서로 강하게 당기기 때문입니다. 물 분자는 자기끼리 붙어 있으려는 힘이 강해서 기름 분자를 사이에 끼워 주지 않습니다. 이 힘이 계면에서 나타나는 것이 계면장력(interfacial tension)입니다. 계면장력이 클수록 두 물질은 서로를 밀어내고 계면을 최대한 작게 만들려고 합니다. 물방울이 둥글게 뭉치는 것, 기름 방울이 물 속에서 둥글게 뭉치는 것이 모두 이 힘 때문입니다.

섞으려면 계면장력을 낮추어야 한다

물과 기름을 세게 저으면 잠시 섞인 것처럼 보이지만 곧 다시 갈라집니다. 저어서 작은 방울로 부수어 놓아도 계면장력이 방울들을 다시 합쳐 큰 방울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섞인 상태를 유지하려면 계면장력 자체를 낮춰야 합니다. 그 일을 하는 것이 계면활성제입니다.

이 표의 세 번째 줄이 공장에서 하는 일입니다. 계면활성제로 계면장력을 낮추고, 호모믹서로 방울을 작게 부수는 것입니다. 둘 중 하나만 없어도 크림은 되지 않습니다.

2. 계면활성제의 구조와 종류

머리는 물을, 꼬리는 기름을 좋아한다

계면활성제(surfactant)는 한 분자 안에 성질이 반대인 두 부분을 가진 물질입니다. 물을 좋아하는 머리(친수기)와 기름을 좋아하는 꼬리(친유기)입니다. 성냥에 비유하면 둥근 머리가 친수기, 긴 막대가 친유기입니다.

계면활성제를 물과 기름 사이에 넣으면 머리는 물 쪽을, 꼬리는 기름 쪽을 향해 계면에 나란히 줄을 섭니다. 그러면 물과 기름이 직접 맞닿지 않고 계면활성제를 사이에 두고 만나게 되어 계면장력이 낮아집니다. 기름 방울 하나를 계면활성제가 빙 둘러싸면 그 방울은 물 속에서 편안하게 떠 있을 수 있습니다.

머리의 전하로 나뉘는 네 종류

계면활성제는 물에 녹았을 때 머리가 어떤 전하를 띠는가로 네 종류로 나뉩니다. 전하에 따라 잘하는 일과 피부 자극이 달라집니다.

기초 화장품의 유화제는 거의 전부 비이온입니다. 자극이 가장 적고 다른 원료와 충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4장에서 본 대로 모발은 음전하를 띠므로 양이온 계면활성제가 달라붙어 린스 효과를 냅니다. 음이온과 양이온은 섞으면 서로 붙어 가라앉으므로 한 처방에 같이 넣지 않습니다. 샴푸와 린스가 따로 있는 이유입니다.

음이온 계면활성제 중 SLS(소디움라우릴설페이트)와 SLES는 “설페이트 무첨가” 마케팅의 대상입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원료는 아니지만 세정력이 강해 자극이 있을 수 있고, 소비자가 기피합니다. 고객사가 “설페이트 프리”를 원하면 양쪽성이나 아미노산계 세정제로 바꾸는데, 거품이 덜 나고 값이 비싸집니다.

3. HLB의 개념

물을 더 좋아하나, 기름을 더 좋아하나

계면활성제마다 머리와 꼬리의 비율이 다릅니다. 머리가 큰 것은 물을 더 좋아하고, 꼬리가 긴 것은 기름을 더 좋아합니다. 이 정도를 숫자로 나타낸 것이 HLB(Hydrophilic-Lipophilic Balance, 친수성-친유성 균형)입니다. 0에서 20 사이의 값으로, 숫자가 클수록 물을 좋아합니다.

HLB를 어떻게 쓰나

연구소에서는 크림의 기름 성분에 맞는 HLB를 계산해 유화제를 고릅니다. 기름마다 “이 기름을 유화하려면 HLB 얼마가 필요하다”는 값(요구 HLB)이 있고, 그 값에 맞추어 HLB가 높은 유화제와 낮은 유화제를 섞습니다. 크림 처방에 유화제가 보통 두 개 이상 들어 있는 이유입니다.

생산 현장에서 HLB를 직접 계산할 일은 없습니다. 다만 처방에서 유화제를 바꾸거나 함량을 바꾸면 유화가 깨질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어야 합니다. “유화제 A가 없어서 비슷한 B로 바꾸어 넣었다”는 것은 크림을 폐기하는 지름길입니다. HLB가 다르면 같은 유화제가 아닙니다.

4. 유화의 종류

무엇이 방울이고 무엇이 바다인가

유화(emulsion)는 섞이지 않는 두 액체 중 하나가 작은 방울로 다른 하나 속에 흩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방울이 된 쪽을 내상(분산상), 바다가 된 쪽을 외상(연속상)이라고 합니다. 어느 쪽이 바다인가에 따라 유화의 종류가 나뉩니다.

O/W와 W/O를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물에 떨어뜨려 보는 것입니다. O/W는 바다가 물이므로 물에 풀리고, W/O는 바다가 기름이므로 물에 뜨습니다. 품질관리실에서 유화 타입을 확인할 때 실제로 쓰는 방법입니다.

왜 기초는 O/W, 색조는 W/O인가

기초 화장품은 대부분 O/W입니다. 물이 바다이므로 바르면 시원하고 가벼우며, 물이 많아 값도 쌉니다. 색조 화장품, 특히 파운데이션과 쿠션은 W/O가 많습니다. 기름이 바다이므로 땀과 피지에 무너지지 않고 오래 지속됩니다. 선크림도 물에 강해야 하면(워터프루프) W/O로 만듭니다.

W/O는 만들기가 더 어렵습니다. 기름 바다에 물을 방울로 넣는 것이 반대보다 불안정하고, 물 방울이 커지면 쉽게 갈라집니다. 그래서 W/O 제품은 유화 시간과 투입 속도를 더 엄격히 지켜야 하고, 생산 후 안정성 확인도 더 오래 합니다.

5. 유화 안정성과 불안정 현상

유화는 원래 깨지려고 한다

유화는 자연스러운 상태가 아닙니다. 물과 기름은 늘 갈라지려고 하고, 유화제와 점증제가 그것을 막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모든 유화 제품은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바뀝니다. 문제는 그 변화가 사용기한 안에 눈에 띄는가입니다. 유화가 깨지는 방식은 네 가지입니다.

크리밍과 응집은 방울이 아직 각자 살아 있는 상태라 흔들면 되돌아옵니다. 합일은 방울 자체가 없어진 것이므로 되돌릴 수 없습니다. 크림이 “물과 기름으로 갈라졌다”고 하면 보통 크리밍에서 시작해 합일로 끝난 것입니다.

안정성을 높이는 세 가지

유화를 오래 유지하는 방법은 세 가지입니다. 방울을 작고 고르게 만드는 것, 유화제로 방울 표면을 튼튼히 감싸는 것, 점증제로 바다를 걸쫙하게 만들어 방울이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연구소는 뒤의 두 가지를 처방으로 정하고, 공장은 첫 번째를 설비와 공정 조건으로 담당합니다. 유화 온도, 호모믹서 회전 속도, 유화 시간, 냉각 속도가 모두 방울 크기를 좌우합니다. 제조기록서에 이 숫자들이 적혀 있는 이유입니다.

6. 유화 장비의 기초

진공 유화기의 구조

화장품 공장의 제조실에서 가장 큰 설비가 진공 유화기입니다. 스테인리스 통 안에 여러 개의 교반 장치와 온도 조절 장치가 들어 있고, 뚤꺽을 닫고 진공을 걸 수 있습니다. 크기는 실험용 1kg부터 양산용 1~5톤까지 다양합니다.

호모믹서의 회전 속도는 분당 수천 회전에 이릅니다. 물과 기름이 이 날개 사이를 지나면서 잘게 부서집니다. 회전 속도가 높을수록, 시간이 길수록 방울이 작아지지만, 너무 오래 돌리면 열이 나고 고분자가 끊어져 점도가 떨어집니다. 처방마다 최적의 속도와 시간이 있고, 그것이 제조 표준서에 적혀 있습니다.

유화 공정의 순서

크림 한 배치를 만드는 순서는 대개 이렇습니다.

  1. A상(수상)을 유화기에 넣고 75℃로 가열합니다.
  2. B상(유상)을 별도 용해조에서 75℃로 가열해 완전히 녹입니다.
  3. 호모믹서를 돌리면서 B상을 A상에 천천히 넣습니다. 이때 유화가 일어납니다.
  4. 정해진 속도와 시간으로 유화합니다. 보통 3~10분입니다.
  5. 자켓에 찬물을 돌려 천천히 식힙니다. 패들 믹서는 계속 돌립니다.
  6. 40℃ 이하가 되면 C상(방부제, 향료, 기능성 원료)을 넣습니다.
  7. 진공을 걸어 기포를 빼고 실온까지 식힙니다.
  8. 벌크를 배출해 품질관리실에 검사를 의뢰합니다.

이 순서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는 75℃와 40℃입니다. 75℃는 유화제와 왕스가 완전히 녹는 온도이고, 40℃는 열에 약한 원료를 넣어도 되는 온도입니다. 두 온도 모두 처방에 따라 달라지므로 작업지시서의 숫자를 따릅니다.

OJT 현장노트

유상을 너무 빨리 부었더니 생긴 일

생산 작업자가 로션 배치를 만들면서 유상을 수상에 넣는 단계를 서둘렀습니다. 제조 표준서에는 “3분에 걸쳐 천천히”라고 되어 있었는데 30초 만에 다 부었습니다. 유화 시간은 정해진 대로 지켰습니다. 벌크는 보기에 멀쩡했고 점도도 기준 안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가속 안정성 시험에서 2주 만에 위쪽에 기름막이 생겼습니다. 크리밍에서 합일로 가는 중이었습니다.

유상을 한꺼번에 부으면 호모믹서가 미처 부수지 못한 큰 방울이 남습니다. 눈으로는 같은 크림이지만 현미경으로 보면 방울 크기가 고르지 않습니다. 큰 방울이 먼저 떠오르고 작은 방울을 흡수합니다. 가속 시험이 없었다면 시장에 나간 뒤 석 달 만에 클레임이 들어왔을 것입니다. 제조 표준서의 “3분”은 그냥 적혀 있는 숫자가 아닙니다.

유화제 하나 바꿨더니 크림이 물이 된 이야기

원료 수급이 늦어져 구매팀이 같은 이름의 유화제를 다른 원료사에서 급히 사왔습니다. INCI명이 같으니 문제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유화제는 에틸렌옥사이드 부가 몰 수가 달라 같은 이름으로 불리더라도 HLB가 달랐습니다. 유화는 되었지만 점도가 기준의 절반도 안 나왔고, 다음 날 위에 물이 고였습니다.

유화제는 “비슷한 것”이 없습니다. 처방에 적힌 원료사와 등급 그대로 써야 하고, 바꿔야 한다면 연구소가 실험실에서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이 일로 구매팀과 연구소 사이에 “원료 대체 시 연구소 사전 승인” 규칙이 생겼습니다.

선배의 한마디

“크림은 원래 갈라지고 싶어 하는 걸 우리가 억지로 붙들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온도, 속도, 시간 중에 하나라도 대충 하면 크림이 그 틈을 알고 갈라져.”

핵심정리

  • 물과 기름은 계면장력 때문에 섞이지 않고, 계면활성제가 계면장력을 낮춰 섞인 상태를 유지합니다.
  • 계면활성제는 물을 좋아하는 머리와 기름을 좋아하는 꼬리로 되어 있고, 머리의 전하에 따라 음이온(세정), 양이온(린스), 양쪽성(순한 세정), 비이온(유화)으로 나뉩니다.
  • HLB는 계면활성제가 물과 기름 중 어느 쪽을 더 좋아하는지를 0~20으로 나타낸 값입니다. 낮으면 W/O, 높으면 O/W 유화제입니다.
  • O/W는 물이 바다여서 가볍고, W/O는 기름이 바다여서 물에 강합니다. 기초는 대부분 O/W, 파운데이션·쿠션은 W/O가 많습니다.
  • 유화는 크리밍, 응집, 합일, 오스트발트 숙성의 네 가지 방식으로 깨집니다. 방울을 작고 고르게 만드는 것이 공장이 맡은 안정성 확보 방법입니다.
  • 유화기의 호모믹서가 방울을 부수고, 유화 온도(보통 75℃), 투입 속도, 유화 시간, 후첨가 온도(보통 40℃ 이하)가 제조 표준서에 정해져 있습니다.

확인문제

1. 계면활성제가 물과 기름을 섞이게 하는 원리는?

① 물을 기름으로 바꿈 ② 계면장력을 낮춤 ③ 온도를 높임 ④ 물을 증발시킴

2. 린스에 쓰는 계면활성제의 종류와 이유는?

① 음이온, 세정력 ② 양이온, 음전하 모발에 부착 ③ 비이온, 자극 없음 ④ 양쪽성, 거품

3. HLB 4~6인 유화제로 만드는 유화와 그 대표 제품은?

① O/W, 보습 로션 ② W/O, 파운데이션 ③ 가용화, 토너 ④ 세정, 샴푸

4. 유화가 깨지는 현상 중 흔들어도 되돌아오지 않는 것은?

① 크리밍 ② 응집 ③ 합일 ④ 모두 되돌아옴

5. 유화 공정에서 방부제와 향료를 넣는 시점은?

① A상 가열 전 ② 유화 직후 75℃ ③ 40℃ 이하로 식은 뒤 ④ 충전 직전

6. (서술) 유상을 수상에 “3분에 걸쳐 천천히” 넣으라고 정해진 이유를 방울 크기와 안정성의 관계로 설명하시오.

7. (서술) 같은 INCI명의 유화제를 다른 원료사 제품으로 바꿀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이유를 쓰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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