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목표
- 분산과 유화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다.
- 안료가 가라앉거나 뭉치는 이유와 그것을 막는 방법을 말할 수 있다.
- 가용화가 무엇이고 토너에 향료가 맑게 녹아 있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 나노 기술과 리포좀이 무엇인지 개요 수준에서 안다.
파운데이션 병 바닥에 가라앉은 것
품질관리실 신입사원이 보관검체를 점검하다 파운데이션 병 바닥에 색이 진한 층이 가라앉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위쪽은 묽고 연했습니다. 유화가 깨진 것이라고 보고했더니 선배가 병을 들어 흔들어 보고 말했습니다. “유화는 멀쩡해. 이건 안료가 가라앉은 거야. 기름이 갈라진 게 아니라 가루가 가라앉은 거지.”
6장에서 물과 기름을 섞는 유화를 배웠습니다. 그런데 화장품에는 액체가 아닌 가루도 들어갑니다. 파운데이션의 색을 내는 안료, 선크림의 자외선 차단 가루, 스크럽의 알갱이가 그것입니다. 가루를 액체 속에 고르게 흩는 것이 분산이고, 유화와는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또 하나, 향료처럼 기름 성분을 물에 맑게 녹이는 가용화도 이 장에서 다룹니다. 토너가 투명한 이유입니다.
1. 분산의 원리와 분산 안정성
유화는 액체를, 분산은 고체를 흩는다
분산(dispersion)은 고체 입자를 액체 속에 고르게 흩어 놓는 것입니다. 유화가 기름 방울을 물에 흩는 것이라면, 분산은 가루 알갱이를 액체에 흩는 것입니다. 흑백 물감을 물에 풀면 분산, 기름을 물에 섞으면 유화입니다.

가루는 가라앉고 뭉친다
고체 입자는 액체 속에서 두 가지 문제를 일으킵니다. 첫째, 액체보다 무거워서 가라앉습니다. 이것을 침강이라고 합니다. 이산화티타늄은 물보다 네 배 무겁습니다. 둘째, 입자끼리 서로 달라붙어 덩어리를 만듭니다. 이것을 응집이라고 합니다. 작은 입자일수록 표면적이 커서 서로 달라붙으려는 힘이 강합니다. 밀가루를 물에 부으면 덩어리가 지는 것과 같습니다.
이 두 문제를 막는 방법도 두 가지입니다.

분산제(dispersant)는 유화제와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입자 표면에 달라붙어 입자끼리 직접 닿지 못하게 막습니다. 표면이 같은 전하를 띠게 해서 서로 밀어내게 하거나, 긴 사슬로 감싸서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합니다.
분산은 힘으로 한다
안료 가루는 사온 상태에서 이미 덩어리로 뭉쳐 있습니다. 이 덩어리를 부수어 낱알로 풀어 주지 않으면 분산제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색조 화장품 공장에는 유화기 외에 분산 전용 설비가 있습니다.

분산이 잘 되었는지는 입도로 확인합니다. 그라인드 게이지라는 홈이 파인 판에 내용물을 발라 덩어리가 어느 크기부터 보이는지 재면, 분산이 덜 된 덩어리가 줄무늬로 나타납니다. 색조 품질검사의 기본 항목입니다.
2. 안료 분산과 색조 화장품
같은 안료, 다른 색
색조 화장품의 색은 안료의 종류와 비율로 정해지지만, 같은 처방이라도 분산 정도에 따라 색이 달라집니다. 안료 입자가 덩어리로 뭉쳐 있으면 빛이 덜 산란되어 색이 탁하고 어둡습니다. 낱알로 잘 풀리면 같은 양으로도 더 선명하고 밝습니다. 파운데이션 색상을 맞추는 조색 작업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입니다. 안료 비율이 같아도 분산 시간이 다르면 다른 색이 나옵니다.
그래서 색조 제품은 로트마다 표준 색상과 비교합니다. 표준견본과 나란히 발라 눈으로 보고, 색차계로 숫자를 재서 허용 범위 안인지 확인합니다. 20장 관능평가에서 다시 다룹니다.
표면 처리 안료
안료는 원래 물을 좋아하는 것이 많습니다. 그런데 파운데이션은 대부분 W/O 유화라 안료가 기름 속에 들어가야 합니다. 물을 좋아하는 안료를 기름에 넣으면 뭉칩니다. 그래서 안료 표면을 미리 기름 좋아하는 물질로 코팅한 표면 처리 안료를 씁니다.

표면 처리 안료는 무처리보다 비싸지만 분산이 쉬워 공정 시간이 줄고 색 재현성이 좋습니다. 처방에 “이산화티타늄”이 아니라 “이산화티타늄, 트리에톡시카프릴릴실란”으로 적혀 있으면 실리콘 처리 안료입니다. 구매팀이 무처리 안료로 잘못 사오면 같은 이산화티타늄이라도 분산이 안 됩니다.
선크림도 분산이다
무기 자외선 차단제(이산화티타늄, 산화아연)는 안료와 같은 가루입니다. 선크림은 이 가루를 유화에 분산시킨 제품입니다. 분산이 덜 되면 두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덩어리 사이로 자외선이 통과해 SPF가 떨어지고, 바르면 하얗게 떠옵니다(백탁). 선크림 공정에서 차단제 분산 시간을 엄격히 지키는 이유이고, 2장에서 본 “처방을 바꿨더니 SPF가 변했다”는 사례의 원인도 분산 상태 변화입니다.
3. 가용화와 마이셀
기름을 물에 투명하게 녹이는 법
토너나 미스트는 투명한데 향이 납니다. 향료는 기름 성분이므로 물에 그냥 넣으면 흐려지거나 위에 뜹니다. 투명하게 만드는 방법이 가용화(solubilization)입니다. 유화와 원리는 같지만 기름의 양이 훨씬 적고 방울이 훨씬 작습니다.
계면활성제를 물에 일정 농도 이상 넣으면 분자들이 꼬리를 안쪽으로 모아 작은 공 모양을 만듭니다. 이것을 마이셀(micelle)이라고 합니다. 마이셀 안쪽은 꼬리들이 모여 기름 성질이므로, 향료 같은 기름 성분이 그 안에 숨을 수 있습니다. 마이셀은 빛의 파장보다 작아서 빛을 산란시키지 않고, 그래서 투명하게 보입니다.

가용화제와 사용량
가용화제는 HLB가 높은 비이온 계면활성제입니다. 폴리소르베이트 80, PEG-40 경화피마자유, PEG-60 경화피마자유가 대표적입니다. 보통 향료의 5~10배를 넣습니다. 향료 0.1%면 가용화제 0.5~1%입니다. 가용화제가 부족하면 흐려지고, 너무 많으면 끌적이고 거품이 납니다.
가용화는 온도에 민감합니다. 따뜻할 때 투명했던 토너가 차가운 창고에서 흐려지기도 합니다. 낮은 온도에서 마이셀이 기름을 덜 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토너의 안정성 시험에는 저온 보관 후 투명도 확인이 들어 있습니다. 생산에서는 향료와 가용화제를 먼저 따로 섞어 둔 뒤 물에 넣습니다. 순서를 바꿔 향료를 물에 먼저 넣으면 흐려진 뒤 다시 투명해지지 않습니다.

4. 나노 기술과 리포좀
개요만 알아 두면 되는 것들
유화와 가용화의 중간에 나노 유화가 있습니다. 방울 크기를 0.1 마이크로미터 이하로 만든 유화로, 반투명하고 피부에 가볍게 발립니다. 고압 유화기나 초음파 장비가 필요해 일반 공장에서는 많이 만들지 않습니다.
리포좀(liposome)은 인지질이 이중막을 이루어 만든 작은 주머니입니다. 세포막과 같은 구조여서 피부 친화적이고, 안에 유효성분을 담아 보호할 수 있습니다. “리포좀 비타민 C”처럼 원료 형태로 사서 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기술들은 연구소의 영역이고 입문 단계에서 깊이 알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나노”라는 말을 표시·광고에 쓸 때는 규정이 있다는 것은 알아 두어야 합니다. 나노 물질을 쓴 제품은 전성분에 “(나노)”를 표시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유럽은 더 엄격합니다. 고객사가 “나노 기술” 문구를 원하면 인허가 담당자와 먼저 확인합니다.
OJT 현장노트
분산 시간 10분을 줄였더니 파운데이션 색이 달라진 일
파운데이션 양산 중 일정이 밀려 작업자가 안료 분산 시간을 30분에서 20분으로 줄였습니다. 처방은 그대로였고 점도도 기준 안이었습니다. 그런데 품질관리실에서 표준견본과 비교했더니 한 톤 어두웠습니다. 색차계 값도 허용 범위를 넘었습니다. 안료 양은 같은데 덩어리가 덜 풀려 빛을 덜 반사한 것입니다.
색조 제품은 처방이 같아도 분산 조건이 다르면 다른 제품입니다. 그 벌크는 분산을 10분 더 해서 색을 맞췄지만, 다시 품질검사를 받느라 줄인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잃었습니다.
토너가 겨울에 흐려진 이야기
여름에 개발해 출시한 토너가 겨울에 “흐릿하다”는 클레임이 들어왔습니다. 품질팀이 보관검체를 보니 실온에서는 투명했습니다. 그런데 냉장고에 하루 넣었다 꺼내니 흐려져 있었습니다. 가용화제가 향료 대비 가까스로 들어가 저온에서 마이셀이 향료를 다 품지 못한 것입니다. 여름에 개발할 때 저온 시험을 생략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가용화제를 조금 늘리고 처방을 바꿨습니다. 그 뒤로 이 연구소에서는 계절과 상관없이 모든 투명 제품에 저온(5℃) 안정성 시험을 필수로 했습니다. 제품은 여름에만 팔리는 게 아니니까요.
선배의 한마디
“유화 ,분산, 가용화 이세개가 화장품 생산의 기본이야. 이 원리만 잘 알아도 화장품에 대해 50%를 아는거야”
핵심정리
- 유화는 액체 방울을, 분산은 고체 입자를 액체에 흩는 것입니다. 안료가 들어가는 색조 제품과 선크림은 유화이면서 분산입니다.
- 고체 입자는 가라앉고(침강) 뭉칩니다(응집). 점증제가 침강을, 분산제와 표면 처리가 응집을 막습니다.
- 분산은 힘으로 합니다. 3본 롤 밀, 비드 밀 같은 전용 설비가 있고, 분산 시간이 달라지면 같은 처방이라도 색이 달라집니다.
- 표면 처리 안료는 무처리 안료와 분산 특성이 달라 함부로 바꿀 수 없습니다.
- 가용화는 소량의 기름을 마이셀 안에 가두어 물에 투명하게 녹이는 것입니다. 향료의 5~10배 가용화제를 쓰고, 저온에서 흐려질 수 있어 저온 시험이 필요합니다.
- 나노 유화와 리포좀은 연구소 영역이며, “나노” 표시에는 규정이 있습니다.
확인문제
1. 파운데이션 병 바닥에 진한 색 층이 가라앉았다면 어떤 현상인가?
① 유화 합일 ② 안료 침강 ③ 가용화 실패 ④ 미생물 오염
2. 같은 처방의 파운데이션이 로트마다 색이 달라지는 주된 원인은?
① 안료 가격 ② 분산 정도 차이 ③ 방부제 차이 ④ 향료 차이
3. W/O 파운데이션에 표면 처리 안료를 쓰는 이유는?
① 값이 싸서 ② 기름에 잘 흩어지도록 ③ 방부 효과 ④ 향을 내려고
4. 토너가 투명한 이유는?
① 기름이 없어서 ② 향료가 마이셀 안에 가두어져 빛을 산란시키지 않아서 ③ 유화되어서 ④ 물만 있어서
5. 가용화 제품의 안정성 시험에 저온 보관이 들어가는 이유는?
① 얼어서 깨지는지 보려고 ② 낮은 온도에서 흐려질 수 있어서 ③ 방부력 확인 ④ 향 변화 확인
6. (서술) 유화와 분산의 차이를 설명하고, 선크림이 두 가지에 모두 해당하는 이유를 쓰시오.
7. (서술) 안료 분산 시간을 임의로 줄이면 생기는 문제와 그 이유를 쓰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