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핵심: 스킨케어 생산기술 — 이 책을 펴내며 — 두 번째 책입니다. 첫 책 『현장에서 배우는 화장품 생산기술 — 메이크업편』을 내고 나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기초는 언제 나오느냐”였습니다. 파운데이션과 립스틱을 만드는 이야기를 반가워해 주신 분들이, 정작 자기 라인에서 매일 돌리는…
목차
두 번째 책입니다.
첫 책 『현장에서 배우는 화장품 생산기술 — 메이크업편』을 내고 나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기초는 언제 나오느냐”였습니다. 파운데이션과 립스틱을 만드는 이야기를 반가워해 주신 분들이, 정작 자기 라인에서 매일 돌리는 스킨과 로션, 크림과 세럼 이야기를 기다리고 계셨던 겁니다. 그럴 만합니다. 우리나라 화장품 공장에서 가장 많이, 가장 큰 배치로 생산되는 것이 바로 이 기초(스킨케어) 제품이니까요.
메이크업편이 고체를 다루는 기술의 책이었다면 — 분체를 섞고, 눌러 성형하고, 오일에 색을 분산시키는 — 이 책은 물과 기름을 섞어 오래 버티게 하는 기술의 책입니다. 스킨케어 생산의 한복판에는 언제나 유화(乳化)가 있습니다. 서로 섞이지 않으려는 물과 기름을 억지로 붙여 크림이 되게 만들고, 그 상태가 몇 년이 지나도 흐트러지지 않도록 붙들어 두는 일. 말은 간단하지만, 이 한 문장 안에 스킨케어 생산의 어려움이 거의 다 들어 있습니다.
교과서에 없는 질문들
현장에는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질문이 참 많습니다.
크림은 왜 시간이 지나면 위아래로 분리될까.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 세럼 표면에 며칠 뒤 뜬 기름방울은 무엇일까. 어제까지 맑던 스킨이 오늘 아침 왜 뿌옇게 흐려져 있을까. 비타민C를 넣은 제품은 왜 노랗다 못해 갈색으로 변할까. 분명 같은 처방, 같은 원료로 만들었는데 배치마다 향이 다르고 색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충전은 똑같이 했는데 왜 이 배치만 캡 주변에서 액이 새어 나올까.
저도 신입 때는 이런 질문 앞에서 한참을 헤맸습니다. 물어볼 곳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처방서에는 “호모믹서 3,000rpm 10분”이라고만 적혀 있지, 그 회전수를 지키지 못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불량이 날 때마다, 클레임이 들어올 때마다, 원인을 찾아 노트에 적어 두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이 크림이 깨진 건 냉각을 너무 빨리 해서였다”, “그 스킨의 백탁은 가용화제가 부족해서였다” — 그런 기록이 26년 동안 쌓였고, 그 가운데 기초 화장품에 관한 부분을 골라 묶은 것이 이 책입니다.
이 책이 다루는 것
이 책은 원료의 성질을 읽는 법에서 시작합니다. 물과 기름, 계면활성제와 점증제가 각각 어떤 성질을 가졌고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먼저 잡습니다(1부). 그다음에 유화와 유변학, pH와 방부처럼 제형을 떠받치는 과학을 짚습니다(2부). 저는 이 2부를 이 책에서 가장 아꼈습니다. 여기를 이해하면 “왜 그 불량이 났는지”가 대부분 스스로 풀리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가용화·유화·겔과 세럼·무수와 클렌징·선케어·시트마스크까지 제품군별 공정을 하나씩 다루고(3부), 설비와 스케일업(4부), 품질관리와 안정성·방부력 시험(5부)으로 넘어갑니다. 뒤에서는 실제로 겪은 불량 사례를 놓고 원인을 거꾸로 추적하는 사고법을 정리했고(6부), 마지막에는 기능성 화장품 심사와 표시·광고, 사용감 평가처럼 개발과 현장을 잇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7부).
메이크업편을 보신 분이라면 한 가지 눈치채실 겁니다. 이 책에는 생산계획이나 원가, 조직 운영 같은 이야기가 없습니다. 그 주제들은 색조든 기초든 공장 살림살이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아서, 메이크업편에 이미 담아 두었습니다. 그 자리를 이 책에서는 스킨케어에만 있는 깊이로 다시 채웠습니다. 두 권을 나란히 두면, 색조와 기초를 아우르고 거기에 운영·원가까지 보이는 한 세트가 됩니다.
읽는 법
읽는 순서는 자유입니다.
이제 막 공장에 들어온 신입사원이라면 앞에서부터 차례로 읽으시길 권합니다. 원료(1부)가 왜 그렇게 움직이는지부터 잡아야 그 뒤의 공정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미 라인을 맡고 계신 실무자라면, 지금 담당하는 제형이나 지금 겪고 있는 불량이 나오는 장부터 펼치셔도 됩니다. 로션을 맡으셨다면 12장, 세럼이라면 14장, 자꾸 분리가 난다면 31장으로 바로 가시면 됩니다.
품질(QA·QC) 담당자라면 5부와 안정성·방부력을 다룬 28·29장이 축이 될 것이고, 처방·개발과 생산을 잇는 자리에 계신 분이라면 2부(제형의 과학)와 7부(심사·규제)가 핵심입니다. 공장장과 관리자라면 제형의 과학으로 “왜 그 불량이 나는지”를 먼저 이해하시고, 22장(스케일업)과 6부(트러블슈팅)로 현장을 잡으시길 권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유화와 설비, 불량 사례와 시험법을 중심으로 그림과 도표를 넉넉히 실었습니다. 어려운 이론을 늘어놓기보다는, 현장에서 바로 확인하고 적용할 수 있게 쓰려고 애썼습니다.
마무리
26년을 했지만 저 역시 아직도 새로운 불량 앞에서 고개를 갸웃할 때가 있습니다. 이 책이 모든 답을 담고 있다고는 감히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다만 제가 헤매며 적어 둔 기록이, 지금 같은 자리에서 헤매고 계신 누군가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드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이 책은 제 몫을 다한 것입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겠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께 작은 도움이라도 되기를 바랍니다.
화장품 김공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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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 목차: 스킨케어 생산기술 전체 목차
- 함께 보기: 1장. 화장품 산업과 스킨케어 제품의 이해
- 함께 보기: 2장. 생산자가 알아야 할 기초 원료
- 참고 기관: 식품의약품안전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