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목표
- 신제품이 기획에서 양산까지 거치는 다섯 단계를 순서대로 말할 수 있습니다.
- 고객의 요구를 개발의뢰서로 정리하는 방법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 샘플이 몇 차례의 수정을 거쳐 확정되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을 기록해야 하는지 설명할 수 있습니다.
- 고객 컨펌 이후 진행되는 이화학 테스트의 종류와 목적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 원가 산정의 항목과 견적서의 구성을 이해하고, 양산 이관 때 확인해야 할 항목을 말할 수 있습니다.
도입 상황: “샘플은 좋았는데, 왜 양산품은 다르죠?”
입사 4개월 차 박 주임은 영업팀에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고객사가 지난달 컨펌한 샘플과 이번 주 나온 양산 첫 로트(lot)의 점도가 다르다고 항의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연구소에 확인해 보니 샘플은 500g 비커에서 만들었고, 양산은 1,000kg 탱크에서 만들었습니다. 교반 속도와 냉각 시간이 달랐던 것입니다. 연구원은 “스케일업 테스트를 한 번 더 했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신제품 개발은 아이디어가 제품이 되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은 한 사람이 끝까지 가져가지 않습니다. 영업, 연구소, 품질, 구매, 생산이 바통을 넘기듯 이어서 맡습니다. 바통을 넘길 때마다 확인하지 않으면 박 주임이 겪은 일이 생깁니다. 이 장에서는 그 바통이 어떤 순서로, 어떤 기록과 함께 넘어가는지 살펴봅니다.
1. 상품 기획과 컨셉
개발은 고객의 한마디에서 시작됩니다
OEM/ODM 공장의 신제품 개발은 대부분 고객의 요청에서 시작됩니다. 고객은 브랜드사일 수도 있고, 유통사나 인플루언서일 수도 있습니다. 요청의 모양은 제각각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수분 크림 하나 만들어 주세요”처럼 막연할 때도 있고, 경쟁 제품을 들고 와서 “이것과 비슷하게 만들어 주세요”라고 할 때도 있습니다. 어떤 모양이든 이 요청을 연구소가 일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것이 기획 단계의 첫 일입니다.
그 형태가 바로 개발의뢰서입니다. 개발의뢰서는 영업 담당자가 고객과 상담하면서 채우는 문서입니다. 제품의 종류, 사용 목적, 원하는 사용감, 향, 용량, 용기 형태, 목표 가격, 희망 납기 같은 항목이 들어갑니다. 이 문서가 비어 있으면 연구소는 추측으로 샘플을 만들게 됩니다. 추측으로 만든 샘플은 수정 횟수가 늘어나고, 개발 기간이 길어집니다.
아래 표는 개발의뢰서에 꼭 들어가야 하는 항목과, 비어 있을 때 생기는 문제를 정리한 것입니다.
| 항목 | 내용 예시 | 비어 있으면 생기는 문제 |
|---|---|---|
| 제품 종류 | 수분 크림, 50mL | 제형 방향을 정할 수 없음 |
| 핵심 컨셉 | 끈적임 없는 산뜻한 보습 | 사용감 기준이 없어 수정 반복 |
| 주요 성분 | 히알루론산, 판테놀 강조 | 표시 광고 문구와 처방이 어긋남 |
| 향 | 무향 또는 은은한 플로럴 | 향 때문에 샘플 전체를 다시 만듦 |
| 용기 | 50mL 유리 단지, 금색 캡 | 점도·충전 방식 결정 지연 |
| 목표 원가 | 개당 ○○○원 이내 | 고가 원료를 써서 견적 불일치 |
| 희망 납기 | 3개월 후 출시 | 안정성 시험 기간 확보 불가 |
| 수량 | 초도 5,000개 | 최소 주문 수량(MOQ) 판단 불가 |
컨셉은 한 문장으로 정리합니다
컨셉(concept)은 “이 제품이 누구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가”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건조한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당김 없는 20대 직장인용 수분 크림” 같은 문장입니다. 이 문장이 있어야 연구원은 처방의 방향을 잡고, 디자이너는 용기와 라벨을 정하고, 영업은 가격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컨셉을 잡을 때는 세 가지를 함께 봅니다. 첫째는 시장입니다. 지금 비슷한 제품이 얼마나 팔리고 있는지, 가격대는 어떤지 확인합니다. 둘째는 고객의 판매 채널입니다. 온라인 전용인지, 매장 진열용인지에 따라 용기와 가격이 달라집니다. 셋째는 공장의 능력입니다. 우리 설비로 만들 수 있는 제형인지, 필요한 원료를 구할 수 있는지 미리 확인합니다. 만들 수 없는 제품을 기획하면 뒤에서 모두가 고생합니다.
기획 단계의 산출물
기획 단계가 끝나면 세 가지 문서가 남아야 합니다. 개발의뢰서, 컨셉 시트, 그리고 개발 일정표입니다. 개발 일정표에는 샘플 제출일, 고객 컨펌 예정일, 안정성 시험 기간, 양산 예정일이 들어갑니다. 특히 안정성 시험 기간은 줄일 수 없는 시간입니다. 영업 담당자가 납기를 약속하기 전에 연구소와 이 기간을 반드시 맞춰야 합니다.
이미지: 개발의뢰서 작성 장면
- 주제: 영업 담당자와 연구원이 책상에 마주 앉아 개발의뢰서를 함께 채우는 장면
- 구도: 책상 위에 개발의뢰서 양식과 경쟁 제품 두세 개, 두 사람의 손과 서류 중심
- 스타일: 실사 사진, 밝은 사무실, 자연광
- 글자: 없음
- 금지: 정면 얼굴, 실제 브랜드 로고, 읽히는 회사명
2. 처방 개발과 샘플링
처방은 비율의 설계입니다
개발의뢰서를 받은 연구원은 처방(formula)을 설계합니다. 처방은 어떤 원료를 몇 %씩 넣고, 어떤 순서로 어떤 온도에서 섞는지를 적은 설계도입니다. 처방의 전체 합은 항상 100%입니다. 정제수가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보습제, 유화제, 오일, 점증제, 방부제, 향이 그 뒤를 잇습니다. 연구원은 컨셉에 맞는 사용감을 내기 위해 이 비율을 조금씩 바꾸어 가며 실험합니다.
연구원은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 만들지 않습니다. 회사가 가진 기본 처방(base formula)에서 출발합니다. 기본 처방은 이미 안정성과 안전성이 확인된 처방입니다. 여기에 고객이 원하는 성분을 더하고, 사용감을 조절하고, 향을 바꾸는 방식으로 개발 기간을 줄입니다. 신입사원 입장에서는 “이 제품은 어떤 기본 처방에서 나왔는지”를 알면 제품을 이해하기 쉽습니다.
실험실 샘플은 작게, 여러 번 만듭니다
처방이 설계되면 실험실에서 100g에서 500g 정도의 작은 양으로 샘플을 만듭니다. 이것을 랩 샘플(lab sample) 또는 시제품이라고 부릅니다. 샘플은 한 번에 끝나지 않습니다. 사용감이 무겁다, 향이 강하다, 색이 어둡다 같은 의견을 받아 다시 만듭니다. 보통 2차에서 5차까지 수정을 거칩니다. 수정할 때마다 처방 번호 뒤에 차수를 붙여 기록합니다. 예를 들어 “HC-2501-3차”처럼 적습니다.
아래 표는 샘플이 차수를 거치며 어떻게 바뀌는지 예시로 정리한 것입니다.
| 차수 | 바꾼 내용 | 고객 의견 | 다음 조치 |
|---|---|---|---|
| 1차 | 기본 처방에 히알루론산 추가 | 끈적임이 있음 | 보습제 비율 낮춤 |
| 2차 | 글리세린 5%→3% | 흡수는 좋으나 향이 약함 | 향료 0.1%→0.2% |
| 3차 | 향료 증량 | 향은 좋으나 색이 노란빛 | 오일 종류 변경 |
| 4차 | 오일 교체 | 만족, 컨펌 요청 | 안정성 시험 착수 |
샘플에 반드시 따라가는 기록
샘플을 고객에게 보낼 때는 샘플만 보내지 않습니다. 샘플 라벨에 처방 번호, 차수, 제조일, 담당자를 적습니다. 그리고 전성분 목록과 간단한 제품 설명서를 함께 보냅니다. 이 기록이 없으면 고객이 “지난번 샘플이 더 좋았다”고 할 때 어느 샘플인지 알 수 없습니다. 연구소는 모든 차수의 샘플을 일정량 보관합니다. 이것을 보관 샘플(retained sample)이라고 합니다. 보관 샘플은 나중에 양산품과 비교하는 기준이 됩니다.
연구원은 샘플 차수마다 실험 노트(lab note)에 기록을 남깁니다. 원료의 제조사와 로트, 투입 순서, 교반 속도, 온도, 시간을 적습니다. 같은 처방이라도 교반 속도와 냉각 시간이 다르면 점도가 달라집니다. 이 기록이 나중에 양산 조건을 정하는 근거가 됩니다. 도입 상황에서 박 주임이 겪은 문제도 결국 이 기록을 양산에 그대로 옮기지 못해서 생긴 일입니다.
이미지: 실험실 샘플링 작업
- 주제: 연구원이 소형 교반기 앞에서 비커에 담긴 크림 샘플의 점도를 확인하는 장면
- 구도: 실험대 위에 비커 3~4개, 전자저울, 실험 노트가 보이고 손과 샘플 중심
- 스타일: 실사 사진, 흰색 실험실, 밝은 조명
- 글자: 없음
- 금지: 정면 얼굴, 실제 브랜드 로고, 읽히는 원료명
3. 고객 컨펌과 이화학 테스트
컨펌은 말이 아니라 서명입니다
고객이 샘플에 만족하면 컨펌(confirm)을 받습니다. 컨펌은 “이 샘플로 양산해도 좋다”는 고객의 확정입니다. 전화로 “좋아요”라고 들은 것은 컨펌이 아닙니다. 처방 번호와 차수가 적힌 샘플 확인서에 고객의 서명을 받아야 컨펌입니다. 서명 없이 양산에 들어가면, 나중에 “이건 우리가 확인한 샘플과 다르다”는 분쟁이 생겼을 때 공장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컨펌은 내용물(벌크)만 받는 것이 아닙니다. 향, 색, 용기, 라벨 디자인, 표시 문구를 각각 컨펌받습니다. 특히 향은 내용물과 따로 컨펌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향료라도 내용물에 넣으면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에, 최종 컨펌은 향을 넣은 최종 샘플로 받습니다.
아래 표는 컨펌받아야 하는 항목과 담당 부서, 그리고 컨펌의 증거를 정리한 것입니다.
| 컨펌 항목 | 담당 부서 | 컨펌 증거 |
|---|---|---|
| 내용물 사용감·향·색 | 연구소, 영업 | 샘플 확인서 서명 |
| 전성분과 표시 문구 | 연구소, 품질 | 전성분표 서명 |
| 용기 사양과 색상 | 구매, 영업 | 용기 시제품 확인서 |
| 라벨·단상자 디자인 | 영업, 품질 | 인쇄 교정지 서명 |
| 충전량과 포장 단위 | 생산, 영업 | 포장 사양서 확정 |
컨펌 뒤에 시험이 시작됩니다
고객이 컨펌한 샘플은 이제 확정 처방이 됩니다. 이 처방으로 이화학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이화학 테스트는 제품의 물리적·화학적 성질을 숫자로 재는 시험입니다. pH, 점도, 비중, 색상, 향취, 외관이 대표적입니다. 이 숫자들이 양산품을 판정하는 규격(기준값)이 됩니다. 예를 들어 “pH 5.5±0.5, 점도 20,000±3,000 cP”처럼 정합니다. 9장에서 본 안정성 시험도 이 단계에서 시작합니다.
아래 표는 컨펌 뒤에 진행하는 주요 시험과 목적, 걸리는 기간을 정리한 것입니다.
| 시험 | 목적 | 기간 | 결과의 쓰임 |
|---|---|---|---|
| 이화학 시험 | pH·점도·비중 등 기준값 설정 | 1~2일 | 양산 판정 규격 |
| 안정성 시험 | 온도·빛·시간에 따른 변화 확인 | 4주~12주 | 사용기한 근거 |
| 용기 적합성 시험 | 내용물과 용기의 반응 확인 | 4주~8주 | 용기 확정 |
| 방부력 시험 | 미생물 오염에 대한 저항력 | 4주 | 방부 체계 확정 |
| 인체 적용 시험 | 피부 자극 여부 확인 | 2~4주 | 안전성 자료, 광고 근거 |
시험 기간은 줄일 수 없습니다
신입사원이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은 “시험을 좀 빨리 끝낼 수 없나요?”입니다. 답은 “없습니다”입니다. 안정성 시험은 시간이 지나야 결과가 나오는 시험입니다. 4주 보관해야 하는 시험을 2주 만에 끝낼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시험들을 동시에 시작하면 전체 기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연구소는 컨펌이 나오면 같은 날 안정성, 용기 적합성, 방부력 시험을 한꺼번에 시작합니다.
고객이 납기를 재촉할 때는 용기 적합성 시험을 마치기 전에 양산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반드시 위험을 고객에게 문서로 알리고 서명을 받습니다. 말로만 알린 위험은 문제가 생겼을 때 알리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4. 원가 산정과 견적
원가는 네 항목으로 이루어집니다
처방이 확정되면 이 제품을 하나 만드는 데 드는 돈, 즉 원가를 계산합니다. 화장품 원가는 크게 네 항목입니다. 원료비, 부자재비, 가공비, 그리고 간접비입니다. 원료비는 처방의 각 원료 단가에 비율을 곱해 더한 값입니다. 부자재비는 용기, 캡, 라벨, 단상자 등 포장재 값입니다. 가공비는 제조와 충전·포장에 드는 인건비와 설비 비용입니다. 간접비는 시험비, 물류비, 관리비처럼 제품에 직접 보이지 않지만 드는 비용입니다.
아래 표는 50mL 크림 한 개의 원가를 예시로 계산한 것입니다. 숫자는 설명을 위한 가정이며, 실제 금액과는 다릅니다.
| 항목 | 계산 근거 | 금액(예시) | 비중 |
|---|---|---|---|
| 원료비 | 처방 1kg당 12,000원 × 50g | 600원 | 25% |
| 부자재비 | 용기 700원 + 캡 200원 + 라벨·단상자 300원 | 1,200원 | 50% |
| 가공비 | 제조 100원 + 충전·포장 300원 | 400원 | 17% |
| 간접비 | 시험비·물류비 배분 | 200원 | 8% |
| 합계 | — | 2,400원 | 100% |
표를 보면 부자재비가 원료비보다 큽니다. 신입사원은 내용물이 가장 비쌀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기초 화장품은 용기 값이 원가의 절반을 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원가를 낮추려면 처방보다 용기를 먼저 들여다봅니다.
수량이 달라지면 원가도 달라집니다
같은 제품이라도 5,000개를 만들 때와 50,000개를 만들 때의 개당 원가는 다릅니다. 용기는 수량이 많을수록 단가가 내려가고, 제조 한 번에 드는 설비 준비·세척 비용은 수량이 많을수록 개당 부담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견적서는 보통 수량 구간별로 단가를 나눠 적습니다. 예를 들어 3,000개, 5,000개, 10,000개 세 구간으로 제시합니다.
최소 주문 수량(MOQ)도 이 단계에서 정합니다. MOQ는 공장이 손해를 보지 않고 만들 수 있는 최소 수량입니다. 제조 탱크의 최소 투입량, 용기 업체의 최소 주문량, 라벨 인쇄의 최소 수량이 모두 영향을 줍니다. 이 중 가장 큰 값이 사실상 MOQ가 됩니다.
견적서는 약속의 문서입니다
원가에 이익을 더한 것이 견적 단가입니다. 견적서에는 단가만 적히지 않습니다. 수량 구간, 부가세 포함 여부, 납기, 결제 조건, 견적 유효 기간, 그리고 가격에 포함된 것과 포함되지 않은 것을 적습니다. 예를 들어 “인체 적용 시험비 별도”, “단상자 고객 지급”처럼 적습니다. 이 한 줄이 빠지면 나중에 “그건 가격에 들어 있는 줄 알았다”는 말이 나옵니다.
아래 표는 견적서에 꼭 들어가는 항목과 빠졌을 때 생기는 문제를 정리한 것입니다.
| 항목 | 예시 | 빠졌을 때 생기는 문제 |
|---|---|---|
| 수량 구간별 단가 | 5,000개 2,900원 / 10,000개 2,600원 | 수량 변경 시 가격 분쟁 |
| 부가세 표기 | VAT 별도 | 10% 차이로 다툼 |
| 포함 범위 | 용기·라벨 포함, 단상자 제외 | 누락 항목 비용 떠맡기 |
| 납기 | 발주 후 45일 | 납기 지연 책임 불분명 |
| 결제 조건 | 선금 30%, 출고 시 잔금 | 자금 회수 지연 |
| 유효 기간 | 견적일로부터 30일 | 원료 값 상승 후 새 가격 요구 |
견적서를 고객이 승인하면 발주서가 나오고, 공장은 수주서를 만듭니다. 16장에서 본 수주서가 바로 이 단계에서 나옵니다. 수주서가 나오면 개발은 끝나고 양산 준비가 시작됩니다.
5. 양산 이관(스케일업)
비커에서 탱크로, 같은 결과를 내는 일
스케일업(scale-up)은 실험실의 작은 샘플을 공장의 큰 탱크에서 같은 품질로 만드는 일입니다. 500g을 1,000kg으로 키우면 양은 2,000배가 됩니다. 처방 비율은 그대로지만, 열을 전달하는 시간, 교반 날개가 내용물을 섞는 방식, 식히는 데 걸리는 시간이 모두 달라집니다. 그래서 실험실 조건을 그대로 옮기면 점도가 달라지거나 유화가 깨지는 일이 생깁니다. 도입 상황의 박 주임이 마주한 문제가 바로 이것입니다.
그래서 양산 전에 중간 크기로 한 번 만들어 봅니다. 이것을 파일럿 테스트(pilot test) 또는 시생산이라고 합니다. 보통 50kg에서 200kg 정도의 소형 탱크를 씁니다. 여기서 양산 조건을 찾고, 그 조건을 제조 지시서에 적습니다. 파일럿 테스트를 건너뛰면 첫 양산 로트가 실험이 됩니다. 실험이 실패하면 1,000kg이 폐기됩니다.
아래 표는 실험실과 양산 설비에서 달라지는 조건과, 그로 인해 생기는 변화를 정리한 것입니다.
| 조건 | 실험실(500g 비커) | 양산(1,000kg 탱크) | 생기는 변화 |
|---|---|---|---|
| 가열 시간 | 10분 | 60~90분 | 열에 약한 성분 변질 위험 |
| 냉각 시간 | 20분 | 2~3시간 | 점도·결정 형성 달라짐 |
| 교반 방식 | 마그네틱 바·수동 | 패들·호모믹서 | 유화 입자 크기 달라짐 |
| 원료 투입 | 한 번에 손으로 | 펌프·호퍼로 순차 투입 | 투입 순서·속도 재설정 |
| 향 투입 온도 | 즉시 확인 가능 | 탱크 온도계에 의존 | 향 날아감, 향취 변화 |
양산 이관 때 넘어가는 문서
연구소가 생산부서에 제품을 넘기는 것을 양산 이관이라고 합니다. 이때 말로 넘기지 않고 문서로 넘깁니다. 가장 중요한 문서는 제조 지시서입니다. 제조 지시서에는 원료 투입 순서, 각 단계의 온도와 시간, 교반 속도, 확인 포인트가 적혀 있습니다. 생산 작업자는 이 문서만 보고도 같은 제품을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아래 표는 양산 이관 때 넘어가는 문서와 받는 부서, 확인 포인트를 정리한 것입니다.
| 문서 | 주는 부서 | 받는 부서 | 확인 포인트 |
|---|---|---|---|
| 확정 처방서 | 연구소 | 생산, 구매 | 원료 코드와 비율이 컨펌 샘플과 일치 |
| 제조 지시서 | 연구소 | 생산 | 파일럿 결과가 반영되었는가 |
| 반제품 규격서 | 연구소 | 품질 | pH·점도 등 기준값과 허용 범위 |
| 포장 사양서 | 영업, 연구소 | 생산 | 충전량, 포장 단위, 라벨 위치 |
| 원부자재 소요량표 | 연구소, 영업 | 구매 | 로스(손실)량 포함 여부 |
| 보관 샘플 | 연구소 | 품질 | 양산품 비교 기준 |
첫 양산 로트는 모두가 함께 확인합니다
첫 양산 로트를 만드는 날에는 연구원이 생산 현장에 함께 있습니다. 제조 지시서의 각 단계를 연구원과 생산 작업자가 같이 확인하고, 중간에 샘플을 떠서 품질부서가 점도와 pH를 재어 봅니다. 보관 샘플과 나란히 놓고 색과 향도 비교합니다. 문제가 생기면 그 자리에서 제조 지시서를 고칩니다. 이 과정이 끝나면 양산 이관이 완료되고, 두 번째 로트부터는 생산부서가 단독으로 만듭니다.
이미지: 신제품 개발 5단계 흐름
- 주제: 상품 기획 → 처방 개발·샘플링 → 고객 컨펌·이화학 테스트 → 원가·견적 → 양산 이관으로 이어지는 흐름도
- 구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같은 크기의 상자 5개가 화살표로 이어지고, 각 상자 아래에 담당 부서와 산출 문서를 한 줄씩 표시, 처방 개발과 고객 컨펌 사이에 “수정” 되돌이 화살표
- 스타일: 평면 일러스트, 한글, 상자 색은 단계별로 구분되되 채도 낮게
- 글자: 모든 글자 높이는 가로폭의 1/40, 상자 제목과 아래 설명 글자 크기 동일
- 금지: 영문 약어 단독 사용, 작은 캡션, 사진 합성
OJT 현장노트
현장노트 1: “컨펌 받았어요”의 함정
영업팀 신입 김 사원은 고객과 통화하며 “샘플 좋다고 하셨어요”라는 말을 듣고 연구소에 “컨펌 났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연구소는 안정성 시험을 시작하고, 구매팀은 용기를 발주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뒤 고객이 “향을 조금 더 은은하게 바꿔 달라”고 연락했습니다. 안정성 시험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선배는 김 사원에게 샘플 확인서를 보여 주었습니다. “컨펌은 고객이 이 종이에 서명한 날이야. 종이가 없으면 아직 컨펌이 아니고, 우리는 아무것도 시작하면 안 돼.” 김 사원은 그날 이후 고객에게 항상 확인서를 먼저 보내고, 서명본을 받은 뒤에 연구소에 전달합니다.
현장노트 2: 실험 노트가 양산을 살린 날
파일럿 테스트에서 크림의 점도가 샘플보다 크게 낮게 나왔습니다. 처방은 같았고, 원료 로트도 같았습니다. 연구원은 실험 노트를 펼쳐 샘플을 만들 때의 조건을 한 줄씩 비교했습니다. 다른 것은 하나였습니다. 샘플은 점증제를 물에 미리 불려 넣었는데, 파일럿에서는 분말을 바로 탱크에 넣었던 것입니다. 제조 지시서에 “점증제 사전 팽윤 30분”이라는 한 줄이 빠져 있었습니다.
실험 노트에 그 기록이 없었다면 원인을 찾는 데 며칠이 걸렸을 것입니다. 연구원은 그 자리에서 제조 지시서를 고쳤고, 다음 날 파일럿은 정상으로 나왔습니다. 기록은 쓰는 사람에게는 귀찮은 일이지만, 찾는 사람에게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선배의 한마디
신제품 개발에서 신입사원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빨리 하려다 단계를 건너뛰는 것”입니다. 컨펌 서명 없이 시험을 시작하고, 파일럿 없이 양산에 들어가고, 견적서에 포함 범위를 적지 않고 보냅니다. 그때는 빨라 보이지만, 문제가 생기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단계를 지키는 것이 결국 가장 빠른 길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여러분이 연구소가 아니라도 이 과정을 알아야 합니다. 영업은 납기를 약속하기 전에 시험 기간을 알아야 하고, 구매는 컨펌 전에 용기를 발주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생산은 제조 지시서가 왜 그렇게 쓰여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한 제품이 나오기까지 어느 부서도 빠질 수 없습니다.
핵심정리
- 신제품 개발은 상품 기획 → 처방 개발·샘플링 → 고객 컨펌·이화학 테스트 → 원가·견적 → 양산 이관의 다섯 단계로 진행됩니다.
- 개발의뢰서는 고객의 요구를 연구소가 일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꾼 문서이며, 컨셉은 한 문장으로 정리합니다.
- 샘플은 기본 처방에서 출발해 여러 차수를 거치며, 차수마다 처방 번호와 실험 조건을 기록합니다.
- 컨펌은 샘플 확인서에 받은 고객의 서명이며, 내용물·향·용기·라벨을 각각 받습니다.
- 컨펌 뒤 이화학 시험으로 양산 규격을 정하고, 안정성·용기 적합성·방부력 시험을 동시에 시작합니다.
- 원가는 원료비·부자재비·가공비·간접비로 이루어지며, 기초 화장품은 부자재비 비중이 큽니다.
- 견적서에는 수량 구간별 단가, 부가세, 포함 범위, 납기, 결제 조건, 유효 기간을 적습니다.
- 스케일업은 파일럿 테스트로 양산 조건을 찾고, 그 결과를 제조 지시서에 반영해 생산부서에 이관합니다.
확인문제
1. 신제품 개발 다섯 단계를 순서대로 바르게 나열한 것은?
① 처방 개발 → 상품 기획 → 고객 컨펌 → 양산 이관 → 원가 산정 ② 상품 기획 → 처방 개발 → 고객 컨펌 → 원가 산정 → 양산 이관 ③ 상품 기획 → 원가 산정 → 처방 개발 → 양산 이관 → 고객 컨펌 ④ 고객 컨펌 → 상품 기획 → 처방 개발 → 원가 산정 → 양산 이관
2. 개발의뢰서에 들어가는 항목으로 가장 거리가 먼 것은?
① 제품 종류와 용량 ② 목표 원가 ③ 희망 납기 ④ 양산 탱크의 교반 속도
3. 고객 컨펌의 증거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영업 담당자가 전화로 들은 “좋아요” ② 처방 번호와 차수가 적힌 샘플 확인서의 고객 서명 ③ 고객이 샘플을 반품하지 않은 사실 ④ 연구원의 실험 노트 기록
4. 50mL 기초 화장품의 원가에서 보통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① 원료비 ② 부자재비 ③ 가공비 ④ 간접비
5. 파일럿 테스트의 목적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고객에게 보낼 샘플을 많이 만드는 것 ② 안정성 시험 기간을 줄이는 것 ③ 양산 설비에서 샘플과 같은 품질이 나오는 조건을 찾는 것 ④ 원료비를 낮추는 것
6. 고객이 납기를 재촉하여 용기 적합성 시험이 끝나기 전에 양산에 들어가야 한다면, 영업 담당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컨펌의 의미와 연결하여 서술하세요.
7. 실험실 샘플과 양산품의 점도가 달라지는 이유를 두 가지 이상 들고, 이를 막기 위해 양산 이관 때 어떤 문서에 무엇을 적어야 하는지 서술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