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로션을 익혔다면 크림은 그 연장선입니다. 같은 유화지만, 크림에는 로션에 없던 세 가지가 더해집니다. 훨씬 되직하고(고점도), 기름이 많이 들어가며(고내상), 때로는 물과 기름의 안팎이 뒤바뀐 W/O 구조를 다뤄야 하고, 무엇보다 기포 없이 매끈하게 만들기 위해 진공유화기를 씁니다. 원리는 같지만 힘이 세지고 다룰 것이 많아져, 방심하면 더 크게 넘어집니다.
크림에서 가장 흔한 클레임은 세 가지입니다. 표면이나 속에 기포가 뽀글뽀글한 것, 발랐을 때 까끌까끌 거친 것, 그리고 시간이 지나 물이 배어 나오는 이수(離水)입니다. 이 세 가지가 모두 이 장에서 다루는 진공·온도·전단·냉각과 직결됩니다. 이번에는 예시 처방과 단계별 공정을 따라가며, 진공유화기 운전과 고점도·W/O 유화, 그리고 기포 없는 크림을 만드는 법을 다룹니다.
13.1 크림이라는 제품 — 되직하고 기름이 많다
크림은 로션과 같은 유화물이지만 점도가 높고 유상(기름)의 비율이 큽니다. 기름이 많아 촉촉하고 지속력이 좋은 대신, 만들기는 더 까다롭습니다. 내상(분산된 상)의 비율이 높을수록 방울들이 서로 빽빽하게 밀착해 점도가 올라가는데, 이 빽빽한 상태는 곱게 잘 유화되면 아주 안정하지만 조금만 어긋나도 방울들이 합쳐지며 무너지기 쉽습니다.
크림은 대부분 O/W(수중유형)이지만, 지속력·내수성이 필요한 일부 제품은 W/O(유중수형)로 만듭니다. O/W 크림과 W/O 크림은 유화제도, 투입 방식도, 안정화 방법도 다르므로, 지금 만드는 크림이 어느 쪽인지부터 분명히 알고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크림은 되직해서 로션보다 기포가 잘 갇히고 잘 안 빠집니다. 그래서 크림 공정의 상당 부분이 “어떻게 기포를 안 만들고, 이미 생긴 기포를 어떻게 빼느냐”에 맞춰져 있습니다.
13.2 예시 처방 — 대표적인 O/W 크림
아래는 설명을 위한 대표 예시이며, 실제 함량·원료는 처방에 따라 다릅니다. 골격으로만 봐 주십시오.
| 상 | 원료(예) | 역할 | 예시 함량(%) |
|---|---|---|---|
| A(수상) | 정제수 | 기제 | to 100 (약 66) |
| A | 글리세린 | 보습 | 6.0 |
| A | 부틸렌글라이콜 | 보습 | 4.0 |
| A | 다이소듐이디티에이 | 킬레이트 | 0.02 |
| A | 카보머 | 점증(수상) | 0.25 |
| A | 소듐하이알루로네이트(1% 프리믹스) | 보습 | 1.0 |
| B(유상) | 세테아릴알코올 | 보조유화·점증 | 3.0 |
| B | 글리세릴스테아레이트 & PEG-100 스테아레이트 | 유화제 | 3.0 |
| B | 세테아릴올리베이트 & 소르비탄올리베이트 | 유화·안정 | 2.0 |
| B | 시어버터 | 에몰리언트 | 3.0 |
| B | 카프릴릭/카프릭트라이글리세라이드 | 에몰리언트 | 6.0 |
| B | 에칠헥실팔미테이트 | 에몰리언트 | 4.0 |
| B | 다이메티콘 | 사용감 | 2.0 |
| B | 토코페롤 | 산화방지 | 0.1 |
| C(중화) | 아르기닌(또는 트라이에탄올아민) | 카보머 중화 | 적정(q.s.) |
| D(후첨) | 페녹시에탄올 & 에틸헥실글리세린 | 방부 | 1.0 |
| D | 향 | 부향 | 0.2 |
| D | 활성(펩타이드 등) | 활성 | 적정 |
로션 예시와 견주면 유상 비율이 크게 늘고(고내상), 세테아릴알코올·유화제도 늘어 되직함과 안정성을 함께 만듭니다. 유화제와 고급알코올이 만드는 층상 구조가 크림의 몸통과 안정성을 떠받친다는 점은 앞서 유화 안정화에서 짚은 그대로입니다.
13.3 제조 공정 — 진공유화기로 만드는 순서
온도·회전수·시간·진공도는 대표 예시이며, 반드시 작업표준서의 값을 따릅니다.

- 준비·확인. 배치기록서와 계량 원료(처방·로트·무게·적합 라벨)를 확인하고, 진공유화기의 씰·진공 상태, 자켓(가열·냉각), 호모믹서·아지테이터·스크레이퍼 작동을 점검합니다. 주의: 진공 씰이 새면 기포가 안 빠지고 온도·진공이 안 잡힙니다. 앞 배치 잔류물 세척 확인.
- 수상(A) 제조·가열. 정제수에 킬레이트·보습제를 녹이고 카보머를 소용돌이에 천천히 흩뿌려 수화합니다. 규정 온도(예: 75~80℃)로 가열합니다. 주의: 카보머 덩어리 방지, 완전 용해.
- 유상(B) 제조·가열. 유상 탱크에 유화제·세테아릴알코올·버터·오일류를 넣고 규정 온도(예: 75~80℃)로 완전히 녹입니다. 주의: 버터·왁스·고급알코올이 맑게 다 녹았는지 확인. 덜 녹으면 거칠거나 결정성 이물이 됩니다. 과열 산패 주의.
- 진공 유화. 본 탱크(진공유화기)에 수상을 넣고 유상을 투입하면서(처방 방향에 따름) 진공을 걸고 호모믹서를 규정 회전수·시간(예: 3,000~3,500rpm, 5~15분) 가동합니다. 아지테이터도 함께 돌립니다. 주의: 진공을 걸면 유화 중 공기가 안 들어와 기포 없는 크림이 됩니다. 두 상의 온도를 맞추고(예: 75~80℃), 고내상일수록 유상 투입을 너무 급하지 않게 합니다. 호모 과다는 과유화·발열, 부족은 거친 입자.
- 중화. 유화 후 중화제를 소량씩 나눠 넣어 목표 pH(예: 5.5~6.5)와 점도를 형성합니다. 주의: 국소 겔화 방지 위해 소량 분할 투입. 되직한 크림은 중화제가 고루 퍼지도록 아지테이터로 충분히.
- 진공 냉각. 자켓에 냉각수를 흘려 규정 냉각 프로파일로 식힙니다. 아지테이터와 스크레이퍼로 탱크 벽면을 긁으며 균일하게 냉각하고, 진공을 유지해 기포를 억제합니다. 호모믹서는 대개 정지하거나 저속. 주의: 냉각 속도가 크림의 최종 점도·안정성·사용감을 좌우합니다(층상 구조 형성). 벽면에 굳는 것을 스크레이퍼로 긁지 않으면 그 부분만 덩어리·점도 편차가 됩니다. 냉각 중 강한 교반은 오히려 기포·구조 손상.
- 후첨. 규정 온도(예: 40℃ 이하)로 식으면 향·방부제·열에 약한 활성을 넣고, 진공 또는 저속 교반으로 균일하게 섞습니다. 주의: 뜨거울 때 넣으면 향이 날아가고 활성이 깨집니다. 후첨 후에도 기포가 들어가지 않게.
- 반제품 검사·탈포 확인. 외관(기포·거칠음·광택), pH, 점도, 비중을 검사하고 안정성·경시 샘플을 확보합니다. 주의: 점도는 정해진 조건으로 측정. 기포가 남았으면 진공 탈포·정치 후 재확인.
- 배치 라벨·이송·충전. 합격 반제품에 배치 내용물 라벨을 즉시 붙이고 충전으로 넘깁니다. 주의: 되직해서 이송·충전 저항이 크므로 충전 온도·펌프 조건을 관리. 배치마다 바로 라벨.
13.4 진공유화기 운전 — 왜 진공인가
크림 공정의 핵심 설비가 진공유화기입니다. 이름 그대로 진공 상태에서 유화하는 장치인데, 크게 세 가지가 한 몸으로 움직입니다. 방울을 잘게 쪼개는 호모믹서, 전체를 크게 순환시키며 벽면을 긁는 아지테이터(+스크레이퍼), 그리고 가열·냉각을 하는 자켓입니다. 여기에 진공이 더해집니다.
진공을 거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되직한 크림은 한번 기포가 들어가면 좀처럼 안 빠집니다. 그런데 애초에 공기가 없는 진공 상태에서 유화하면 기포가 생길 여지 자체가 없습니다. 그래서 진공유화기로 만든 크림은 매끈하고 광택이 있으며, 충전량도 안정적입니다. 반대로 진공이 제대로 안 걸리면(씰 누설 등) 기포가 잔뜩 든 거친 크림이 나옵니다. 진공유화기를 다루는 사람은 매 배치 진공도가 규정대로 잡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스크레이퍼도 중요합니다. 크림은 되직해서 탱크 벽에 붙어 잘 안 돕니다. 벽에 붙은 부분은 가열·냉각도 안쪽과 달라서, 긁어 주지 않으면 그 부분만 과열되거나 덜 식어 점도·상태가 달라집니다. 스크레이퍼가 벽을 긁어 계속 새 면을 노출시켜야 열이 고르게 전달되고 크림이 균일해집니다.
13.5 고내상·고점도 유화의 어려움
기름이 많은 고내상 크림은 되직하고 촉촉하지만, 그만큼 유화가 예민합니다. 방울들이 빽빽하게 밀착해 있어서, 유화가 조금만 부실해도 방울들이 서로 붙어(합일) 무너지거나, 반대로 너무 세게 오래 돌리면 발열과 과유화로 상태가 나빠집니다.
그래서 고내상에서는 몇 가지를 특히 지킵니다. 유상 투입을 천천히 해서 유화제가 방울을 제때 감쌀 시간을 줍니다. 두 상 온도를 정확히 맞춰 거칠어지지 않게 합니다. 호모는 곱게 유화될 만큼만, 정해진 시간으로 돌립니다. 그리고 냉각 프로파일을 지켜 층상 구조가 제대로 형성되게 합니다. 고내상 크림에서 “점도가 배치마다 다르다”는 문제는 대개 이 투입 속도·온도·냉각 중 하나가 흔들려 생깁니다.
13.6 W/O 유화의 특수성
W/O(유중수형) 크림은 바깥이 기름이라 물에 강하고 지속력이 좋지만, O/W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다뤄야 합니다. 익숙한 O/W 감각으로 접근하면 반드시 실패합니다.
먼저 유화제가 다릅니다. W/O에는 기름을 좋아하는 저HLB 유화제(소르비탄 계열, 폴리글리세릴·다이폴리하이드록시스테아레이트 계열 등)를 씁니다. 투입 방식도 반대입니다. O/W가 대개 유상을 수상에 넣는다면, W/O는 물(수상)을 기름(유상)에 천천히 나눠 넣으며 유화합니다. 이때 물을 너무 빨리 부으면 유화가 뒤집히거나 깨집니다.
W/O만의 안정화 방법도 있습니다. 수상에 소량의 전해질(마그네슘설페이트, 소듐클로라이드 등)을 넣어 물방울끼리 합쳐지는 것을 막아 안정성을 높입니다. O/W에서는 전해질이 카보머 점도를 떨어뜨리는 골칫거리였지만, W/O에서는 오히려 안정제 역할을 하는 것이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다만 W/O는 온도와 전단에 더 민감하고 상전이(안팎이 뒤바뀌는 것)가 일어나기 쉬워, 온도 관리와 투입 속도, 전단 세기를 O/W보다 더 조심스럽게 다뤄야 합니다.
13.7 기포 없는 크림 만들기
크림 품질의 상당 부분이 기포와의 싸움입니다. 기포가 있으면 외관이 지저분하고, 충전량이 흔들리고, 시간이 지나 꺼지면서 용기 안에 빈 공간이 생깁니다. 기포를 막는 방법은 세 갈래입니다.
첫째, 애초에 안 만드는 것입니다. 진공 상태에서 유화·냉각하면 공기가 안 들어옵니다. 이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크림에 진공유화기를 쓰는 것입니다. 둘째, 교반으로 공기를 말아 넣지 않는 것입니다. 특히 냉각 중 과도한 교반이나 액면이 드러난 상태의 교반은 공기를 끌어들입니다. 셋째, 이미 생긴 기포를 빼는 것입니다. 진공으로 탈포하거나, 시간을 두고 정치해 기포가 떠오르게 합니다. 되직한 크림은 기포가 잘 안 올라오므로, 진공 탈포가 정치보다 확실합니다.
13.8 크림 불량의 회생과 폐기 판단
크림도 흔들리면 상태를 보고 살릴지 판단합니다. 손대기 전 보류(홀드)부터 겁니다.
| 상태 | 살릴 수 있나 | 조치 |
|---|---|---|
| 기포가 많다 | 대체로 가능 | 진공 탈포, 또는 재가온·저속 교반 후 진공, 정치 |
| 점도가 낮거나 높다 | 경우에 따라 | 중화·냉각·교반 점검, 재가온 후 냉각 프로파일 재적용 |
| 표면이 거칠다/미세 알갱이 | 경우에 따라 | 유상 미용해·온도 원인 규명, 재가온·재유화 시도 |
| 이수(물이 배어 나옴)·분리 | 어려움 | 초기면 재유화 시도, 심하면 폐기 |
| 변취·미생물 의심 | 불가(폐기) | 살리지 않고 폐기, 원인 규명 |
기포나 점도 문제는 대개 살릴 수 있습니다. 기포는 다시 진공을 걸어 탈포하고, 점도가 어긋났으면 원인(중화·냉각·교반)을 잡아 재가온 후 냉각을 다시 밟습니다. 표면이 거친 것은 유상이 덜 녹았거나 온도가 안 맞은 경우가 많아, 원인을 확인하고 재가온·재유화로 회복되는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수가 심하거나 완전히 분리된 크림, 그리고 변취·미생물이 의심되는 크림은 무리하게 살리지 않습니다. 되직한 크림을 재유화하면 열·전단을 다시 크게 받으므로 활성·향에 영향이 크고, 억지로 되돌려도 안정성이 떨어지기 쉽습니다. 회생은 소량으로 먼저 확인하고, 품질과 상의해 기록하고, 재검사 후 판단하는 절차를 지킵니다.
13.9 현장 트러블슈팅과 주의점
| 증상 | 흔한 원인 | 조치·예방 |
|---|---|---|
| 크림에 기포가 많다 | 진공 누설, 냉각 중 과교반 | 진공 씰·진공도 확인, 저속 교반, 진공 탈포 |
| 표면이 거칠다/까끌하다 | 유상 미용해, 두 상 온도 불일치 | 유상 완전 용해, 온도 맞춤, 재유화 |
| 점도가 배치마다 다르다 | 투입 속도·냉각 프로파일·냉각수 온도 편차 | 투입·냉각 표준화, 계절별 냉각수 관리 |
| 이수·분리 | 유화 부실, 고내상 과부하, 냉각 불량 | 온도·전단·투입 재점검, 재유화 또는 폐기 |
| 벽면만 굳거나 상태가 다르다 | 스크레이퍼 미작동·마모 | 스크레이퍼 점검·교체, 벽면 긁힘 확인 |
| W/O가 자꾸 깨진다 | 물 투입 과속, 저HLB 유화제·전해질 부족, 과전단 | 물 천천히 분할 투입, 유화제·전해질 확인, 전단 조절 |
| 충전이 안 되거나 충전량 흔들림 | 점도 과다, 기포, 충전 온도 | 충전 온도·펌프 조건 조정, 탈포 |
| 흰 결정성 이물 | 왁스·고급알코올 미용해, 급랭 | 유상 완전 용해, 냉각 속도 관리 |
경험에서 나온 주의점입니다. 첫째, 매 배치 진공도를 확인하라. 기포 크림의 첫 번째 범인은 진공 누설입니다. 둘째, 스크레이퍼는 크림의 균일함을 지키는 손이다. 벽면을 안 긁으면 그 부분만 다른 크림이 됩니다. 셋째, 고내상은 천천히·온도 맞춰 유화하라. 급하게, 온도 안 맞춰 돌리면 거칠거나 깨집니다. 넷째, W/O는 O/W의 반대라고 생각하라. 물을 기름에, 천천히, 저HLB 유화제로. 익숙한 감각을 버려야 합니다. 다섯째, 냉각이 크림을 완성한다. 냉각 프로파일과 계절별 냉각수 온도를 관리하십시오. 여섯째, 이수·미생물 크림은 살리지 마라. 되직함 속에 문제를 숨기고 넘기면 더 큰 사고가 됩니다.
13.10 정리하며
이 장에서 기억하실 것은 이렇습니다. 첫째, 크림은 고점도·고내상 유화물이라 로션보다 예민하고, 기포·거칠음·이수가 대표 불량이므로 진공·온도·전단·냉각을 정밀하게 다뤄야 합니다. 둘째, 진공유화기는 호모믹서·아지테이터(스크레이퍼)·자켓·진공이 한 몸으로 움직이는 설비이며, 진공은 기포 없는 매끈한 크림의 열쇠이고 스크레이퍼는 균일함의 열쇠입니다. 셋째, W/O는 저HLB 유화제로 물을 기름에 천천히 넣고 전해질로 안정화하는, O/W와 반대되는 방식이며 온도·전단에 더 민감합니다. 회생은 기포·점도 위주로 가능하되 이수·미생물은 폐기가 원칙입니다.
다음 장에서는 크림과는 또 다른 결의 제형, 맑고 점성 있는 겔과 고농축 세럼·앰플로 넘어갑니다. 점증제의 수화와 중화, 고농축 활성의 안정, 그리고 기포를 빼는 탈기까지 — 겔·세럼·앰플 공정의 실제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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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 목차: 스킨케어 생산기술 전체 목차
- 이전 장: 12장. 유화 공정 (1) 로션 — O/W 유화의 기본
- 다음 장: 14장. 겔·세럼·앰플 공정
- 참고 기관: 식품의약품안전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