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이제 이 책의 심장으로 들어갑니다. 로션은 공장에서 가장 많이, 가장 큰 배치로 돌리는 제품이자, 모든 유화의 기본이 되는 O/W(수중유형) 유화물입니다. 로션을 제대로 만들 줄 알면 크림도, 선케어도, 대부분의 유화 제품이 그 응용으로 풀립니다. 반대로 로션에서 기본기가 없으면 어느 유화 제품에서도 같은 불량을 반복하게 됩니다.
서문에서 “크림은 왜 시간이 지나면 분리될까”라고 물었습니다. 그 답의 절반이 이 장에 있습니다. 로션은 저점도라 크림보다 오히려 분리·크리밍에 더 취약합니다. 물 위로 기름방울이 떠오르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로션은 “잘 유화하는 것”만큼 “안 뜨게 붙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장에서는 예시 처방과 단계별 공정을 따라가며, 수상·유상의 온도, 호모믹서 운전, 냉각 프로파일, 그리고 유화가 깨졌을 때 살리는 법까지 로션 유화의 실제를 다룹니다. 유화의 원리는 5·6장에서 다뤘으니, 여기서는 그 원리를 공장 바닥에서 어떻게 손으로 구현하는지에 집중합니다.
12.1 로션이라는 제품 — O/W 저점도 유화물
로션은 기름방울이 물속에 흩어진 O/W 구조에, 점도를 낮게 잡은 제품입니다. 바깥이 물이라 산뜻하고 흡수가 빠르며, 그래서 데일리 제품으로 가장 널리 쓰입니다. 공장 관점에서 로션의 성격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대량 생산입니다. 수백 kg에서 톤 단위 배치가 흔해, 랩에서 잘 되던 것이 양산에서 깨지는 스케일업 문제가 자주 나타납니다. 둘째, 저점도라 안정성이 까다롭습니다. 되직한 크림은 방울을 붙들어 두기 쉽지만, 묽은 로션은 방울이 떠올라 크리밍(위쪽에 유상이 뜨는 현상)이 생기기 쉽습니다. 셋째, 그래서 입자 크기와 연속상 점도가 품질을 좌우합니다. 곱게 유화하고(작은 방울), 수상에 적당한 점도를 줘서(점증제) 방울이 못 움직이게 하는 것이 로션 안정성의 핵심입니다.
12.2 예시 처방 — 대표적인 O/W 로션
아래는 설명을 위한 대표 예시입니다. 실제 함량과 원료는 처방에 따라 다르니 “골격”으로만 봐 주십시오.
| 상 | 원료(예) | 역할 | 예시 함량(%) |
|---|---|---|---|
| A(수상) | 정제수 | 기제 | to 100 (약 78) |
| A | 글리세린 | 보습 | 5.0 |
| A | 부틸렌글라이콜 | 보습 | 3.0 |
| A | 다이소듐이디티에이 | 킬레이트 | 0.02 |
| A | 카보머 | 점증(수상) | 0.2 |
| A | 소듐하이알루로네이트(1% 프리믹스) | 보습 | 1.0 |
| B(유상) | 글리세릴스테아레이트 & PEG-100 스테아레이트 | 유화제 | 2.0 |
| B | 세테아릴알코올 | 보조유화·점증 | 1.0 |
| B | 카프릴릭/카프릭트라이글리세라이드 | 에몰리언트 | 5.0 |
| B | 에칠헥실팔미테이트 | 에몰리언트 | 3.0 |
| B | 다이메티콘 | 사용감 | 1.0 |
| B | 토코페롤 | 산화방지 | 0.1 |
| C(중화) | 아르기닌(또는 트라이에탄올아민) | 카보머 중화 | 적정(q.s.) |
| D(후첨) | 페녹시에탄올 & 에틸헥실글리세린 | 방부 | 1.0 |
| D | 향 | 부향 | 0.2 |
| D | 판테놀 등 활성 | 활성 | 적정 |
눈여겨볼 점. 유화제(글리세릴스테아레이트 & PEG-100 스테아레이트)와 보조유화제(세테아릴알코올)가 한 조로 유화와 안정성을 함께 맡고, 카보머가 수상 점도를 올려 크리밍을 막습니다. 방부·향·활성은 냉각 후 후첨입니다.
12.3 제조 공정 — 작업자가 따라 하는 순서
온도·회전수·시간은 대표 예시이며, 반드시 작업표준서(배치기록서)의 값을 따릅니다. 순서와 이유, 각 단계 주의점을 익히는 것이 목적입니다.

- 준비·확인. 배치기록서 확인, 계량 원료의 처방·로트·무게·적합 라벨 확인, 유화 탱크·호모믹서·아지테이터·배관·냉각수 라인의 세척과 작동 상태 점검. 주의: 앞 배치 잔류나 세척수가 남으면 오염·조성 변화. 진공유화기라면 씰·진공 상태도 확인.
- 수상(A) 제조·가열. 정제수에 EDTA·보습제를 녹이고, 카보머를 소용돌이에 천천히 흩뿌려 수화합니다. 히알루론산은 프리믹스로. 규정 온도(예: 75~80℃)로 가열합니다. 주의: 카보머 덩어리 금지, 완전 용해 확인. 대량일수록 분말 투입을 더 천천히.
- 유상(B) 제조·가열. 별도 유상 탱크에 유화제·세테아릴알코올·오일류를 넣고 규정 온도(예: 75~80℃)로 데워 완전히 녹입니다. 주의: 왁스·고급알코올이 맑게 다 녹았는지 눈으로 확인. 과열·장시간 방치는 산패. 토코페롤 등 산화방지제 확인.
- 유화. 수상과 유상의 온도를 맞춥니다(대개 ±5℃ 이내, 예: 둘 다 75~80℃). 처방이 정한 방향으로 한쪽을 다른 쪽에 투입하면서(흔히 수상에 유상, 또는 반대) 호모믹서를 규정 회전수·시간(예: 3,000~3,500rpm, 5~10분) 가동합니다. 아지테이터로 벽면을 함께 저어 줍니다. 주의: 온도가 안 맞으면(특히 유상이 식으면) 유화가 거칠거나 깨집니다. 호모가 과하면 기포 혼입·과유화, 부족하면 방울이 굵어 크리밍. 투입은 너무 급하지 않게.
- 중화. 유화 직후 중화제를 소량씩 나눠 넣어 목표 pH(예: 5.5~6.5)와 점도를 형성합니다. 주의: 한 번에 넣으면 국소 겔화로 덩어리. 소량 투입 → 확인 → 반복. pH는 뒤에서 최종 확인.
- 냉각. 아지테이터로 저으며 규정 냉각 프로파일에 따라 식힙니다. 냉각 중 호모믹서는 대개 정지하거나 저속으로 둡니다. 주의: 냉각 속도가 6장의 액정·젤 네트워크(안정성·점도·사용감)를 좌우합니다. 급랭·과도한 서랭 모두 문제. 탱크 벽면에 굳는 것을 아지테이터·스크레이퍼로 긁어 균일하게. 냉각 중 과도한 교반은 기포를 만듭니다.
- 후첨. 규정 온도(예: 40~45℃ 이하)로 식으면 향·방부제·열에 약한 활성을 넣고 균일하게 섞습니다. 주의: 온도가 높을 때 넣으면 향이 날아가고 활성이 깨집니다. 온도 확인 후 투입.
- 탈기·반제품 검사. 기포를 진공 탈포하거나 정치로 뺀 뒤, 외관·pH·점도·비중을 검사하고 안정성·저온 샘플을 확보합니다. 주의: 점도는 정해진 조건(스핀들·rpm·온도)으로 측정(7장). 기포가 남으면 점도·충전량이 흔들립니다.
- 배치 라벨·이송·충전. 합격 반제품에 배치 내용물 라벨을 즉시 붙이고 충전으로 넘깁니다. 주의: 배치마다 바로 라벨. 이송 배관·펌프의 잔류·오염 주의.
12.4 유화를 좌우하는 네 가지 변수
같은 처방으로도 배치가 갈리는 이유는 대개 이 네 가지에 있습니다. 로션 유화의 재현성은 이 변수들을 숫자로 잡는 데서 나옵니다.
온도. 유화의 곱기와 안정성을 좌우하는 첫 변수입니다. 수상과 유상의 온도를 맞춰 합쳐야 곱게 유화됩니다. 특히 유상이 식으면 고형 유상이 굳기 시작해 거칠어지거나 결정성 이물이 생깁니다. 그래서 “두 상의 온도를 맞춰, 정해진 유화 온도에서” 합치는 것이 철칙입니다(5장 PIT).
전단(호모믹서). 방울을 얼마나 잘게 쪼개느냐를 결정합니다. 회전수와 시간이 곱고 균일한 입자를 만듭니다. 다만 과하면 공기를 말아 넣어 기포가 생기고 제형에 따라 구조가 상하며, 부족하면 방울이 굵어 크리밍이 납니다. “정해진 rpm으로, 정해진 시간”이 핵심이고, 눈대중으로 “좀 더 돌리자”가 편차를 만듭니다.
투입 순서와 속도. 어느 상에 어느 상을, 얼마나 빠르게 넣느냐입니다. 처방이 정한 방향과 속도를 지켜야 하며, 급하게 쏟으면 유화가 거칠어집니다.
냉각 프로파일. 유화 후 어떻게 식히느냐가 최종 점도·안정성·사용감을 좌우합니다. 6장의 젤 네트워크 구조가 이 냉각 단계에서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냉각 속도, 냉각 중 교반 세기, 마무리 온도를 표준으로 관리해야 배치가 같아집니다. 겨울과 여름에 냉각수 온도가 달라 같은 시간에 다르게 식는 것도 편차의 흔한 원인입니다.
12.5 로션 특유의 현장 포인트
로션은 저점도라 크림과 다른 주의가 필요합니다. 첫째, 크리밍에 약합니다. 유화 입자를 곱게, 수상 점도를 적당히 확보해 방울이 뜨지 않게 해야 합니다. 점도가 너무 낮게 나오면 크리밍 위험이 커지므로, 점도 편차 관리가 곧 안정성 관리입니다. 둘째, 기포가 잘 보이고 충전에 영향을 줍니다. 묽어서 기포가 오래 남고, 충전 시 액면이 출렁여 충전량이 흔들립니다. 탈포와 정치가 중요합니다. 셋째, 충전 온도 관리가 필요합니다. 너무 뜨거울 때 충전하면 수축·기포·점도 미형성 문제가, 너무 식으면 이송·충전이 어려워집니다. 처방이 정한 충전 온도 창을 지킵니다(18장).
12.6 유화가 깨졌을 때 — 회생과 폐기 판단
로션 유화가 흔들리는 데도 단계가 있고(6장), 어디까지 왔느냐에 따라 살릴 수 있는지가 갈립니다. 손대기 전에 보류(홀드) 걸고 상태부터 봅니다.
| 상태 | 살릴 수 있나 | 조치 |
|---|---|---|
| 크리밍(위에 유상층이 살짝 뜸), 초기 | 대체로 가능 | 규정 온도로 재가온 후 호모믹서 재가동해 재유화, 냉각 다시 |
| 점도만 낮게 나옴 | 가능 | 중화·pH 재확인, 냉각·교반 점검, (원인 규명) |
| 분리 진행(층이 뚜렷) | 경우에 따라 | 재가온·재유화 시도하되 회복 안 되면 폐기 |
| 완전 상분리·이수 | 어려움 | 대개 폐기 |
| 변취·미생물 의심 | 불가(폐기) | 살리지 않고 폐기, 원인 규명 |
초기 크리밍이나 점도 미달은 대개 재유화로 살립니다. 반제품을 규정 유화 온도로 다시 데운 뒤 호모믹서를 재가동해 곱게 재유화하고, 냉각 프로파일을 다시 밟습니다. 이때 원인을 함께 짚어야 합니다. 온도가 안 맞았는지, 호모가 부족했는지, 중화·냉각이 어긋났는지를 확인해 다음 배치를 고칩니다.
다만 완전히 상분리되었거나 이수가 심한 경우, 또는 변취·미생물이 의심되는 경우는 무리하게 살리지 않습니다. 특히 미생물·변취는 절대 재유화로 “겉만” 되돌려 넘겨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회생을 하더라도 전체 탱크에 바로 적용하기 전에, 가능하면 소량으로 재유화가 되는지 확인하고, QA와 상의해 기록으로 남기고, 재검사(외관·pH·점도·안정성) 후 판단합니다. 재유화는 열·전단을 다시 가하는 일이라 활성·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12.7 현장 트러블슈팅과 주의점
| 증상 | 흔한 원인 | 조치·예방 |
|---|---|---|
| 유화가 거칠다/깨진다 | 수상·유상 온도 불일치, 유상 식음, 호모 부족 | 두 상 온도 맞춤, 규정 온도 유지, 호모 rpm·시간 준수 |
| 위에 기름이 뜬다(크리밍) | 입자 조대, 수상 점도 낮음 | 호모 충분히, 점도(카보머·중화) 확보, 재유화(12.6) |
| 점도가 낮게 나온다 | 중화 부족, 전해질, 냉각·교반 부족 | pH·중화 확인, 냉각 프로파일 준수(7·8장) |
| 흰 결정성 이물 | 유상 미용해, 급랭 | 유상 완전 용해 확인, 냉각 속도 관리(33장) |
| 기포가 많다/충전량 흔들림 | 냉각 중 과교반, 탈포 부족 | 저속 교반, 진공 탈포·정치 후 충전 |
| 향이 약하다/활성 저하 | 고온 후첨 | 규정 온도(예 40℃ 이하)로 식힌 뒤 후첨 |
| 랩은 되는데 양산만 깨진다 | 스케일업 차이(전단·냉각·온도) | 설비별 조건 재설정, 22장 |
| 배치마다 점도가 다르다 | 냉각수 온도(계절), 측정 조건 | 냉각 표준화, 점도 측정 조건 고정(7장) |
경험에서 나온 주의점입니다. 첫째, 온도를 맞춰라. 로션 유화 사고의 절반은 수상·유상 온도가 안 맞아 생깁니다. 특히 유상이 식지 않게 하십시오. 둘째, 호모는 숫자로 돌려라. “좀 더”가 아니라 정해진 rpm·시간으로. 과하면 기포, 부족하면 크리밍입니다. 셋째, 냉각이 점도와 안정성을 만든다. 냉각 프로파일을 지키고, 계절에 따른 냉각수 온도 변화를 관리하십시오. 넷째, 저점도일수록 크리밍을 경계하라. 곱은 입자와 수상 점도가 방패입니다. 다섯째, 깨졌으면 원인부터 보고 살려라. 초기 크리밍은 재유화로 살지만, 미생물·변취는 폐기입니다. 여섯째, 후첨 온도를 지켜라. 급하다고 뜨거울 때 향·활성을 넣으면 그 배치는 향이 약하거나 효능이 떨어집니다.
12.8 정리하며
이 장에서 기억하실 것은 이렇습니다. 첫째, 로션은 O/W 저점도 유화물이라 크리밍에 취약하므로, 곱은 유화 입자와 적당한 수상 점도로 방울이 뜨지 않게 붙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둘째, 유화의 재현성은 온도(두 상 맞춤)·전단(호모 rpm·시간)·투입·냉각 프로파일이라는 네 변수를 숫자로 관리하는 데서 나옵니다. 셋째, 유화가 흔들리면 상태를 진단해 초기 크리밍·점도 미달은 재유화로 살리되, 완전 상분리·이수·미생물은 폐기하고 반드시 원인을 규명해 다음 배치를 고쳐야 합니다.
다음 장에서는 같은 유화지만 훨씬 되직하고 까다로운 크림으로 넘어갑니다. 고내상·고점도, W/O 유화, 그리고 기포 없는 크림을 만드는 진공유화기 운전까지 — 13장에서 크림 유화의 실제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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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기관: 식품의약품안전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