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장. 립·무수 제품 불량 사례 — 발한·기포·수축·표면 불량

21장에서 물과 기름의 세계(유화 제품)를 다뤘다면, 이번 22장은 그 반대편 — 물이 아예 없는 세계, 립스틱·립밤 같은 무수(無水)·유성(油性) 제품의 불량입니다. 8장에서 무수·유성 공정을 ‘녹여서, 색을 풀고, 기포를 빼고, 부어 굳히는 재결정의 공정’이라 했는데, 립·무수 불량은 대부분 그 녹임과 굳힘이 어긋난 자리에서 생깁니다.

파우더 불량의 뿌리가 공기·바인더·압력이었고(20장), 유화 불량의 뿌리가 유화 안정성·온도 이력이었다면(21장), 립·무수 불량의 뿌리는 왁스·오일 배합(오일 보유력·왁스 결정)·온도(가열·주입·냉각)·탈포·충전 조건(노즐·주입온도·와류)·냉각 속도·항상성·산화입니다. 겉으로는 발한·기포·수축·표면 불량으로 달라 보여도, 이 뿌리들을 대어 보면 원인이 좁혀집니다. 이 장도 20·21장처럼 증상 → 유력 원인(4M로 펼침) → 대책의 틀로 짚고, 19장의 사고법(변화점 먼저·원인 검증·표준화)을 함께 적용합니다.

22-1. 립·무수 불량의 지도 — 네 갈래와 공통 뿌리

립·무수 불량은 크게 네 갈래입니다(그림 22-1). 첫째 발한(發汗, sweating) — 표면에 오일이 땀방울처럼 배어 나옵니다(무수 제품의 대표 불량). 둘째 기포 — 표면·내부에 곰보(기포공)가 남거나 스틱 어깨에 공기가 갇힙니다. 셋째 수축 — 충전·냉각 중 부피가 줄어 표면이 꺼지거나(함몰) 속에 공동이 생깁니다. 넷째 표면 불량 — 표면 주름·크랙·핀홀·광택 저하·펄 얼룩입니다. 여기에 부러짐·역립 빠짐·산패(변색·변취) 같은 곁가지가 더해집니다.

이 불량들의 공통 뿌리는 여덟입니다 — 왁스·오일 배합(오일 보유력, 왁스의 결정성·상용성), 가열(과열·장시간 가열), 탈포(진공으로 갇힌 공기 배제), 주입 온도(높으면 수축·기포, 낮으면 미충전), 냉각 속도(급랭 시 겉만 굳고 속이 수축), 항상성(설비의 예열·후열·냉각 온도가 안정됐는가), 충전 조건(노즐 내경·위치·와류), 산화(변색·변취의 뿌리)입니다. 립·무수 불량을 만나면 이 여덟에 증상을 대어 봅니다 — “배합이 오일을 못 붙드나(발한), 탈포가 부족했나(기포), 주입·냉각 온도가 어긋났나(수축·주름), 항상성이 안 잡혔나, 산화인가?” 8장의 원리가 여기서 진단의 체크리스트가 됩니다.

22-2. 발한 — 오일이 땀처럼 배어 나온다

증상: 시간이 지나며 스틱 표면에 오일이 땀방울처럼 맺히거나 번들거립니다. 표면이 뿌옇게 흐려지거나(백탁), 케이스 안쪽 벽에 기름이 묻어나기도 합니다. 발한은 대개 경시(시간 경과) 불량이라 출하 직후에는 멀쩡하다가 유통·보관 중에 드러납니다.

무수 — 립·무수 제품 불량 사례 — 발한·기포·수축·표면 불량

유력 원인: 발한의 뿌리는 배합이 오일을 붙들지 못하는 것입니다. 왁스의 결정 그물이 오일을 가둬 두는데, 왁스량이 부족하거나 왁스와 오일의 상용성(궁합)이 나쁘면 오일이 그물 밖으로 밀려 나옵니다(8장). 두 번째는 과열·장시간 가열입니다. 필요 이상으로 높이거나 오래 끓이면 왁스 결정 구조가 손상되고 오일 보유력이 떨어집니다(8장). 세 번째는 냉각(결정화) 조건으로, 급랭하거나 냉각이 불균일하면 왁스가 성근 결정으로 굳어 오일을 덜 붙듭니다. 네 번째는 온도 충격으로, 유통 중 고온을 겪으면 왁스가 부분적으로 녹았다 다시 굳으며 오일이 배어 나옵니다. 다섯째는 오일 과다·저점도 오일 과다로, 그물이 감당할 양을 넘으면 남은 오일이 표면으로 나옵니다.

대책: 발한은 배합으로 예방하고, 온도로 지킵니다. 처방 단계에서 왁스량과 왁스-오일 상용성을 맞추고(반복 발한이면 연구소와 처방 재검토), 오일은 그물이 감당하는 범위로 잡습니다(8장). 생산에서는 ‘완전히 녹되, 필요 최소한의 온도·시간으로’ — 과열과 장시간 가열을 피합니다. 냉각은 급랭보다 적정 속도로 균일하게 해 왁스가 촘촘한 결정으로 굳게 합니다. 완제품은 차광·적정 온도로 보관·유통해 온도 충격을 줄입니다. 그리고 발한은 ‘지금’이 아니라 ‘시간’의 문제이므로, 그 효과는 반드시 안정성 시험(가속·순환·고온)으로 확인해 사용기한을 정합니다(18장).

22-3. 기포 — 곰보와 어깨의 갇힌 공기

증상: 굳은 스틱의 표면과 내부에 곰보(기포공)가 남습니다. 특히 스틱의 어깨(끝의 뾰족한 부분)에 공기가 갇혀 구멍이 생기고, 표면이 얽어 상품성이 떨어집니다. 내부에 공동이 있으면 그 자리가 약해져 부러짐의 원인이 됩니다(8장).

유력 원인: 기포의 첫 번째 뿌리는 탈포 부족입니다. 녹이고 저으며 색소·펄을 푸는 동안 말려 든 미세 기포를 진공으로 빼지 않으면 성형면에 곰보가 남습니다(8장). 두 번째는 주입 시 공기 갇힘으로, 뜨거운 내용물을 몰드에 곧장 쏘아 넣으면 어깨 접촉면 온도가 순간 떨어지며 공기가 갇힙니다(8장). 세 번째는 주입 온도·예열 부족으로, 내용물이나 몰드 온도가 낮으면 기포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네 번째는 항상성 미달로, 설비가 정상 온도에 오르기 전에 충전을 시작하면 기포가 생깁니다. 다섯째는 후투입 교반으로, 펄·향 후투입 때 공기를 말아 넣으면 기포가 늘어납니다.

대책: 8장의 원리를 그대로 적용합니다. 충전 전 진공 탈포로 기포를 표면으로 끌어올려 터뜨리고, 립스틱의 경우는 노즐은 내경 2~2.5mm·바닥에서 10mm 이내로 내려 중앙점에서 2~5mm 옆으로 쏘아 와류로 공기를 밀어냅니다(중앙에 곧장 쏘면 기포가 못 빠집니다, 8장). 그래도 남으면 예열 온도·시간을 늘리고(단, 220℃ 미만·3초 이내로 버너 수명·생산성 고려), 충전 속도를 낮추거나 내용물 온도를 높이며, 진공 탈기를 다시 겁니다. 조건을 맞췄는데도 10분쯤 뒤 다시 기포가 생긴다면 항상성 문제이므로, 모든 열이 정상 온도에 오를 때까지 최소 10분 이상 시운전한 뒤 조건을 잡습니다(8장). 후투입은 공기를 말지 않도록 교반을 관리합니다.

22-4. 수축 — 부피가 줄어 표면이 꺼진다

증상: 충전·냉각 중 내용물의 부피가 줄어(왁스가 굳으며 수축) 스틱 표면이 꺼지거나(함몰), 몰드·용기 벽과 내용물 사이에 틈이 생기고, 속에 수축 공동이 남습니다. 겉은 굳고 속이 비어 있어 사용 중 갈라지거나 부러지기도 합니다.

유력 원인: 수축의 뿌리는 냉각 수축의 물리입니다. 왁스는 액체에서 고체로 결정화하며 부피가 줄어드는데, 이 수축이 불균일하거나 과도할 때 함몰·공동이 됩니다. 첫 번째 원인은 급랭으로, 냉각이 너무 빠르면 겉만 먼저 굳고 속이 나중에 수축해 공동·주름·크랙이 생깁니다(8장). 두 번째는 주입 온도 과다로, 너무 뜨겁게 부으면 식으며 줄어드는 폭이 커져 수축이 심합니다(8장). 세 번째는 충전량 부족·미충전으로, 낮은 온도로 덜 채워지면 표면이 꺼집니다. 네 번째는 잔류 기포로, 탈포가 부족해 남은 기포가 냉각 중 꺼지며 함몰을 키웁니다. 다섯째는 부위별 냉각 차로, 슬림 타입처럼 두께가 다른 형상은 부위별 수축 속도가 달라 중간이 갈라지기 쉽습니다(8장).

대책: 수축은 온도와 냉각을 다스려 막습니다. 냉각은 급랭을 피하고 적정 속도로 균일하게 해, 겉과 속이 함께 굳도록 합니다(8장). 주입 온도는 수축과 미충전 사이에서 적정점을 잡되 필요 이상 높이지 않고, 충전량은 규격대로 채웁니다. 충전 전 진공 탈포로 잔류 기포를 없애 냉각 중 함몰을 줄이고, 부위별 냉각 차가 큰 슬림 타입은 수시로 상태를 확인하고 경우에 따라 전수검사합니다(8장). 그리고 모든 조건은 항상성이 잡힌 뒤(10분 이상 시운전) 확정합니다. 수축은 대개 ‘더 뜨겁게, 더 빨리’의 유혹을 참고 온도를 낮추고 냉각을 고르게 하는 쪽에서 풀립니다.

22-5. 표면 불량 모음 — 주름·크랙·핀홀·광택 저하·펄 얼룩

발한·기포·수축만큼 크지는 않지만 상품성을 떨어뜨리는 표면 불량들이 있습니다(그림 22-5).

첫째 표면 주름·크랙입니다. 급랭이나 부위별 냉각 차로 겉이 먼저 굳고 속이 수축하면 표면에 주름이 지거나 금이 갑니다. 대책은 적정·균일 냉각과 주입 온도 관리입니다(8장). 둘째 냉각 핀홀입니다. 라인이 잠시 멈췄다(휴식·트러블) 재가동될 때 내용물 안에 생기는 구멍으로, 이 제품은 소비자가 바를 때 부러지거나 풀어지므로 반드시 불량 처리해야 합니다(8장). 셋째 광택 저하·표면 흐림입니다. 실리콘 러버 몰드는 탈형만으로도 광택 면이 나오지만(8장), 몰드 내면이 오염·마모되거나 발한으로 표면이 뿌예지면 광택이 죽습니다. 대책은 몰드 관리와 발한 억제입니다. 넷째 펄 얼룩·펄감 저하입니다. 펄을 호모믹서 고속 전단에 걸어 깨뜨리면 코팅이 벗겨져 백색 마이카가 드러나 색이 죽고, 후투입·배출 관리가 나쁘면 펄이 부위마다 몰려 얼룩이 됩니다. 대책은 펄을 마지막에·중저속으로 투입하고 분할 배출로 균일하게 내리는 것입니다(8장). 다섯째 색소 얼룩으로, 색소 베이스 분산이 부족하거나 왁스가 덜 녹은 채 색을 넣으면 얼룩이 됩니다 — 색소는 6㎛ 미만으로 갈아 베이스로 표준화하고 완전 용해 후 조색합니다(8장).

이 표면 불량들도 대개 발한·기포·수축과 같은 뿌리(배합·온도·탈포·냉각·펄 취급)에서 갈라져 나옵니다. 그래서 주입·냉각과 탈포가 잘 잡히면 표면 불량도 함께 줄어듭니다.

22-6. 곁가지 불량 — 부러짐·역립 빠짐·산패

네 갈래 외에 립·무수 현장에서 흔히 만나는 곁가지 불량들이 있습니다(그림 22-6).

첫째 부러짐입니다. 스틱이 사용 중 부러지거나 꺾이는 것으로, 내부 기포공·수축 공동으로 조직이 약해졌거나 왁스량 부족으로 경도가 낮은 것이 원인입니다. 탈포·냉각 관리로 내부 결함을 없애고 처방의 경도를 맞춰 막습니다(8장). 둘째 역립 시 빠짐입니다. 유통 중 내용물이 케이스에서 빠지는 문제로, 립스틱을 거꾸로 세워 낙하시켰을 때 빠지지 않는지 2시간마다(가능하면 1시간마다) 역립 테스트로 확인합니다. 실리콘 러버 몰드가 실리콘 오일을 흡수해 부풀면(팽윤) 용량이 늘어 다이얼을 내릴 때 옆면이 긁힐 수 있으므로, 실리콘 러버 교체시기에 대한 표준을 정합니다(8장). 셋째 산패(변색·변취)입니다. 물이 없어 방부 부담은 작지만, 대신 오일이 산화(산패)하면 색과 냄새가 함께 변합니다(2·8장). 과열·장시간 가열을 피하고, 향은 맨 마지막에 넣어 즉시 충전하며(탑노트 보호, 8장), 항산화제로 산화를 억제하고 안정성 시험으로 사용기한을 검증합니다(18장).

이 곁가지들도 대개 발한·기포·수축과 같은 뿌리(배합·온도·탈포·냉각·산화)에서 갈라져 나옵니다. 특히 산패는 무수 제품에서 방부보다 더 신경 써야 할 경시 불량이니, 원리를 알고 처방·공정·보관을 함께 관리해야 합니다.

22-7. 예방 관리 — 립·무수 불량을 미리 막는 수치와 습관

립·무수 불량도 대부분 8장의 관리 수치와 습관을 지키면 애초에 줄어듭니다(그림 22-7). ‘예방으로의 전환'(19장)을 립·무수 현장의 언어로 정리합니다.

가열: 가장 높은 융점 왁스까지 완전히 녹도록 보통 80~90℃**로 녹이되, 과열·장시간 가열 금지(발한·산패의 뿌리), ‘완전히 녹되 최소 온도·시간으로'(8장). 탈포: 충전 전 진공 탈포로 기포 배제(곰보·부러짐 예방, 8장). 충전: 노즐 내경 2~2.5mm·바닥 10mm 이내·중앙점 2~5mm 옆(와류), 예열 220℃ 미만·3초 이내, 주입 온도는 수축과 미충전 사이 적정점(8장). 냉각: 급랭 금지, 적정 속도로 균일 냉각(수축·주름·크랙 예방, 8장). 항상성: 가온 충전은 예열·후열·냉각 온도가 모두 안정된 뒤, 아침 첫 가동은 최소 10분 시운전 후 조건 확정(8장). 색·펄: 색소는 6㎛ 미만(없으면 A4 줄 테스트)·완전 용해 후 조색, 펄은 마지막에·중저속 투입(깨짐 방지), 배출은 직각으로 균일 분할 배출(8장). 검사: 역립 낙하 테스트 2시간마다(가능하면 1시간), 냉각 핀홀 제품은 불량 처리, 슬림 타입은 수시 확인·전수검사, 실리콘 러버 교체(8장). 보관·검증: 완제품 차광·적정 온도 보관, 발한·산패는 안정성 시험(가속·순환·광)으로 사용기한 검증(18장).

이 수치와 습관은 특별한 비법이 아니라 8장에서 이미 강조한 기본입니다. 립·무수 불량 사례를 외우기보다 이 녹임과 굳힘의 규율을 지키는 것이 가장 값싼 트러블슈팅입니다.

22-8. 트러블슈팅 요약 — 증상에서 대책까지 한눈에

이 장의 불량을 19장의 사고법으로 한 장에 정리합니다(그림 22-8). 현장에서 립·무수 불량을 만나면, 이 표를 따라 증상 → 유력 원인 → 대책을 짚되, 반드시 ‘무엇이 달라졌는가(변화점)’를 먼저 묻고(왁스·오일 로트·주입 온도·냉각수·계절·설비 예열), 원인을 껐다 켜 검증한 뒤 표준으로 굳힙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발한이면 배합(왁스량·상용성)·과열·냉각·보관·안정성 시험을, 기포면 탈포·노즐 조건·예열·항상성·후투입을, 수축이면 냉각 속도·주입 온도·충전량·탈포·부위별 냉각을, 표면 불량이면 균일 냉각·몰드 관리·펄 취급·색소 분산을, 곁가지면 내부 결함(부러짐)·팽윤/역립(빠짐)·산화(산패)를 되짚습니다. 그리고 립·무수 불량의 절반은 ‘모든 온도의 항상성이 잡힌 뒤 조건을 잡았는가’라는 한 물음으로 좁혀진다는 것을 기억하면, 진단이 빨라집니다.

무수·유성은 녹여서 굳히는 재결정의 공정이고, 립·무수 불량은 그 녹임과 굳힘이 어긋난 자리입니다. 그 재현을 떠받치는 배합·온도·탈포·냉각·항상성을 손에 쥐면, 파우더(20장)·유화(21장)에 이어 또 다른 제형의 불량 앞에서도 같은 사고법으로 침착하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다음 장에서는 지금까지의 불량 사례들을 가로질러, 배치 간 편차와 품질을 더 깊이 관리하는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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