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주제: 특성요인도와 5Why로 불량 원인을 찾는 사고법. 문제 정의, 특성요인도(6M)로 원인 펼치기, 5Why로 근본 원인 파기, 원인 검증, 잠정조치·영구대책·수평전개, 불량 조사 보고서까지 화장품 공장 사례로 정리했습니다.
목차
어느 해 봄, 잘 팔리던 수분 크림의 점도가 배치마다 조금씩 낮게 나오기 시작했다. 규격 하한을 겨우 넘기는 배치가 이어지더니, 결국 한 배치가 부적합이 됐다. 제조 기록을 보니 그날 작업자가 냉각 단계에서 교반 속도를 표준보다 높게 잡아 둔 흔적이 있었다. 회의는 금방 끝났다. 작업자 실수, 재교육, 작업표준서에 교반 속도 강조 표시. 그런데 두 주 뒤에 같은 일이 또 일어났다. 이번 작업자는 교반 속도를 정확히 지켰다.
그제야 처음부터 다시 봤다. 점도가 낮아진 배치들을 날짜순으로 늘어놓으니 3월 중순 이후에 몰려 있었다. 그 무렵 바뀐 것을 하나씩 찾다가 냉각수 온도에 닿았다. 날이 풀리면서 냉각탑에서 오는 물의 온도가 겨울보다 몇 도 올라갔고, 같은 냉각 시간으로는 내용물이 목표 온도까지 내려가지 않은 채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었다. 냉각이 덜 된 상태에서 점증제를 넣으니 구조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던 것이다. 첫 번째 배치의 작업자는 점도가 안 올라오는 것을 보고 교반을 세게 해서 만회해 보려 했던 것이고, 그건 원인이 아니라 증상에 대한 반응이었다.
불량 대응에서 가장 흔하고 가장 비싼 실수는 처음 보이는 원인을 진짜 원인으로 믿는 것이다. 제6부는 불량과 클레임을 다룬다. 유화 불량, 액상 불량, 이물, 누액, 미생물, 클레임 대응을 차례로 볼 텐데, 그 앞에 이 장을 두는 이유는 하나다. 불량의 종류는 달라도 원인을 찾는 생각의 순서는 같기 때문이다. 이 장에서는 공장에서 불량 원인을 찾을 때 쓰는 두 가지 도구, 특성요인도와 5Why를 중심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원인을 펼치고 끝까지 파고들고 검증하고 대책을 세우는 순서를 정리한다.
30.1 왜 사고법이 필요한가 — 증상, 직접 원인, 근본 원인
불량 하나에는 보통 세 층의 원인이 겹쳐 있다.
| 층 | 뜻 | 앞의 크림 사례 | 이 층에서 멈추면 |
|---|---|---|---|
| 증상 | 눈에 보이는 결과 | 점도가 규격보다 낮다 | 해당 배치만 처리하고 끝난다 |
| 직접 원인 | 증상을 바로 일으킨 사건 | 냉각이 덜 된 상태에서 증점제 투입 | 이번 배치는 설명되지만 다음에 또 생긴다 |
| 근본 원인 | 직접 원인이 생기게 만든 구조 | 냉각 공정이 냉각수 온도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시간 기준으로만 정해져 있었다 | 여기까지 와야 재발이 멈춘다 |
현장에서 원인을 찾을 때 시간은 늘 부족하다. 생산 일정은 밀려 있고, 부적합 배치는 쌓여 있고, 고객사는 언제 해결되느냐고 묻는다. 그래서 가장 먼저 보이는 원인에서 멈추기 쉽다. 그리고 가장 먼저 보이는 원인은 대개 사람이다. 기록에 사람의 손이 가장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내가 신입 때 배운 선배의 말이 있다. 작업자 실수라고 쓰고 싶어지면 한 번 더 물어보라. 그 실수가 왜 가능했는지. 사람은 실수한다. 공장이 할 일은 실수하지 않는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실수해도 불량이 되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사고법은 그 구조까지 생각이 닿게 하는 도구다.
사고법이 필요한 이유를 공장 쪽에서 정리하면 이렇다.
| 사고법 없이 대응할 때 | 사고법을 쓸 때 |
|---|---|
| 목소리 큰 사람의 추측이 원인이 된다 | 사실과 데이터로 원인을 좁힌다 |
| 한 가지 원인만 보고 나머지를 놓친다 | 원인 후보를 빠짐없이 펼친 뒤 좁힌다 |
| 사람 탓에서 멈춘다 | 사람이 실수하게 만든 구조까지 내려간다 |
| 대책이 교육과 주의로 끝난다 | 설비·방법·기준을 바꾸는 대책이 나온다 |
| 같은 불량이 계절마다, 제품마다 반복된다 | 다른 제품·라인에도 같은 대책을 펼친다 |
| 조사 내용이 머릿속에만 남는다 | 기록으로 남아 다음 조사의 출발점이 된다 |
30.2 문제를 정의하는 법 — 현상을 사실로 적는다
원인 조사는 문제를 한 문장으로 정확하게 적는 데서 시작한다. 이 단계를 건너뛰면 회의 참석자마다 서로 다른 문제를 이야기하게 된다. 크림 점도 사례에서 처음 회의의 문제 정의는 “크림 점도 불량”이었다. 이것으로는 어느 제품인지, 어느 배치인지, 얼마나 낮은지,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다.
좋은 문제 정의는 사실만 담는다. 추측과 해석은 빼고, 숫자와 날짜와 범위를 넣는다.
| 나쁜 문제 정의 | 좋은 문제 정의 |
|---|---|
| 크림 점도 불량 | ○○ 수분 크림, 3월 18일 이후 생산 6배치 중 5배치의 숙성 후 점도가 규격 하한(예: 30,000cP)의 105% 이내, 1배치(3월 29일)는 하한 미달로 부적합 |
| 작업자가 교반을 잘못해서 점도가 낮다 | (원인 추정이 섞여 있으므로 문제 정의로 쓰지 않는다) |
| 요즘 크림이 묽다는 말이 있다 | (출처와 범위가 없다. 먼저 데이터를 모은다) |
문제를 정의할 때 내가 늘 쓰는 질문은 육하원칙에 비교를 하나 더한 것이다. 무엇이, 언제, 어디서, 얼마나 일어났는지와 함께, 같은 조건인데 일어나지 않은 곳은 어디인지를 같이 적는다.
| 질문 | 일어난 것 | 일어나지 않은 것 | 비교에서 얻는 단서 |
|---|---|---|---|
| 무엇이 | 수분 크림 점도 저하 | 같은 설비에서 만든 로션은 이상 없음 | 로션은 냉각 후 점증 단계가 없다 |
| 언제 | 3월 18일 이후 | 3월 이전 배치는 정상 | 3월 중순 전후의 변경점을 찾는다 |
| 어디서 | 2호 유화기 | 1호 유화기 생산분은 정상 | 2호기와 1호기의 차이(냉각 방식, 냉각수 계통) |
| 얼마나 | 6배치 중 5배치 하한 근처, 1배치 미달 | 같은 기간 원료 로트는 일부 동일 | 원료보다 공정 쪽 가능성 |
| 누가 | 작업자 3명 모두 | 특정 작업자에 몰리지 않음 | 사람 원인 가능성 낮음 |
이 표 하나만 제대로 채웠어도 첫 회의에서 작업자 실수라는 결론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작업자 세 명 모두의 배치에서 일어났고, 1호기에서는 일어나지 않았고, 3월 중순부터 시작됐다. 이 세 가지 사실이 가리키는 방향은 사람이 아니라 2호기와 계절이다.
문제를 정의할 때는 현장에 직접 가서 보는 것이 원칙이다. 일본 공장에서 들어온 말로 현장, 현물, 현실을 본다는 삼현주의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부적합 배치의 내용물을 직접 보고 만져 보고, 설비 앞에 가서 작업자에게 그날 무엇을 봤는지 묻는다. 사무실에서 기록만 보고 정의한 문제는 자주 빗나간다. 크림 사례에서도 작업자에게 직접 물었을 때 처음 나온 말이 요즘 냉각이 좀 더디다는 것이었다. 기록에는 없는 정보였다.
30.3 특성요인도 — 원인을 빠짐없이 펼친다

문제가 정의되면 원인 후보를 펼친다. 이때 쓰는 도구가 특성요인도다. 생선뼈처럼 생겼다고 피시본 다이어그램이라고도 하고, 처음 만든 사람의 이름을 따서 이시카와 다이어그램이라고도 부른다. 오른쪽 머리에 문제를 적고, 큰 뼈마다 원인의 범주를 두고, 그 아래 잔뼈로 구체적인 원인 후보를 적는다.
범주는 공장에서 흔히 사람, 설비, 원료, 방법의 네 가지(4M)에 측정과 환경을 더한 여섯 가지(6M 또는 5M1E)를 쓴다.
| 범주 | 보는 것 | 화장품 공장에서 흔한 원인 후보 |
|---|---|---|
| 사람(Man) | 작업자의 숙련, 교대, 판단 | 신규 작업자, 교대 시 인수인계 누락, 표준과 다른 습관 |
| 설비(Machine) | 유화기·호모믹서·냉각·충전기의 상태 | 호모믹서 간극 마모, 진공 누설, 냉각 재킷 스케일, 온도계 오차 |
| 원료(Material) | 원료·용기·정제수 | 원료 로트·제조원 변경, 보관 중 변질, 정제수 수질 |
| 방법(Method) | 작업표준서와 공정 조건 | 투입 순서·온도·시간 기준의 빈틈, 표준서와 실제 작업의 차이 |
| 측정(Measurement) | 시험 방법과 기기 | 점도계 스핀들·온도 조건 차이, 시료 채취 위치, 숙성 시간 차이 |
| 환경(Environment) | 온도·습도·계절·공조 | 계절에 따른 냉각수·실내 온도 변화, 습도, 공조 이상 |
크림 점도 사례로 실제 특성요인도를 채우면 이렇게 된다.
| 범주 | 원인 후보 |
|---|---|
| 사람 | 냉각 단계 교반 속도 임의 변경, 증점제 투입 시점 판단 차이, 신규 작업자 |
| 설비 | 2호기 냉각 재킷 스케일로 열전달 저하, 냉각수 밸브 개도, 교반기 회전수 표시 오차, 온도계 위치 |
| 원료 | 증점제 로트 변경, 증점제 수분 흡습, 오일 원료 제조원 변경 |
| 방법 | 냉각 공정이 온도가 아니라 시간 기준, 증점제 분산 방법, 숙성 시간 기준 없음 |
| 측정 | 점도 측정 온도(25℃ 맞췄는지), 숙성 후 측정 시점 차이, 점도계 교정 |
| 환경 | 봄철 냉각수 온도 상승, 작업장 온도 상승 |
특성요인도를 그릴 때 지키는 원칙이 몇 가지 있다.
- 이 단계에서는 원인을 판단하지 않는다. 가능성이 낮아 보여도 일단 적는다. 판단은 다음 단계에서 데이터로 한다.
- 여러 부서가 함께 그린다. 생산은 설비와 작업을, 품질은 측정과 규격을, 연구는 원료와 처방을 잘 안다. 혼자 그리면 자기가 아는 뼈만 굵어진다.
- 원인 후보는 구체적으로 적는다. “설비 문제”가 아니라 “2호기 냉각 재킷 스케일”처럼,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쓴다.
- 측정과 환경을 빼먹지 않는다. 불량이 실제로 생긴 게 아니라 측정이 바뀌어서 불량처럼 보이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내 경험으로는 화장품 공장에서 가장 자주 빠뜨리는 뼈가 측정과 환경이다. 점도 불량을 조사하다 보니 품질팀에서 점도를 재는 시점이 숙성 24시간 후에서 12시간 후로 바뀌어 있었던 일도 있었다. 제품은 그대로였는데 측정이 바뀐 것이다.
30.4 5Why — 한 갈래를 끝까지 판다
특성요인도가 원인을 넓게 펼치는 도구라면, 5Why는 한 갈래를 깊게 파는 도구다. 현상에 대해 왜를 묻고, 그 답에 대해 다시 왜를 묻기를 근본 원인에 닿을 때까지 반복한다. 다섯 번은 상징적인 숫자다. 세 번에 닿을 때도 있고, 일곱 번이 필요할 때도 있다.
크림 점도 사례에서 처음 회의의 5Why는 이랬다.
| 질문 | 답 |
|---|---|
| 왜 점도가 낮은가 | 냉각 단계에서 교반을 세게 했다 |
| 왜 교반을 세게 했는가 | 작업자가 표준을 지키지 않았다 |
| 왜 표준을 지키지 않았는가 | 교육이 부족했다 |
| 대책 | 재교육 |
이 5Why는 두 번째 질문에서 이미 틀렸다. 첫 번째 답이 사실이었는지 확인하지 않았고, 사람에서 멈췄다. 다시 판 5Why는 이랬다.
| 질문 | 답 | 확인한 사실 |
|---|---|---|
| 왜 점도가 낮은가 | 점증제를 넣을 때 내용물 온도가 기준보다 높았다 | 제조 기록의 투입 시점 온도가 기준보다 4~6℃ 높음(5배치 공통) |
| 왜 온도가 높았는가 | 정해진 냉각 시간이 지나도 목표 온도까지 내려가지 않았다 | 냉각 시간은 표준대로 지켜짐 |
| 왜 같은 시간에 덜 내려갔는가 | 냉각수 온도가 겨울보다 높았다 | 냉각수 입구 온도 기록이 2월 평균보다 5℃ 높음 |
| 왜 냉각수 온도 변화가 공정에 반영되지 않았는가 | 냉각 공정이 온도가 아니라 시간 기준으로 정해져 있었다 | 작업표준서에 “냉각 30분” 으로만 기재 |
| 왜 시간 기준으로 정해졌는가 | 표준서를 만들 때 겨울철 시험 생산 결과를 그대로 옮겼고, 계절 변화를 검토하는 절차가 없었다 | 표준서 제정일 12월, 이후 개정 없음 |
| 근본 원인 | 공정 조건이 계절 변동을 고려하지 않은 시간 기준이었고, 이를 점검하는 절차가 없었다 |
두 5Why를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분명하다. 앞의 것은 추측으로 답했고 사람에서 멈췄다. 뒤의 것은 매 단계 기록으로 확인했고, 사람이 아니라 기준과 절차까지 내려갔다. 교반을 세게 한 작업자의 행동은 원인이 아니라 점도가 안 올라오는 증상을 보고 만회하려 한 반응이었다.
5Why를 할 때 내가 지키게 한 원칙은 이렇다.
- 답은 사실로 한다. 매 단계 답에 그것을 확인한 기록이나 데이터를 옆에 적는다. 확인하지 못한 답은 가설로 표시하고, 확인하기 전에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 사람에서 멈추지 않는다. 답이 “작업자가 ~하지 않았다”로 나오면, 왜 그것이 가능했는지를 묻는다. 표준서에 없었는지, 표준서가 현실과 맞지 않았는지, 실수를 막는 장치가 없었는지.
- 갈래가 여러 개면 따로 판다. 한 질문에 답이 둘이면 둘 다 판다. 불량은 원인이 하나가 아닌 경우가 많다.
- 거꾸로 읽어 검증한다. 맨 아래 근본 원인에서 위로 올라가며 “그래서”로 이어 읽는다. 시간 기준이었다, 그래서 냉각수가 따뜻해지자 덜 식었다, 그래서 증점제를 높은 온도에서 넣었다, 그래서 점도가 낮았다. 이렇게 막힘없이 이어지지 않으면 중간에 빠진 고리가 있다.
- 회사가 손댈 수 있는 곳에서 멈춘다. 왜를 계속하면 “날씨가 따뜻해져서”처럼 공장이 바꿀 수 없는 곳에 닿는다. 근본 원인은 공장이 바꿀 수 있는 마지막 지점이다. 날씨는 못 바꿔도 공정 기준은 바꿀 수 있다.
30.5 원인을 검증하는 법 — 가설을 데이터로 확인한다
특성요인도로 펼치고 5Why로 판 원인은 아직 가설이다. 대책을 세우기 전에 그 원인이 정말 불량을 일으키는지 확인해야 한다. 검증 없이 세운 대책은 운이 좋으면 맞고, 운이 나쁘면 돈과 시간만 쓰고 불량은 그대로 남는다.
| 검증 방법 | 내용 | 크림 사례 적용 | 주의 |
|---|---|---|---|
| 기록 대조 | 불량 배치와 정상 배치의 제조 기록을 나란히 비교 | 정상 배치와 불량 배치의 증점제 투입 온도 비교 | 기록이 부정확하면 결론도 틀린다 |
| 변경점 추적 | 불량 시작 시점 전후로 바뀐 사람·설비·원료·방법·측정·환경을 찾는다 | 3월 중순 냉각수 온도 상승 확인 | 공식 변경 외에 비공식 변경(작업 습관, 계절)도 본다 |
| 재현 시험 | 원인으로 추정한 조건을 일부러 만들어 불량이 재현되는지 본다 | 실험실에서 증점제 투입 온도를 기준, +3℃, +6℃로 나눠 점도 비교 | 소규모 재현이 양산과 다를 수 있다 |
| 제거 시험 | 원인을 없앴을 때 불량이 사라지는지 본다 | 다음 양산 배치를 온도 기준으로 냉각해 점도 확인 | 한 배치로 결론 내지 않고 여러 배치로 확인 |
| 층별 분석 | 데이터를 설비·작업자·원료 로트·시간대별로 나눠 본다 | 1호기와 2호기, 작업자별, 원료 로트별로 점도 정리 | 나누는 기준을 미리 정한다 |
| 추세 그래프 | 시간 순서로 값을 늘어놓아 변화 시점을 찾는다 | 배치별 점도와 냉각수 온도를 같은 그래프에 | 규격 안의 값도 함께 그려야 흐름이 보인다 |

이 가운데 공장에서 가장 쓸모 있는 것이 변경점 추적이다. 잘 만들던 제품에서 갑자기 불량이 나왔다면, 그 사이에 무언가 바뀌었다. 바뀐 것을 찾으면 원인의 절반은 찾은 것이다. 문제는 공식적인 변경만 기록에 남는다는 데 있다. 원료 제조원 변경이나 설비 수리는 변경 관리 기록에 남지만, 계절이 바뀐 것, 숙련 작업자가 휴가를 간 것, 냉각수 밸브를 누가 조금 잠근 것은 남지 않는다. 그래서 변경점을 찾을 때는 기록과 함께 현장 사람들에게 묻는다. 요즘 뭐 달라진 것 없느냐고.
재현 시험은 원인 검증의 가장 강한 증거다. 크림 사례에서는 실험실에서 같은 처방을 세 가지 투입 온도로 만들어 점도를 비교했다. 투입 온도가 높을수록 점도가 일정하게 낮아졌고, 6℃ 높았을 때의 점도가 불량 배치의 점도와 거의 같았다. 이 결과가 있었기에 대책을 공정 기준 변경으로 정할 수 있었다.
검증에서 하나 더 조심할 것이 있다. 불량 배치 하나만 보고 결론 내리지 않는 것이다. 한 배치에서는 우연히 여러 조건이 겹칠 수 있다. 적어도 불량 배치 여러 개와 정상 배치 여러 개를 나란히 놓고 비교해야, 그 차이가 우연인지 원인인지 가를 수 있다.
30.6 대책 세우기 — 잠정조치, 영구대책, 수평전개
원인이 확인되면 대책을 세운다. 대책은 시간 순서로 세 가지가 있다.
| 구분 | 목적 | 크림 사례 | 시점 |
|---|---|---|---|
| 잠정조치 | 원인 조사 동안 불량이 더 나가지 않게 막는다 | 해당 크림 생산 시 증점제 투입 전 온도 실측 확인, 출하 전 점도 전수 확인 | 문제 발견 즉시 |
| 영구대책 | 근본 원인을 없애 재발을 막는다 | 냉각 공정을 시간 기준에서 온도 기준(목표 온도 도달 확인 후 투입)으로 변경, 작업표준서 개정 | 원인 검증 후 |
| 수평전개 | 같은 원인이 있을 수 있는 다른 제품·라인에 대책을 펼친다 | 냉각 후 투입 공정이 있는 모든 제품의 작업표준서 점검, 계절별 공정 조건 점검 절차 신설 | 영구대책과 함께 |
잠정조치는 원인을 몰라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원인 조사에 몇 주가 걸리는 동안에도 생산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잠정조치는 보통 검사를 늘리거나 조건을 보수적으로 잡는 방식이라 비용이 들고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 그래서 잠정조치가 영구대책처럼 몇 년씩 굳어지지 않게, 언제까지 유지하고 언제 해제할지를 함께 정해 둔다.
영구대책은 효과가 센 순서가 있다. 같은 원인이라도 어떤 대책을 고르느냐에 따라 재발 가능성이 크게 다르다.
| 대책의 세기 | 방식 | 예 | 한계 |
|---|---|---|---|
| 가장 강함 | 원인 자체를 없앤다 | 냉각 능력을 키우거나 냉각수 온도를 일정하게 관리하는 설비 개선 | 설비 투자가 필요할 수 있다 |
| 강함 | 실수가 불가능하게 만든다(실수 방지 장치) | 목표 온도에 도달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인터록, 온도 미달 시 경보 | 설비 개조 필요 |
| 보통 | 기준과 절차를 바꾼다 | 작업표준서를 시간 기준에서 온도 기준으로 개정, 기록지에 투입 온도 기재란 추가 | 사람이 지켜야 효과가 난다 |
| 약함 | 교육한다 | 냉각 온도의 중요성 교육 | 사람이 바뀌면 사라진다 |
| 가장 약함 | 주의를 준다 | “냉각 온도 주의” 게시물 | 시간이 지나면 아무도 안 본다 |
불량 보고서의 대책란이 교육과 주의로만 채워져 있다면, 원인을 충분히 파지 않았다는 신호다. 나는 대책 검토 회의에서 교육과 주의만 있는 보고서는 돌려보냈다. 교육은 다른 대책과 함께 할 때만 대책으로 인정했다. 크림 사례에서는 작업표준서 개정과 기록지 수정을 먼저 하고, 다음 설비 정비 때 2호기에 냉각 온도 경보를 달았다.
수평전개는 가장 자주 빠지는 단계다. 한 제품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다들 안도하고 다음 일로 넘어간다. 그런데 같은 구조는 다른 제품에도 있다. 크림 사례 이후 냉각 후 투입 공정이 있는 제품을 모두 점검하니, 시간 기준으로만 정해진 표준서가 열 개 넘게 나왔다. 그중 두 개는 이미 여름철마다 점도가 흔들리고 있었지만 규격 안이라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던 제품이었다.
대책을 세운 뒤에는 효과를 확인한다. 대책 적용 후 일정 배치 수(예: 연속 5배치 이상) 또는 일정 기간(계절 원인이라면 다음 계절 변화까지) 동안 같은 불량이 없는지, 관련 수치가 안정됐는지를 보고 나서 조사를 닫는다. 효과 확인 없이 닫은 조사는 대책을 세웠다는 기록만 남는다.
30.7 조사를 기록하는 법 — 불량 조사 보고서
원인 조사는 보고서로 남겨야 끝난다. 보고서는 고객사나 심사원에게 보여 주기 위한 서류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쓸모는 다음 조사의 출발점이 된다는 것이다. 같은 제품에서 비슷한 불량이 다시 나왔을 때 이전 보고서가 있으면 처음부터 다시 할 필요가 없다.
공장에서 쓰는 불량 조사 보고서는 대체로 아래 항목을 갖춘다. 자동차 업계에서 쓰는 8D 보고서나 품질 경영의 시정 및 예방조치(CAPA) 양식도 구조는 비슷하다.
| 항목 | 적는 내용 | 크림 사례 |
|---|---|---|
| 1. 조사 팀 | 참여자와 부서, 책임자 | 생산·품질·연구·설비 담당 각 1명, 책임자 생산팀장 |
| 2. 문제 정의 | 사실로 적은 현상과 범위 | 30.2의 문제 정의와 비교표 |
| 3. 잠정조치 | 불량 유출 차단 조치와 유지 기한 | 투입 전 온도 실측, 출하 전 점도 전수 확인(영구대책 효과 확인 시까지) |
| 4. 원인 분석 | 특성요인도, 5Why, 원인 후보별 확인 결과 | 특성요인도, 5Why 표, 후보별 확인 결과 |
| 5. 원인 검증 | 재현·제거 시험, 데이터 비교 결과 | 투입 온도별 재현 시험, 추세 그래프 |
| 6. 영구대책 | 근본 원인에 대한 대책, 담당, 완료일 | 작업표준서 개정, 기록지 수정, 냉각 온도 경보 설치 |
| 7. 수평전개 | 대책을 펼친 제품·라인 목록 | 냉각 후 투입 공정 제품 12종 점검 결과 |
| 8. 효과 확인 | 대책 적용 후 결과와 조사 종료 판단 | 개정 후 연속 8배치 점도 규격 중앙값 근처, 여름철까지 추적 후 종료 |
보고서를 쓸 때 조심할 것이 두 가지 있다.
첫째, 사람의 이름을 원인으로 쓰지 않는다. “○○○ 작업자가 교반 속도를 변경”이 아니라 “냉각 단계 교반 속도가 표준과 다르게 운전됨”으로 쓴다. 이름이 원인란에 들어가면 다음부터 사람들이 사실을 숨긴다. 원인 조사는 사람들이 그날 본 것을 솔직하게 말해 줘야 진행되는데, 말한 사람이 원인으로 적히는 공장에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둘째, 확인하지 못한 것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쓴다. 원인 후보 가운데 시간이 없어 확인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보고서에 그대로 남긴다. 다음에 비슷한 불량이 나왔을 때 그 후보부터 확인하면 된다. 모든 것을 확인한 것처럼 쓴 보고서는 다음 조사를 오히려 방해한다.
30.8 팀으로 원인을 찾는다 — 조사 회의를 운영하는 법
원인 조사는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생산은 그날 현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품질은 측정과 규격과 데이터를, 연구는 처방과 원료의 성질을, 설비는 기계의 상태와 이력을 안다. 한 부서만으로는 특성요인도의 뼈 절반이 비어 있게 된다.
| 참여자 | 조사에서 맡는 것 |
|---|---|
| 생산 | 제조 기록, 작업 조건, 현장 작업자의 증언, 설비 운전 상태 |
| 품질 | 문제 정의, 시험 데이터, 측정 방법 확인, 보고서 정리 |
| 연구(개발) | 처방과 원료 특성, 재현 시험 설계와 해석 |
| 설비 | 설비 점검·정비 이력, 계측기 교정, 설비 개선 대책 |
| 구매·자재 | 원료 로트·제조원 변경 이력, 공급사 정보 |
| 현장 작업자 | 그날 본 것, 기록에 없는 변화, 표준서와 실제 작업의 차이 |
회의를 운영할 때 내가 지킨 원칙은 이렇다.
- 첫 회의는 문제 정의만 한다. 원인 이야기가 나오면 메모만 해 두고, 문제가 사실로 정리될 때까지 원인 토론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 특성요인도는 모두가 볼 수 있는 큰 종이나 화이트보드에 함께 그린다. 직급이 낮은 사람, 현장 작업자의 의견이 먼저 나오게 한다. 팀장이 먼저 말하면 다들 그 쪽으로 따라간다.
- 원인 후보마다 확인 담당과 기한을 정한다. 회의에서 원인을 확정하지 않는다. 회의는 확인할 것을 정하는 자리이고, 확인은 회의 밖에서 데이터로 한다.
- 다음 회의는 확인 결과로 시작한다. 확인 결과가 없는 후보에 대해서는 의견을 나누지 않는다.
- 누구의 탓인지를 묻지 않는다. 조사 회의에서 책임 추궁이 시작되면 그날로 조사는 끝난다.
크림 사례에서 결정적인 단서를 준 사람은 품질팀장도 생산팀장도 아니라, 2호기를 매일 운전하던 작업자였다. 요즘 냉각이 좀 더디다는 말은 첫 회의에서 작업자 실수라는 결론이 나는 동안 아무도 묻지 않아서 나오지 않았다. 그 작업자는 나중에 이렇게 말했다. 실수했다고 하니까 말하기가 좀 그랬다고.
30.9 현장 트러블슈팅과 주의점
원인 조사가 빗나가는 흔한 패턴을 정리했다. 불량 자체가 아니라 생각하는 과정이 틀어지는 경우다.
| 현상 | 흔한 원인 | 확인 방법 | 예방·조치 |
|---|---|---|---|
| 같은 불량이 대책 후에도 재발한다 | 직접 원인에서 멈춤, 대책이 교육·주의뿐 | 보고서의 5Why 깊이, 대책의 세기 | 근본 원인까지 파기, 기준·설비 대책 우선 |
| 원인이 늘 작업자 실수로 결론 난다 | 기록에 사람 흔적이 가장 많음, 책임 추궁 문화 | 원인란 통계 | 사람에서 멈추지 않는 규칙, 이름 기재 금지 |
| 회의가 길어지는데 결론이 없다 | 문제 정의 없이 원인 토론, 확인 없이 의견만 | 회의록 | 첫 회의는 문제 정의만, 확인 담당·기한 지정 |
| 대책을 했는데 효과가 없다 | 원인 검증 없이 대책 | 재현·제거 시험 여부 | 검증 후 대책, 효과 확인 후 종료 |
| 불량인 줄 알았는데 측정이 바뀌어 있었다 | 측정 범주 누락 | 시험 방법·시점·기기 변경 이력 | 특성요인도에 측정 뼈 필수 |
| 계절마다 같은 불량이 돌아온다 | 환경 범주 누락, 공정 기준이 한 계절 기준 | 연간 추세 그래프 | 계절별 공정 조건 점검 절차 |
| 원인이 둘인데 하나만 고쳤다 | 5Why를 한 갈래만 팜 | 대책 후 불량률 감소 폭 | 갈래마다 따로 파기 |
| 한 제품만 고치고 끝났다 | 수평전개 누락 | 같은 구조의 다른 제품 목록 | 보고서 양식에 수평전개 항목 필수 |
| 잠정조치가 몇 년째 계속된다 | 영구대책 미완료, 해제 기한 없음 | 잠정조치 목록과 시작일 | 잠정조치마다 해제 조건·기한 지정 |
| 이전 조사 기록을 찾을 수 없다 | 보고서 미작성, 보관 체계 없음 | 제품별 불량 이력 | 제품별 조사 보고서 보관, 새 조사 시 이전 보고서부터 확인 |
표에 다 담지 못한 경험 몇 가지를 덧붙인다.
첫째, 원인을 빨리 찾는 것보다 정확하게 찾는 것이 결국 빠르다. 첫 회의에서 작업자 실수로 결론 내린 크림 조사는 두 주 만에 다시 열렸고, 처음부터 다시 했다. 처음에 사흘을 더 들여 문제를 정의하고 데이터를 모았다면 그 두 주와 부적합 배치 하나를 아낄 수 있었다.
둘째, 규격 안의 데이터를 버리지 않는다. 크림 사례에서 부적합은 한 배치였지만, 그 전에 다섯 배치가 하한 근처로 내려오고 있었다. 적합 판정만 보고 수치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조짐을 놓쳤다. 불량은 대개 갑자기 오지 않는다. 규격 안에서 먼저 움직인다. 주요 품질 수치를 추세 그래프로 그려 두면 부적합이 나기 전에 조사를 시작할 수 있다.
셋째, 처음 보이는 원인이 그럴듯할수록 한 번 더 의심한다. 그럴듯한 원인은 사람을 안심시키고, 안심하면 더 묻지 않는다. 내가 원인 조사에서 가장 많이 한 질문은 왜가 아니라 그건 어떻게 확인했느냐였다.
넷째, 원인을 끝내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때는 찾지 못했다고 인정하고, 확인한 것과 확인하지 못한 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잠정조치를 유지하며 다음 발생 때 더 많은 데이터를 모을 준비를 한다. 원인을 모르는데 아는 척 대책을 세우는 것보다 그편이 낫다. 다음에 같은 불량이 나왔을 때, 그 기록이 범위를 좁혀 준다.
다섯째, 사고법은 도구일 뿐이다. 특성요인도를 예쁘게 그리고 5Why 칸을 다섯 개 채웠다고 원인이 찾아지는 것은 아니다. 도구가 하는 일은 생각이 빠뜨리는 곳을 비추는 것이다. 결국 원인을 찾는 것은 현장에 가서 보고, 사람들에게 묻고, 데이터로 확인하는 일이다.
30.10 정리하며
불량 원인을 찾는 일은 처음 보이는 원인을 의심하는 데서 시작한다. 증상과 직접 원인과 근본 원인은 다르고, 재발을 막으려면 근본 원인까지 내려가야 한다. 그리고 근본 원인은 대개 사람이 아니라 사람이 실수하게 만든 기준과 절차와 설비에 있다.
이 장의 핵심을 줄이면 이렇다. 문제는 추측 없이 사실과 숫자로 정의하고, 일어나지 않은 곳과 비교해 단서를 찾는다. 특성요인도로 사람, 설비, 원료, 방법, 측정, 환경의 원인 후보를 빠짐없이 펼치고, 5Why로 한 갈래씩 끝까지 판다. 매 단계 답은 기록과 데이터로 확인하고, 사람에서 멈추지 않는다. 원인은 재현 시험과 변경점 추적으로 검증한 뒤에 대책을 세우고, 대책은 교육과 주의보다 원인을 없애거나 실수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쪽을 고른다. 잠정조치, 영구대책, 수평전개를 차례로 하고, 효과를 확인한 뒤에 조사를 닫는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보고서로 남긴다.
이어지는 장들에서는 유화 불량, 액상 불량, 이물, 누액, 미생물, 클레임을 차례로 다룬다. 불량의 얼굴은 다 다르지만, 원인을 찾는 순서는 이 장에서 정리한 그대로다. 문제를 사실로 적고, 넓게 펼치고, 깊게 파고, 데이터로 확인하고, 구조를 고친다. 그 순서를 몸에 익힌 공장은 같은 불량을 두 번 만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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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기관: ASQ — Fishbone Diagra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