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3장에서 다룬 활성성분이 제품의 “효능”을 만든다면, 이 장에서 다룰 원료들은 제품의 “인상”과 “수명”을 만듭니다. 향은 뚜껑을 열었을 때의 첫인상을 좌우하고, 은은한 색과 펄은 제품을 고급스럽게 보이게 하며, 방부제는 이 모든 것이 유통기한 내내 상하지 않도록 지켜 줍니다. 활성성분만큼 예민하지는 않지만, 이들 역시 넣는 시점과 양을 한 번 잘못 잡으면 곧바로 변취·변색·석출·오염 같은 클레임으로 돌아옵니다. 이 장에서는 향·색소·펄, 그리고 방부 원료를 하나씩 짚습니다.
4.1 향(착향제) — 첫인상을 만들지만 가장 잘 도망가는 원료
향은 소비자가 제품을 처음 만나는 지점입니다. 좋은 처방도 향이 어긋나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그런데 향은 다루기 까다롭습니다. 휘발성이 커서 열을 받으면 날아가고, 다른 원료와 만나 변취·변색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래서 향에도 후첨 원칙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유화·가열이 끝나고 온도가 충분히 내려간 뒤(대개 40℃ 안팎)에 넣습니다. 뜨거울 때 넣으면 향이 날아가 배치마다 향의 세기가 달라지고, 이것이 곧 “이번 로트는 향이 약하다”는 편차 클레임이 됩니다.
한 가지 더, 스킨이나 토너처럼 맑은 수계 제형에서는 향(대부분 기름 성분)이 물에 녹지 않아 그대로 넣으면 뿌옇게 흐려지거나 기름방울이 뜹니다. 이런 제형에서는 가용화제로 향을 맑게 녹여 넣어야 합니다(가용화는 11장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부향률(향을 넣는 비율)은 기초 제품에서 대체로 낮게(흔히 0.1~0.5% 수준) 잡습니다.
향과 관련해 생산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규제가 있습니다. 향료 안에는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특정 성분들이 있는데, 이들이 일정 함량을 넘으면 성분표에 개별적으로 표시해야 합니다(표시 대상 향 알레르겐). 어떤 향을 얼마나 넣느냐가 표시 의무로 이어지므로, 향은 개발·표시 부서와 반드시 연결해 관리해야 합니다(표시·광고는 38장에서 다룹니다).
4.2 색소 — 기초 제형의 색은 ‘은은하게’
메이크업의 색소가 진하게 발색하는 주인공이라면, 기초 제품의 색은 조연입니다. 대부분 아주 옅게, 제품의 콘셉트를 은은하게 드러내는 정도로 씁니다. 그래서 소량이 승부처이고, 조금만 더 들어가도 색이 튀어 배치 간 색 편차가 생깁니다.
색소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 유형 | 성격 | 취급 |
|---|---|---|
| 수용성 염료 | 물에 녹아 투명하게 발색 | 녹이기 쉬움, pH·빛에 따라 변색 주의 |
| 안료(불용성) | 물·기름에 녹지 않고 분산 | 뭉치지 않게 고르게 분산해야 함 |
수용성 염료는 다루기는 쉽지만, 일부는 pH가 바뀌면 색이 변하거나 빛에 바래므로 제형의 pH와 보관을 함께 봐야 합니다. 안료(예: 산화철 계열)는 물에 녹지 않아 고르게 분산시키는 것이 관건이며, 분산이 덜 되면 얼룩이나 반점으로 나타납니다.
생산자가 색소에서 지킬 원칙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반드시 허용된 색소만, 허용 범위 안에서 씁니다(사용 가능한 색소와 한도는 규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둘째, 미량이므로 정밀하게 칭량하고, 되도록 미리 물이나 용제에 풀어(전용액을 만들어) 균일하게 넣습니다. 셋째, 완성된 색을 표준 견본과 비교해 배치마다 같은 색인지 확인합니다(색·외관 검사는 25장에서 다룹니다).
4.3 펄 — 반짝임은 ‘분산’과 ‘약한 전단’으로 지킨다
에센스나 크림에 은은한 광채를 주는 펄(진주광택 안료)은 마이카(운모)에 이산화티탄 등을 입힌 것이나, 이를 대체한 합성 펄이 주로 쓰입니다. 펄은 두 가지 성질 때문에 다루기 조심스럽습니다.
첫째, 펄은 얇은 판 모양이라 그 판이 온전할 때 빛을 잘 반사합니다. 그런데 호모믹서 같은 강한 전단을 오래 주면 이 판이 깨져 광택이 죽습니다. 그래서 펄은 유화가 끝난 뒤 낮은 전단으로 부드럽게, 짧게 분산시켜 넣습니다. “펄은 곱게 오래 갈수록 좋다”가 아니라 “필요한 만큼만 살살”이 정답입니다.
둘째, 펄은 무거워 가라앉습니다. 점도가 낮은 제형에서는 시간이 지나며 바닥에 펄이 쌓여(침강) 위아래 반짝임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펄 제품은 어느 정도 점도를 주거나 현탁 안정성을 확보해 펄이 뜬 상태로 머물게 합니다. 분산이 덜 되면 뭉쳐서 반짝이는 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4.4 방부 원료 — 수계 제품의 생명줄
1장에서 스킨케어는 정제수 기반이라 미생물에 취약하다고 했습니다. 그 미생물로부터 제품을 지키는 것이 방부제입니다. 아무리 좋은 활성과 향을 넣어도 방부가 뚫리면 그 배치는 통째로 폐기입니다. 방부제는 종류마다 잘 듣는 pH 범위와 성격이 달라, 제형에 맞게 골라 써야 합니다.

| 계열 | 대표 성분 | 특징 |
|---|---|---|
| 파라벤계 | 메칠파라벤, 프로필파라벤 | 넓은 항균 범위, 안정적. 한도 내 사용, 최근 기피 경향 |
| 페녹시에탄올 | 페녹시에탄올 | 넓은 범위, 한도 관리 필요, 널리 사용 |
| 유기산계 | 소듐벤조에이트, 포타슘소르베이트 | 낮은 pH(대체로 5.5 이하)에서 효과, pH 의존이 큼 |
| 멀티올·보조계 | 카프릴릴글라이콜, 1,2-헥산다이올, 에틸헥실글리세린 | 자체 방부력은 약해 보조로. 무방부 설계에 활용 |
| 이소치아졸리논계 | 메칠이소치아졸리논 등 | 주로 씻어내는 제품에. 사용 조건 제한 |
방부제를 다룰 때 생산자가 놓치기 쉬운 함정이 있습니다. 방부제가 처방에 들어 있다고 해서 방부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방부제는 계면활성제(특히 비이온 유화제)나 오일, 심지어 플라스틱 용기에 붙잡혀 힘을 잃을 수 있습니다(불활성화). 분명히 넣었는데 방부력 시험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여기서 나옵니다. 또 유기산계처럼 pH에 크게 의존하는 방부제는, 제형의 pH가 조금만 올라가도 효과가 뚝 떨어집니다.
이 분배(分配)의 성질에서 아주 중요한 실무가 하나 나옵니다. 방부제는 용해성에 따라 수상에 넣는 것과 유상에 넣는 것이 나뉜다는 점입니다. 미생물은 물(수상)에서 자라므로 방부제도 수상에 충분히 녹아 있어야 힘을 쓰는데, 방부제마다 물과 기름에 나뉘어 들어가는 비율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물에 잘 녹는 방부제는 수상에, 기름에 잘 녹는 방부제는 유상에 넣어 각자 잘 녹는 상에서 고르게 퍼지게 합니다.
| 방부제 | 주로 넣는 상 | 이유 |
|---|---|---|
| 메칠파라벤 | 수상 | 물에 비교적 잘 녹음(뜨거운 정제수에 용해) |
| 프로필·부틸파라벤 | 유상 | 기름에 더 잘 녹음 |
| 소듐벤조에이트·포타슘소르베이트 | 수상 | 수용성 염 |
| 카프릴릴글라이콜·에틸헥실글리세린 | 유상(또는 냉각 후) | 기름과 친함 |
| 페녹시에탄올 | 수상 또는 냉각 후 | 부분 수용성 |
대표적인 예가 파라벤 조합입니다. 물에 잘 녹는 메칠파라벤은 수상에, 기름에 더 잘 녹는 프로필파라벤·부틸파라벤은 유상에 녹여 넣습니다. 한 제품에 파라벤이 두세 가지 들어가는 것은 이렇게 수상·유상 양쪽을 모두 지키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언제 넣느냐”까지 겹칩니다. 파라벤처럼 열에 안정한 방부제는 가열 단계에서 각자의 상(수상·유상)에 녹여 넣지만, 열에 약한 방부제는 유화가 끝나고 식은 뒤에 넣습니다(후첨). 방부제는 “어느 상에 넣느냐(용해성)”와 “언제 넣느냐(열 안정성)”를 함께 봐야 하는 원료입니다.
그래서 방부는 “어떤 방부제를 넣느냐”만이 아니라 “그 방부제가 이 제형에서 실제로 작동하느냐”까지 확인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방부제 조합과 무방부 전략을 어떻게 설계하는지는 9장(방부 시스템 설계)에서, 실제로 방부가 되는지 확인하는 방부력 시험은 29장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투입은 대개 열에 비교적 안정하나, 일부는 고온에서 분해될 수 있으므로 처방이 정한 투입 시점을 지킵니다.
4.5 이 원료들을 다루는 공통 원칙
향·색소·펄·방부는 성격이 제각각이지만, 현장에서 지킬 원칙은 서로 닮아 있습니다.
향과 열에 약한 원료는 저온에서 후첨합니다. 색소·펄·향처럼 소량으로 인상을 좌우하는 원료는 정밀하게 칭량하고, 색소·펄은 미리 풀거나 부드럽게 분산시켜 균일하게 넣습니다. 향 알레르겐과 색소처럼 표시·규제와 얽힌 원료는 개발·표시 부서와 연결해 관리합니다(38장). 그리고 방부처럼 상용성이 결과를 좌우하는 원료는, 넣은 것으로 끝내지 말고 실제로 작동하는지 안정성·방부력 시험으로 확인합니다(28·29장). 배치마다 향과 색이 같은지 확인하는 일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25장).
4.6 정리하며
이 장에서 기억하실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향은 저온 후첨이 기본이고, 수계 제형에서는 가용화가 필요하며, 알레르겐 표시라는 규제가 따라붙습니다. 둘째, 기초 제형의 색은 은은하게 쓰되 소량 정밀 칭량과 분산, 표준 대비 확인이 관건이고, 펄은 약한 전단으로 살살 분산해 광택과 현탁을 지킵니다. 셋째, 방부제는 넣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그 제형에서 실제로 작동하는지가 중요하며, pH와 상용성이 방부의 성패를 가릅니다.
여기까지가 1부, 원료의 이야기였습니다. 물과 기름, 계면활성제와 점증제, 활성과 향·색·방부까지 — 이제 원료 하나하나의 성격을 어느 정도 손에 익혔습니다. 다음 2부에서는 이 원료들이 서로 만나 제형이 되는 원리로 들어갑니다. 그 첫걸음은 이 책의 심장이라 할 유화의 원리입니다. 물과 기름이 왜, 어떻게 하나로 섞이는지 — 5장에서 본격적으로 풀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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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 목차: 스킨케어 생산기술 전체 목차
- 이전 장: 3장. 기능성 활성성분 다루기
- 다음 장: 5장. 유화의 원리
- 참고 기관: 식품의약품안전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