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주제: 액상 불량의 원인과 대책. 겔·세럼·앰플이 탁해지고, 묽어지고, 색과 향이 변하는 이유를 가용화·증점제·pH·원료 관점에서 공장 현장 사례로 정리했습니다.
목차
어느 해 1월, 투명한 앰플에서 클레임이 몰려 들어왔다. 받아 보니 내용물이 뿌옇다는 것이었다. 공장에 있던 보관용 검체는 맑았다. 그런데 그 검체를 냉장고에 하룻밤 넣어 두었더니 똑같이 뿌옇게 됐고, 다시 실온에 두니 몇 시간 뒤에 맑아졌다. 겨울철 물류 창고와 택배 차량 안에서 제품이 차가워지며 뿌옇게 변했던 것이다.
여기까지는 저온에서 가용화가 풀리는 흔한 이야기다. 그런데 같은 처방의 지난겨울 로트들은 멀쩡했다. 그 차이를 찾느라 몇 주가 걸렸다. 원인은 두 가지가 겹친 데 있었다. 하나는 향료였다. 같은 품명이었지만 향료 회사가 그해 가을부터 조향 일부를 바꾸면서 가용화가 조금 더 어려운 성분이 늘었다. 다른 하나는 공정이었다. 문제 로트들은 가용화제와 향료를 먼저 섞어 두는 사전 혼합 시간을 줄여서 만든 배치였다. 둘 다 하나씩만 놓고 보면 규격 안의 변화였다. 그런데 둘이 겹치자 가용화의 여유가 사라졌고, 실온에서는 버티던 액이 영하 근처에서 무너졌다.
투명한 제품은 정직하다. 유화 제품이라면 하얀 색 뒤에 숨었을 작은 변화가 투명한 액과 겔에서는 그대로 보인다. 조금 뿌옇게 변한 것, 색이 살짝 노래진 것, 바닥에 가는 실 같은 것이 떠 있는 것까지 소비자 눈에 다 띈다. 그래서 토너, 에센스, 세럼, 앰플, 겔 같은 액상·겔 제품은 불량의 문턱이 낮다. 가용화와 겔·세럼 공정은 앞에서 다뤘고, 결정이 석출되는 이물은 다음 장에서 따로 다룬다. 이 장에서는 액상·겔 제품에서 생기는 탁도, 점도 이상, 이수, pH 변화, 변색과 냄새 변화, 기포의 원인을 공장 쪽에서 어떻게 찾는지 정리한다.
32.1 액상·겔 불량의 특징 — 투명해서 모든 것이 보인다
액상·겔 제품의 불량은 유화 제품과 성격이 다르다. 유화 제품의 불량은 대개 구조가 무너지는 문제지만, 액상·겔 제품의 불량은 녹아 있던 것이 빠져나오거나, 고분자의 사슬이 끊어지거나, 성분이 화학적으로 변하는 문제가 많다.
| 불량 | 보이는 모습 | 안에서 일어나는 일 | 주로 의심할 곳 |
|---|---|---|---|
| 탁도 | 맑던 액이 뿌옇다, 우윳빛이 돈다 | 가용화가 풀리거나, 녹지 않는 성분이 미세하게 떠 있다 | 가용화제 비율, 투입 순서, 온도, 원료 로트 |
| 점도 저하 | 겔이 풀린다, 세럼이 물처럼 흐른다 | 증점 고분자의 구조가 약해지거나 사슬이 끊어진다 | 중화 pH, 전해질, 전단, 분해 |
| 점도 상승·덩어리 | 국부적으로 젤리처럼 뭉친다 | 고분자 분산 불량, 국부 과중화 | 투입 방법, 교반 |
| 이수 | 겔 표면이나 용기 벽에 물이 고인다 | 겔 망상 구조가 수축해 물을 짜낸다 | 고분자 농도, 전해질, 동결·해동 |
| pH 변화 | 시간이 지나며 pH가 내려가거나 올라간다 | 원료 분해, 산화, 완충 부족 | 원료 안정성, 완충, 용기 |
| 변색 | 노래지거나 갈색이 돈다 | 산화, 금속 이온 반응, 빛에 의한 분해 | 킬레이트, 산소, 빛, 원료 |
| 냄새 변화 | 향이 약해지거나 이취가 난다 | 향료 산화, 원료 분해, 미생물 | 향료 로트, 보관 조건 |
| 기포 | 겔 속에 공기 방울이 갇힌다 | 고점도에서 공기가 빠지지 못한다 | 진공, 탈포, 충전 |
| 침전·부유물 | 바닥에 가라앉거나 실 같은 것이 뜬다 | 결정 석출, 미용해, 고분자 응집, 미생물 | 원인에 따라 다름(다음 장) |
액상·겔 불량 조사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그 변화가 되돌아가는지다. 데우면 맑아지는 탁도, 흔들면 섞이는 물기, 실온에 두면 사라지는 기포는 물리적 변화다. 반면 노래진 색, 떨어진 pH, 묽어진 점도는 대개 되돌아가지 않는다. 화학적 변화이거나 고분자 구조가 끊어진 것이다. 되돌아가는 변화는 조건을 관리하면 막을 수 있고, 되돌아가지 않는 변화는 원인을 없애야 막을 수 있다.
32.2 탁도 — 맑던 액이 뿌옇게 변한다
탁도는 투명 제품의 가장 흔한 불량이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녹여 두었던 성분이 빠져나오는 경우와, 처음부터 덜 녹은 것이 남아 있는 경우다.
| 원인 |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 언제 드러나는가 | 확인 방법 |
|---|---|---|---|
| 가용화제 여유 부족 | 향료·오일을 미셀 안에 겨우 담고 있다가 조건이 조금만 바뀌어도 빠져나온다 | 저온, 장기 보관 | 저온·고온 보관 시료 비교 |
| 가용화 투입 순서 오류 | 가용화제와 향료를 먼저 섞지 않고 물에 바로 넣었다 | 제조 직후 | 제조 기록, 작업자 확인 |
| 사전 혼합 부족 | 가용화제와 향료가 충분히 섞이기 전에 물을 넣었다 | 제조 직후 또는 저온 | 사전 혼합 시간 기록 |
| 정제수 투입 속도 | 가용화 혼합물에 물을 한꺼번에 부어 국부적으로 탁해진다 | 제조 직후 | 투입 방법 |
| 향료·오일 원료 로트 변경 | 같은 품명이라도 조성이 바뀌어 가용화가 어려워진다 | 로트 변경 이후 | 원료 로트 대조, 소량 가용화 비교 |
| 온도에 따른 가용화제 성질 변화 | 비이온 가용화제는 온도가 너무 높아지면 오히려 뿌옇게 된다(흐림점) | 고온 보관, 여름 물류 | 가열 시 탁해지는지 확인 |
| 전해질·알코올·추출물 추가 | 가용화 균형을 깨 향료가 밀려난다 | 처방 변경, 원료 로트 변경 | 해당 원료 빼고 비교 |
| 고분자·추출물 미용해 | 덜 녹은 고분자나 추출물 불용분이 미세하게 떠 있다 | 제조 직후 | 여과 후 맑아지는지 |
탁도를 조사할 때 내가 늘 먼저 하는 것이 온도 시험이다. 뿌연 시료를 40℃ 정도로 데워 보고, 다른 시료는 냉장고에 넣어 본다. 데우면 맑아지고 식히면 다시 뿌옇게 되면 저온에서 가용화가 풀리는 것이다. 반대로 데우면 더 뿌옇게 되고 식히면 맑아지면 가용화제의 흐림점 쪽이다. 온도와 상관없이 늘 뿌옇다면 처음부터 덜 녹은 것이 있거나, 녹지 않는 무언가가 들어갔거나, 미생물이 자란 것이다.

장 첫머리의 앰플처럼 저온 탁도는 처방의 여유가 적을 때 공장 쪽의 작은 차이가 방아쇠가 되는 경우가 많다. 가용화는 가용화제와 향료를 먼저 충분히 섞어 두는 사전 혼합이 결과를 크게 좌우한다. 이 단계에서 시간을 줄이면 실온에서는 맑아 보여도 가용화가 덜 안정한 상태로 만들어진다. 나는 가용화 사전 혼합은 시간이 아니라 상태로 판정하게 했다. 혼합물이 완전히 균일하고 맑아진 것을 눈으로 확인한 뒤에 물을 넣고, 물도 처음에는 조금씩 넣어 투명함이 유지되는지 보면서 늘려 간다.
저온 탁도를 미리 잡으려면 출하 전에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투명 제품은 내용물 검사 때 실온 외관만 보지 말고, 일정 시간 냉장 보관한 시료의 외관도 함께 보는 것이 좋다. 겨울철에 물류에서 탁도 클레임이 반복되는 제품이라면 이 확인 하나로 대부분 걸러진다.
32.3 점도 이상 — 겔이 풀리고, 세럼이 물처럼 된다
겔과 세럼의 점도는 카보머 같은 아크릴계 고분자, 잔탄검이나 하이알루로닉애씨드 같은 천연 고분자, 셀룰로오스 유도체 같은 증점제가 만든다. 각각 무너지는 원인이 다르다.
| 증점제 계열 | 점도가 떨어지는 공장 원인 | 확인할 것 |
|---|---|---|
| 카보머(아크릴계) | 중화 pH 부족 또는 과다, 전해질·양이온 원료 투입, 중화 후 과도한 고속 교반, 자외선·금속 이온에 의한 분해 | 중화 후 pH, 전해질 원료 투입 순서, 교반 기록 |
| 잔탄검 등 천연 검 | 분산 불량으로 덩어리째 남음, 충분한 수화 시간 부족, 미생물·효소에 의한 분해 | 분산 방법, 수화 시간, 미생물 |
| 하이알루로닉애씨드 | 원료 분자량 로트 차이, 고온 장시간 가열, 산·알칼리 조건, 미생물·효소 분해 | 원료 로트, 가열 이력, pH |
| 셀룰로오스 유도체 | 분산 온도 조건(냉수·온수 분산) 착오, 수화 부족 | 분산 온도, 수화 시간 |
[그림 32-2] 카보머 겔의 pH별 점도 곡선 — 가로축 pH 3~10, 세로축 점도. 중화 구간에서 점도가 급히 오르고 고원을 이룬 뒤 높은 pH에서 다시 떨어지는 모양, 같은 그래프에 전해질(염)을 넣었을 때 곡선이 전체적으로 낮아지는 모습을 점선으로(신규 제작)

카보머 겔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문제는 중화와 전해질이다. 카보머는 중화되어야 사슬이 펴지며 점도를 내는데, 중화 pH가 처방 범위보다 낮으면 점도가 덜 나오고, 너무 높아도 점도가 떨어진다. 그리고 소금기, 즉 전해질에 약하다. 나이아신아마이드 같은 활성 성분 자체는 문제가 없어도, 그 원료나 추출물 원료에 섞여 있는 염류가 로트마다 다르면 겔의 점도가 로트마다 흔들린다. 같은 처방인데 원료 로트가 바뀐 뒤부터 겔이 묽어졌다면, 그 원료의 전도도를 이전 로트와 비교해 보는 것이 빠르다.
투입 순서도 중요하다. 전해질이 많은 원료나 양이온성 원료를 카보머가 중화되기 전에 넣으면 고분자가 제대로 펴지지 못한다. 반대로 어떤 처방은 중화 후에 넣어야 덜 흔들린다. 처방마다 정해진 투입 순서가 있으니 작업표준서대로 지키는 것이 기본이고, 순서가 바뀐 배치에서 점도가 다르게 나왔다면 그것부터 의심한다.
시간이 지나며 점도가 서서히 떨어지는 경우는 조금 다르게 봐야 한다. 제조 직후에는 규격 안이었는데 안정성 시험이나 시장에서 점도가 계속 떨어진다면, 고분자 사슬이 무언가에 의해 끊어지고 있는 것이다. 빛에 노출되는 투명 용기, 원료에 섞여 들어온 미량 금속 이온, 산화하기 쉬운 성분이 함께 있을 때 카보머 겔의 점도가 서서히 떨어지는 일이 있다. 킬레이트제를 처방대로 넣었는지, 투명 용기 제품이라면 빛을 차단한 시료와 비교해 점도 변화가 다른지를 확인한다. 천연 고분자 겔이라면 미생물이나 효소에 의한 분해도 의심한다. 미생물이 자라면 겔이 묽어지는 것이 냄새보다 먼저 나타나기도 한다.
32.4 이수 — 겔이 물을 짜낸다
겔 표면이나 용기 벽, 바닥에 맑은 물이 고이는 현상을 이수라고 한다. 겔은 고분자가 그물 구조를 만들고 그 안에 물을 붙잡고 있는 상태인데, 그물이 수축하면서 붙잡고 있던 물을 밖으로 짜내는 것이다.
| 원인 | 설명 | 예방 |
|---|---|---|
| 고분자 농도가 낮은 쪽으로 치우침 | 칭량 오차나 분산 불량으로 실제로 일하는 고분자가 부족하다 | 칭량 이중 확인, 분산 상태 확인 |
| 전해질·알코올 증가 | 그물 구조를 수축시킨다 | 원료 로트 전도도 확인, 처방 변경 시 재확인 |
| 동결·해동 | 얼었다 녹으며 구조가 망가진다 | 동절기 물류 조건, 동결·해동 시험 |
| 충전·이송 중 과도한 전단 | 구조가 부서진 뒤 다시 짜이며 물이 빠진다 | 이송 펌프 방식, 충전 속도 |
| 장기 정치 | 시간이 지나며 구조가 천천히 수축한다 | 처방 여유, 안정성 시험에서 확인 |
이수는 겔 크림이나 수분 겔처럼 고분자 겔에 물이 많은 제품에서 자주 보인다. 소비자는 뚜껑을 열었을 때 표면에 물이 고여 있으면 상했다고 생각한다. 이수가 조금 있어도 섞으면 원래대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지만, 클레임은 이미 들어온 뒤다.
공장 쪽에서 이수를 부르는 흔한 원인은 이송과 충전이다. 고점도 겔을 높은 압력으로 펌프 이송하거나, 충전기에서 빠르게 밀어내면 겔 구조가 부서진다. 부서진 구조는 시간이 지나며 다시 짜이는데, 이때 원래보다 촘촘하게 수축하며 물을 밀어낸다. 같은 내용물을 탱크에서 직접 채운 시료와 충전기를 거친 시료를 나란히 놓고 며칠 지켜보면, 충전 공정이 원인인지 가릴 수 있다.
32.5 pH 변화 — 시간이 지나며 산성 쪽으로 간다
액상·겔 제품은 물이 많아서 원료가 물과 반응하기 쉽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며 pH가 변하는 일이 유화 제품보다 자주 일어난다. pH가 변하면 그 자체로 규격을 벗어날 뿐 아니라, 증점제의 점도, 방부제의 효력, 활성 성분의 안정성까지 함께 흔들린다.
| 원인 | 일어나는 일 | 주로 해당하는 원료·제품 |
|---|---|---|
| 원료의 가수분해 | 에스터 결합이 물과 반응해 산이 생긴다 | 에스터계 원료, 일부 유도체 |
| 산화 | 산화 과정에서 산성 물질이 생긴다 | 비타민C와 유도체, 산화하기 쉬운 추출물 |
| 완충 부족 | pH를 붙잡는 힘이 약해 작은 변화에도 크게 움직인다 | 완충 성분 없이 pH만 맞춘 처방 |
| 원료 로트의 산도 차이 | 투입 시점의 pH가 로트마다 다르다 | 추출물, 발효물 |
| 용기와의 상호작용 | 유리나 일부 용기 성분이 용출된다 | 유리 용기, 일부 펌프 부품 |
| 미생물 | 미생물이 자라며 산을 만든다 | 방부가 약한 제품 |
pH가 서서히 내려가는 제품을 조사할 때 나는 먼저 같은 처방의 다른 로트와 추세를 비교한다. 모든 로트가 같은 속도로 내려가면 처방 자체의 성질이고, 특정 로트만 빨리 내려가면 그 로트의 원료나 공정을 본다. 처방 자체의 성질이라면 공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출하 시점의 pH를 규격 안에서 어느 쪽에 맞출지 정하는 것 정도다. 사용기한 동안 내려갈 폭을 알면 출하 pH를 조금 높게 잡아 기한 말기까지 규격 안에 머물게 할 수 있다. 다만 이 판단은 안정성 데이터를 근거로 연구팀과 함께 해야 한다.
pH 변화가 활성 성분과 엮이면 문제가 커진다. 예를 들어 나이아신아마이드는 산성 쪽으로 많이 치우친 조건에서 오래 두면 피부 홍조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로 일부 바뀔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비타민C 계열은 pH와 산화가 함께 맞물려 갈변과 효력 저하로 이어진다. 활성 성분이 들어간 세럼에서 pH가 흔들리면, 외관 변화가 없더라도 함량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32.6 변색과 냄새 변화 — 투명 제품에서 가장 먼저 보인다
색과 냄새의 변화는 유화 제품에서도 생기지만, 투명 제품에서는 훨씬 일찍 보인다. 하얀 크림에서는 눈에 띄지 않을 정도의 미세한 노란기가 투명 앰플에서는 바로 보인다.
| 변화 | 흔한 원인 | 공장에서 확인할 것 |
|---|---|---|
| 노래짐·갈변 | 비타민C·폴리페놀 추출물의 산화, 금속 이온과 반응 | 킬레이트제 투입, 정제수·설비의 금속 이온, 산소 혼입 |
| 빛에 의한 변색 | 투명 용기에서 자외선에 의한 분해 | 차광 시료와 비교, 용기·단상자 차광 |
| 분홍·붉은기 | 일부 페놀성 성분이 산화되며 색을 띰 | 원료 로트, 산화 조건 |
| 색이 옅어짐 | 색소의 빛·pH 분해 | 색소 안정 pH 범위, 빛 |
| 향이 약해짐 | 향료 휘발, 용기 흡착 | 용기 밀폐, 용기 재질 |
| 이취·쉰내 | 향료·오일 산화, 원료 분해, 미생물 | 향료 로트, 보관 기간, 미생물 시험 |
변색 원인 중에 공장이 가장 직접 관여하는 것이 금속 이온과 산소다. 정제수 시스템에서 철이나 구리 같은 금속 이온이 미량 들어오거나, 녹슨 배관과 밸브에서 금속이 용출되면, 추출물이나 비타민 계열 원료가 그 금속을 촉매로 빠르게 산화한다. 킬레이트제가 이 금속을 붙잡아 주는데, 킬레이트제를 빠뜨리거나 소량 원료라 칭량이 부정확하면 변색이 빨라진다. 같은 처방에서 특정 배치만 빨리 노래진다면 그 배치의 킬레이트제 투입 기록과 정제수 수질 기록을 함께 본다.
산소는 제조와 충전에서 들어온다. 진공 없이 고속으로 교반하면 공기가 많이 섞이고, 충전 후 용기 머리 공간에 남은 공기도 산화를 돕는다. 산화에 민감한 비타민C 세럼 같은 제품은 진공 상태에서 만들고, 충전할 때 머리 공간을 줄이거나 질소로 채우는 공장도 있다. 이런 제품을 같은 조건에서 만들었는데 특정 배치만 빨리 변색됐다면, 그 배치의 진공도 기록과 충전 대기 시간을 본다. 내용물이 탱크에서 충전을 기다리며 하루 이틀 공기와 닿아 있었던 배치가 먼저 변하는 일이 많다.
냄새 변화는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가 달라서 판정이 어렵다. 나는 향이 중요한 제품은 표준 견본을 냉장 보관해 두고, 냄새 클레임이 들어오면 같은 사람이 표준 견본과 클레임 품을 번갈아 맡아 비교하게 했다. 혼자 맡고 판단하지 말고 두세 사람이 따로 맡아 결과를 맞춰 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쉰내나 시큼한 냄새가 섞였다면 향료보다 미생물을 먼저 의심한다.
32.7 침전과 부유물 — 원인만 가려 둔다
투명 액상 제품의 바닥에 무언가 가라앉거나 실 같은 것이 떠 있으면 소비자는 곧바로 이물로 본다. 침전과 부유물은 원인이 다양해서, 먼저 무엇인지부터 가려야 한다. 결정이 석출되는 이물과 외부에서 들어온 이물은 다음 장에서 자세히 다루니, 여기서는 액상·겔 불량과 연결되는 원인만 가려 둔다.
| 보이는 것 | 가능성이 큰 원인 | 간단한 확인 |
|---|---|---|
| 바닥의 하얀 가루·바늘 모양 결정 | 원료의 결정 석출(저온, 과포화) | 데우면 녹는지, 현미경 결정 모양 |
| 투명한 젤리 덩어리 | 고분자 미분산(피시아이), 국부 과중화 | 눌러 보면 속이 마른 가루인지 |
| 솜·해파리 같은 부드러운 덩어리 | 곰팡이 등 미생물 | 현미경, 배양 |
| 가는 실·섬유 | 외부 이물(필터, 작업복, 포장재) | 확대경, 재질 확인 |
| 갈색 미세 침전 | 추출물 불용분, 금속 이온과 반응한 침전 | 원료 단독 용액 상태, 여과 |
| 전체에 퍼진 미세 부유물 | 가용화 일부 붕괴, 고분자 응집 | 온도 시험, 여과 |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솜 같은 부유물이다. 투명한 토너나 에센스에서 부드럽고 흔들면 늘어나는 덩어리가 보이면 곰팡이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경우는 이물이나 액상 불량으로 다루지 말고 곧바로 미생물 조사로 넘긴다. 같은 로트의 보관용 검체가 깨끗하다면 사용 중 오염과 방부력을, 검체에서도 보이면 공장 오염을 먼저 본다.
32.8 기포 — 투명 겔에서는 하나도 숨길 수 없다
고점도의 투명 겔은 기포에 가장 약한 제품이다. 유화 크림이라면 하얀 바탕에 묻혀 보이지 않을 작은 기포도 투명 겔에서는 하나하나 다 보인다. 그리고 점도가 높아 한번 갇힌 기포는 저절로 잘 빠지지 않는다.
| 기포가 생기는 곳 | 원인 | 대책 |
|---|---|---|
| 증점제 분산 시 | 분말 증점제를 넣을 때 공기가 함께 딸려 들어간다 | 진공 상태에서 흡입 투입, 다가 알코올에 선분산 |
| 중화 시 | 중화제 투입과 함께 급격히 점도가 오르며 공기를 가둔다 | 중화 전 탈포, 중화는 저속 교반 |
| 교반 중 | 액면 근처의 와류가 공기를 빨아들인다 | 액면 아래에서 교반, 교반 속도 조정 |
| 이송·충전 중 | 펌프 흡입부 누설, 충전 노즐에서 공기 혼입 | 연결부 점검, 노즐을 액 속에서 올리며 충전 |
| 충전 후 | 용기 안에서 미세 기포가 위로 모이며 보이게 된다 | 충전 전 탈포 기준, 정치 후 검사 |
투명 겔의 탈포는 진공이 기본이다. 중화 전, 점도가 아직 낮을 때 진공으로 공기를 빼 두면 중화 후 공기가 갇히는 양이 크게 줄어든다. 점도가 다 오른 뒤에는 진공을 걸어도 기포가 위로 올라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나는 겔 제품의 작업표준서에 중화 전 탈포 단계와 진공도, 시간을 따로 적게 했다.
기포는 충전 직후보다 하루 이틀 뒤에 더 잘 보이는 경우가 있다. 미세한 기포가 천천히 모이며 커지기 때문이다. 투명 겔은 충전 직후 검사만으로 끝내지 말고, 일정 시간 정치한 뒤 외관을 한 번 더 보는 것이 좋다.
32.9 원인 조사 — 액상·겔에서 먼저 해 볼 것
원인을 찾는 일반적인 순서는 앞 장에서 정리했다. 액상·겔 불량에서는 그 순서를 돌릴 때 특히 쓸모 있는 확인 방법이 몇 가지 있다.
| 확인 방법 | 무엇을 보는가 | 어떤 불량에 쓰는가 |
|---|---|---|
| 온도 시험 | 데우고 식혔을 때 변화가 되돌아가는지 | 탁도, 결정, 이수 |
| 여과 | 여과 후 맑아지는지, 여과지에 무엇이 남는지 | 탁도, 부유물 |
| 차광 비교 | 빛을 막은 시료와 노출된 시료의 차이 | 변색, 점도 저하 |
| 원료 빼기 시험 | 원료를 하나씩 빼고 만들어 어느 원료가 원인인지 | 탁도, 변색, 점도 저하 |
| 로트 바꾸기 시험 | 의심 원료만 이전 로트로 바꿔 만든다 | 원료 로트 원인 확인 |
| 전도도 측정 | 원료·내용물의 전해질 양 | 카보머 점도 저하, 이수 |
| pH·점도·탁도 추세 | 같은 처방 여러 로트의 시간에 따른 변화 | pH 변화, 점도 저하 |

이 가운데 원료 빼기 시험은 액상 제품에서 특히 강력하다. 처방에 원료가 열 가지 넘게 들어가 있어도, 의심되는 원료를 하나씩 빼고 소량으로 만들어 같은 조건에 두면 어느 원료가 탁도나 변색의 열쇠인지 며칠 안에 보인다. 장 첫머리의 앰플도 향료를 뺀 시료만 저온에서 맑게 남은 것을 보고 향료로 범위를 좁혔고, 그다음에 이전 로트 향료로 바꿔 만든 시료가 저온에서 맑게 유지되는 것을 보고 원인을 확정했다.
다만 원료 빼기 시험은 실험실 규모의 시험이다. 실험실에서 재현된 원인이 공장의 원인과 같다는 것은 양산 배치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 앰플 사례에서도 향료 로트만 원인이었다면 지난겨울 로트 중에 같은 향료를 쓴 배치도 뿌옇게 됐어야 했다.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사전 혼합 시간이라는 두 번째 원인을 더 찾아야 했다. 원인이 하나로 깔끔하게 설명되지 않으면, 두 가지 이상이 겹쳤을 가능성을 늘 열어 둔다.
32.10 현장 트러블슈팅과 주의점
액상·겔 불량을 증상별로 모아 정리했다.
| 현상 | 흔한 원인 | 확인 방법 | 예방·조치 |
|---|---|---|---|
| 겨울철 물류 후 뿌옇다 | 저온 가용화 여유 부족 | 냉장 보관 시료 외관 | 사전 혼합 상태 판정, 출하 전 저온 외관 확인 |
| 제조 직후부터 뿌옇다 | 가용화 투입 순서·사전 혼합 부족, 미용해 | 제조 기록, 여과 | 사전 혼합 후 물 서서히 투입 |
| 향료 로트 바뀐 뒤 뿌옇다 | 향료 조성 변경 | 이전 로트와 비교 가용화 | 향료 로트 변경 시 가용화 확인 |
| 겔 점도 배치 편차 | 중화 pH, 원료 전해질 차이, 투입 순서 | 중화 후 pH, 원료 전도도 | 중화 pH 범위 좁히기, 원료 전도도 관리 |
| 겔이 시간 지나며 묽어짐 | 빛·금속 이온 분해, 미생물·효소 | 차광 비교, 킬레이트 기록, 미생물 | 킬레이트 투입 확인, 차광 포장 |
| 표면에 물이 고임 | 이수(전해질, 동결, 충전 전단) | 충전 전후 비교, 동결 시험 | 이송·충전 조건, 동절기 물류 |
| pH가 서서히 내려감 | 원료 분해, 완충 부족 | 로트별 pH 추세 | 연구팀과 출하 pH·완충 검토 |
| 특정 배치만 빨리 노래짐 | 킬레이트 누락, 금속 이온, 산소 | 칭량·정제수·진공 기록 | 소량 원료 이중 확인, 진공 제조 |
| 투명 용기 제품만 변색 | 빛에 의한 분해 | 차광 비교 | 차광 용기·단상자 |
| 쉰내·시큼한 냄새 | 미생물, 원료 산화 | 미생물 시험 | 미생물 조사로 전환 |
| 솜 같은 부유물 | 곰팡이 | 현미경, 배양 | 미생물 조사로 전환 |
| 겔 속 기포 | 분산·중화 시 공기 혼입, 탈포 부족 | 비중, 진공 기록 | 중화 전 탈포, 진공 흡입 투입 |
| 충전 다음 날 기포가 보임 | 미세 기포 상승 | 정치 후 외관 | 정치 후 재검사 |
표에 다 담지 못한 경험 몇 가지를 덧붙인다.
첫째, 투명 제품은 규격 하나를 더 두는 것이 좋다. 일반 외관 검사는 실온에서 보지만, 투명 제품은 저온에서의 외관이 시장 클레임을 좌우한다. 출하 전 일정 시간 냉장 보관한 시료의 외관을 보는 항목 하나만 추가해도 겨울철 탁도 클레임의 상당수를 공장 안에서 막을 수 있다.
둘째, 원료의 이름보다 로트를 본다. 향료, 추출물, 발효물처럼 천연에서 오거나 조성이 복잡한 원료는 같은 품명이라도 로트마다 조금씩 다르다. 투명 제품에서는 그 작은 차이가 바로 보인다. 이런 원료는 로트가 바뀔 때 소량으로 만들어 이전 로트와 외관, 점도, 저온 외관을 비교해 보는 습관이 불량을 크게 줄인다.
셋째, 미량 원료가 큰일을 한다. 킬레이트제, 산화방지제, 중화제처럼 처방에서 1% 미만으로 들어가는 원료가 변색과 점도와 pH를 지킨다. 미량이라 칭량 실수가 생기기 쉽고, 빠뜨려도 제조 직후에는 티가 나지 않다가 몇 주 뒤에 드러난다. 미량 원료는 다른 원료보다 더 엄격하게 이중 확인하고, 빈 용기와 잔량까지 확인하게 했다.
넷째, 미생물 신호를 놓치지 않는다. 겔이 묽어지는 것, 냄새가 시큼해지는 것, 솜 같은 부유물, 가스로 용기가 부푸는 것은 모두 미생물이 자랄 때 나타나는 신호다. 액상·겔 불량을 조사하다가 이 가운데 하나라도 보이면 물리·화학 원인을 찾기 전에 미생물 시험부터 한다. 미생물 문제를 탁도나 점도 문제로 착각해 몇 주를 보내면, 그 사이 같은 원인의 제품이 계속 나간다.
다섯째, 투명 제품은 클레임 품과 보관용 검체를 같은 조건에서 비교한다. 클레임 품은 물류와 소비자의 보관 조건을 거친 것이고, 보관용 검체는 공장 창고에서 쉰 것이다. 둘을 비교할 때는 보관용 검체를 클레임 품이 겪었을 법한 조건(저온, 고온, 빛)에 일부러 두어 보고 나서 판단한다. 그래야 제품이 원래 그런 것인지, 유통 중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가릴 수 있다.
32.11 정리하며
액상·겔 제품은 투명해서 모든 것이 보인다. 그래서 불량의 문턱이 낮고, 작은 변화가 곧바로 클레임이 된다. 탁도는 녹아 있던 것이 빠져나오거나 처음부터 덜 녹은 것이 남은 것이고, 점도 저하와 이수는 고분자의 구조가 약해지거나 끊어진 것이며, pH 변화와 변색과 냄새 변화는 원료가 물과 산소와 빛과 금속을 만나 변한 것이다.
이 장의 핵심을 줄이면 이렇다. 먼저 그 변화가 되돌아가는지 본다. 데우고 식히고 여과하고 빛을 막아 보면 원인의 방향이 잡힌다. 의심 원료가 여럿이면 하나씩 빼고 만들어 보고, 로트를 바꿔 만들어 본다. 가용화는 시간이 아니라 상태로 판정하고, 카보머 겔은 중화 pH와 원료의 전해질을 관리하며, 킬레이트제 같은 미량 원료는 더 엄격하게 확인한다. 투명 제품은 출하 전에 저온 외관을 한 번 더 보고, 미생물의 신호가 보이면 다른 조사보다 먼저 미생물 시험을 한다.
투명한 제품을 잘 만드는 공장은 숨길 곳이 없다는 것을 아는 공장이다. 작은 변화를 숨길 수 없으니, 작은 변화가 생기지 않도록 원료와 공정의 여유를 미리 확보해 둔다.
액상 불량 관련 글 더 보기
- 전체 목차: 스킨케어 생산기술 전체 목차
- 이전 장: 31장. 유화 불량 — 분리·점도 이상·거친 결·기포는 어디서 오는가
- 다음 장: 33장. 이물과 결정성 이물 — 들어온 것인가, 생겨난 것인가
- 참고 기관: 식품의약품안전처

